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 가스가 매장돼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부산일보는 "아직 섣부른 낙관은 이르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이 명실상부한 산유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KBS부산도 "가스·석유전 개발 사업이 현실화 되면 부산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반면, 국제신문은 신중론을 펼치면서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제기되는 의혹들을 전해 차이를 보였다.
기대하면서도 낙관은 경계한 부산일보
부산일보는
6월 4일 1면 기사 <"영일만 해저 140억 배럴 유전 가능성">(1면, 6/4)서 "'산유국' 대한민국의 꿈이 실현될 것인가"라는 기대감과 함께 대통령의 발표를 전했다. 이어 3면 전체를 할애해 해당 소식을 다뤘는데, '산유국 자리매김 넘어 석유·가스 수출까지 부푸는 꿈'이라는 제목과 함께 "산유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며 유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키웠다.
같은 면 기사
<동해발 석유 소식에 코스피 2680선 회복 성공>(3면, 6/4)에서는 동해 석유 소식에 당일 코스피가 2680선을 넘어섰다며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부각하기도 했다.
물론 "섣부른 낙관은 이르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이기도 했지만,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에너지 안보 도약" vs "경제성 더 지켜봐야">(3면, 6/4)에서 "앞으로 실제 매장량과 경제성 등을 확인해야 하고 상업 개발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같은 면 기사
<산유국 자리매김 넘어 석유·가스 수출까지 부푸는 꿈>에서는 개발 성공률 20%에 대해 "석유 가스 개발 사업 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여전히 실패할 확률이 80%"라며 시추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대통령 발표 이후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사업성에 대한 의문, 자료를 분석한 미국 업체 액트지오에 대한 의혹이 잇따랐다. 그러나 부산일보는 이런 의혹을 정치권 공방으로만 전했다.
<'동해 영일만 석유' 놓고 여야 공방>(4면, 6/5)에서 여야 정치인의 발언을 인용해 여야의 공방을 전했다.
<여야, 영일만 석유 개발 공방전도 '점입가경'>(6면, 6/7)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의 보도를 이어갔다.
한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발표한 것을 두고는 "절충형 소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발표는 국정브리핑이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취임 후 처음 있는 일로, 부산일보는
<대통령 국정 브리핑 국민 소통 새 방식?>(4면, 6/4)에서 "새로운 형식의 대국민 소통 방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대국민소통에 나선 것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라고도 덧붙였다.
당일 오전에야 급박하게 결정된 계획이며, 기자 질문을 따로 받지 않은 일방적인 발표였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지만, 부산일보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아직 석유 가능성을 판단하기 이른 시점에 대통령이 나서서 발표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2) 이에 대해 부산일보 곽명섭 논설위원은 칼럼
<돌아오지 않는 민심>(6/7)에서 "대통령을 띄우고 싶은 참모들의 과욕이 빚은 일"이라며 아쉬움만 나타냈다.
KBS부산, "부산 경제에 미칠 효과 클 것"
방송에서는 KBS부산만 유일하게 동해 석유 소식을 전했다. KBS부산은 6월 4일 첫 꼭지로 해당 소식을 다뤘는데,
<가스·석유전 개발 가능성… 부산 산업 효과는?>(6/4)에서 가스·석유전 개발이 현실화 되면 부산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부산 제조업은 철강 제조와 조선·해양플랜트 기술에 특화돼 있어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부산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아직 시추 전단계이기에 실현을 가정하고 경제적 효과를 언급하는 것은 이르다. 더구나 사업 가능성부터 업체 선정까지 전방위적으로 정부 계획에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배제한 채 경제적 효과만을 강조하는 성급한 보도 행태를 보였다.
언론의 역할은 경제 효과를 부각하며 기대감만 키울 것이 아니라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지 점검하는 데 있다. 이런 역할은 공영방송인 KBS에 더욱 엄격하게 요구된다.
사업성 논란, 탐사 분석 업체 전문성 등 의혹 전한 국제신문
국제신문은 6월 4일 1면과 4면 기사에서 정부 발표를 전하고1) 사설을 통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지 시추…헛물켜는 일 없어야>(6/4)에서 "우리나라가 산유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번 자료 조사 결과만으로 석유 가스 개발이 현실화한 것처럼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면서 기대감을 너무 키웠다는 지적도 함께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신중하게 사업을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부산일보와 비슷하게 원론적인 수준의 신중론을 전했지만, 동해가스전을 철수한 호주 업체의 사업성 평가 논란을 다뤄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동해가스전 철수한 호주 업체 "장래성 없는 광구">에서(10면, 6/7) "호주 최대 석유개발 회사인 우드사이드가 지난해 동해 심해 가스전 공동탐사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장래성이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발 가능성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번에 자료를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 회사의 전문성 논란도 언급했다. "'액트지오 본사 주소가 미국의 한 주택이고 직원 수도 10명 안팎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만평을 통해서도 해당 소식을 다루기도 했다. 6월 5일 국제신문은
<고래와 의혹 그림자>라는 제목의 만평을 실었다. 프로젝트 이름이 '대왕고래'인 점에서 착안한 그림인데, 거대한 대왕고래와 함께 '경제성', '성공률', '국면', '전환', '천공' 등의 문구가 새겨진 그림자가 그려져 있다. 정부 사업에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본질 알기엔 부족한 보도들
이번 지역언론 보도에서 사안을 검증하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찾기 어려웠다. 되레 정치권 공방으로 프레임화하거나 대통령의 새로운 소통 방식에 주목하고 부산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는 등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는 보도들이 나왔다. 국제신문 역시 제시된 의혹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쳐 아쉬웠다. KBS부산 보도처럼 이번 사안은 부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역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언론의 적극적인 검증이 요구된다.
[관련 보도 목록]
1) <尹 "동해 140억배럴 석유ㆍ가스 매장 추정">(국제신문, 1면, 6/4), <삼성전자 시총 5배 매장 추정..최소 5차 시추로 경제성 조사>(국제신문, 4면, 6/4)
2) <동해 시추 논란에 엇갈리는 언론… 尹 비판은 한목소리>(미디어오늘, 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