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조사한 국민권익위는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은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고, 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권익위는 비판 여론이 나오자 발표 이틀 만에 최재영 목사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준 최재영 목사가 미국 국적이기 때문에 해외순방을 나가 다른 정상들에게 선물을 받으면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되는 것처럼 최 목사가 외국인이니 같은 거라는 설명입니다.
일각에선 최 목사가 외국정상도 아니고, 국외 순방이나 방한처럼 공식적인 자리에서 받은 명품백도 아닌데 지나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독일 국민 "비리를 폭로해야만 하는 대통령과는 살 수 없다"
2012년 독일의 크리스티안 볼프 대통령이 사임했습니다. 그가 사임한 이유는 비리에 대한 독일 국민과 검찰의 단호한 태도 때문입니다. 그런데 볼프 대통령과 가족의 비리(?)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놓고 보면 비교하기조차 민망해집니다.
우선 볼프 대통령의 아내는 자동차를 리스할 때 0.5%p 낮은 금리를 적용받았습니다. 또한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딜러가 볼프 대통령의 아들에게 약 5만 원 상당의 장난감 자동차를 선물했습니다. 아이가 받은 장난감 자동차 선물은 사은품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도 독일 국민들과 언론은 특혜이자 비리라며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외에도 볼프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 주택을 짓기 위해서 일반 대출 금리보다 1%p 낮은 금리로 사업가 친구에게 돈을 빌린 것, 축제에 갔을 때 사업가 친구가 한화 90만 원 상당의 숙박비를 대신 내준 것, 언론사에 자신의 의혹과 관련한 보도를 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 등이 있었습니다.
당시 볼프 대통령은 "친구에게 돈을 빌릴 수도 없는 나라에서 대통령을 하고 싶진 않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러자 독일 국민들은 "비리를 폭로해야만 하는 대통령과는 살 수 없다"며 더 강력하게 그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독일 검찰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면책 특권을 삭제해야 한다면서 강도 높은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결국 볼프 대통령은 취임 19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사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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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는 반부패 총괄 기관? 도덕성의 잣대가 무너졌다
국민권익위 홈페이지를 보면 '반부패 총괄기관'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첫 페이지에는 '청렴하고 공정한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습니다. 자료에는 '해외 반부패 옴부즈만 동향'이라며 세계 각국의 부정부패 사례도 올려놓았습니다.
부정부패에 관해서는 어느 기관보다 엄격해야 하는 '국민권익위'는 국민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위반 사항 없음'이라고 종결처리했습니다.
<동아일보>는 11일 ""배우자에겐 금품 주면 괜찮나?"에 권익위는 뭐라 할 건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권익위의 발표는 '배우자 제재 규정이 없다'는 것뿐이었다"면서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에겐 금품을 줘도 괜찮다고 권익위가 인정한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운동이 벌어질 즈음 독일 볼프 대통령의 사임한 이유가 다시 회자됐습니다. 김영란법에도 저촉이 되지 않는 이유로 사임한 독일 대통령과 비교하면 우리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국민들이 권익위에게 바랐던 것은 최소한의 도덕성에 대한 잣대였습니다. 그러나 권익위는 그 잣대가 없다고 외면했습니다. 권익위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