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후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6월 13일, 장수 죽림정사에서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사회 인사와 1만 명의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국민통합을 기원하는 만인대법회'가 열렸다.
북한은 남한으로 오물풍선을 날려 보냈고, 남한은 북한으로 북한정권을 비판하는 전단을 날려 보냈다. 다시 남한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북한은 새로운 대응을 할 것이라 협박하며 연일 아슬아슬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참석자들은 만인 평화선언과 만인의 다짐을 통해 "착한 전쟁,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며 "우리 모두를 위해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각계를 대표하여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종교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정치권 대표), 주호영 국회의원이 축사를 했다. 이외 다수의 사회원로와 정치인, 종교인 200여 명이 동참해 함께 염원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만인 평화 선언'에서 "남북한 당국의 발언대로면 이미 한반도는 준전시체제에 돌입했다"고 진단하면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강의 기적과 민주화의 기적이라는 대한민국의 유례없는 성과는 한순간에 잿더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네 가지를 호소했다.
첫째, 대한민국 정부에는 "대통령 대북 특별선언과 대북특사 파견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둘째, 북한 정부에는 "하루빨리 핵을 동결하고 대화의 장에 나와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개선하여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셋째, 대한민국 정치권에는 "다른 정당,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도 적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강조하면서 "초당적으로 대화하고 협력하여 여야 합의로 ʻ한반도 전쟁반대 선언'을 의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넷째, 미국 정부와 의회에는 "한미일 군사협력의 강화는 안보적 방위전략이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북핵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북핵 동결과 북미수교를 즉각 동시 추진하여 한반도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모색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섯째, 대한민국 국민들을 향해서는 "우리 운명은 우리 힘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며 "정치권과 우방, 주변국, 세계 시민들을 향해 우리의 간절한 평화의 의지를 전하자"고 호소했다.
3.1독립선언 33인 불교대표인 독립운동가 백용성조사 탄신 160주년을 기념하여 '평화와 통합 미래로 800년'을 내세운 '한반도 평화와 국민 통합을 기원하는 만인대법회'는 사단법인 백용성조사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정토회가 주관했다. 전북 장수군 죽림정사 옆 물빛공원에서 열린 옥외행사에는 전국에서 모인 1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2백여 명의 내외빈이 함께하고, 행사 참석을 위해 해외에서도 수백여 명이 입국했다.
백용성조사는 구한말 잃어버린 불교의 법통을 바로 세운 당대 최고의 선지식으로, 불교의 지성화, 대중화, 생활화를 목표로 불교개혁과 국민 계몽운동을 전개한 분이다. 일제강점기 3.1독립선언 33인 중 불교 대표로 2년 2개월의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였다. 동학 최제우 선생의 절친이었던 스승 혜월스님의 "대한정국 800년을 예비하라"는 유훈을 받들어, 민(民)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고자 독립운동에 한 평생을 매진했다.
행사에는 한반도 평화와 국민 통합을 향한 만인의 뜨거운 합창과 결의를 다지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평화행진, 종교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한 촛불 점화식이 열렸다. 1부 사회는 방송인 김병조, 2부 사회는 김제동 님이 맡았다. 한울소리 대북 공연으로 시작된 1부에서는 '만인의 희망, 대한정국의 기초가 되다'라는 슬로건 아래 평화의 불꽃 개식사를 하고, 영상을 통해 대법회의 염원을 함께 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한반도 평화와 국민 통합을 기원하는 만인 평화 선언과 각계 각층의 염원을 담은 '화합과 협력의 촛불점화식'이 1부 마지막을 장식했다.
2부는 '평화의 대합창, 대한정국의 길을 열다'라는 컨셉으로 참가자 전원이 합창과 평화행진, 드론 퍼포먼스로 만인대법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하늘로 비행할 드론에는 독립운동가 백용성조사의 유훈을 담아 "강대국의 종속국이 되지말고 주인국이 되어라", "대한정국의 주인이 되어 세계 평화를 선도하라"는 2개의 현수막이 달렸다. 백용성조사가 꿈꾸던 '독립된 나라, 백성이 주인 되는 나라'(대한정국)의 염원을 현대화한 '평화로운 한반도, 국민이 행복한 사회,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만인의 꿈이 만인대법회에 담겼다.
대회장인 법륜 스님(정토회 지도법사)은 "대한민국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해 왔지만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어 전쟁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국민 여론은 더욱 분열되고 있다. 평화와 국민 통합이 담보되지 않으면, 성장 잠재력이 소진되어 장기침체 국면에 빠질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인류의 행복에 크게 기여하는 나라가 되자는 취지에서 만인대법회를 열게 됐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