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원불교환경연대는 14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생태계 복원 촉구 기도회를 열었다.
원불교환경연대는 14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생태계 복원 촉구 기도회를 열었다. ⓒ 김병기
 
"세종보 재가동은 우리 어리석은 인간들의 이기심과 탐욕심이 망라된 생태질서의 파괴 현장이자 천지배은의 현장이 되고 있사오니..."

"윤석열 정권은 국가의 물정책마저 정략적 정쟁 수단으로 이용하여 되살아나고 있는 금강을 다시 죽음의 강으로 내몰고 있다."


위의 두 문장은 세종보 천막농성 46일차가 되는 날인 13일, 농성장에서 잇따라 열린 행사에서 발표된 말이다. 위쪽은 원불교 기도회 때 낭독한 기도문의 일부이고, 아래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발표한 기자회견문의 일부이다. 노동단체가 이곳에서 동조 기자회견을 연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천주교, 기독교, 불교에 이어 이날 원불교가 기도회를 열면서 종교계 4대 종단이 세종보 천막농성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의사를 표했다.

민주노총 "천막 짓밟는다면 노동자들이 달려오겠다"
 
민주노총 기자회견 유튜브 현장중계  

민주노총대전본부와 세종충남본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에 농성천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은 세종보 재가동을 즉각 철회하고 세종시는 천막농성장 철거협박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4대강사업으로 담수화된 금강은 수질악화로 '녹조라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생명이 살 수 없는 강으로 썩어갔다"면서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이 또다시 4대강 사업을 재개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호경 민주노총대전본부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도훈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간사가 경과보고를 했다. 임 간사는 "윤석열 정부는 4대강사업 계승을 외치면서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정략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곳이 수몰되는 한이 있어도 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는 데 민주노총 동지들이 이곳에 와서 지지를 선언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희종 세종본부 본부장은 "물은 흘러야 하고 흐르지 못하면 반드시 썩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인데, 윤석열 정부는 또다시 자기들을 지지하는 자본을 위해 환경파괴 책동을 하고 있다"면서 "강을 살리려고 이곳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는 환경단체 동지들과 연대해서 환경부의 환경파괴 책동과 세종시의 천막 강제철거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김율현 대전본부 본부장도 "세종시는 이 물을 가둬 관광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고집을 하고 있는데 생태와 환경을 지키는 건 이제 인류 생존의 문제이고, 인간의 이익과 부합하다는 게 세계적 추세"라면서 "공권력을 동원해 이곳의 천막을 짓밟는다면 대전세종의 시민과 노동자들이 달려와서 막겠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대전본부와 세종충남본부는 14일 세종보 농성천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대전본부와 세종충남본부는 14일 세종보 농성천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상임대표는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인상 투쟁은 적어도 거기까지는 줘야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산다는 기준을 만드는 싸움인데 이 현장도 마찬가지"라면서 "여기에서 살고 있는 생명들이 살기 위해서는 최저 환경의 기준이 필요하고 그게 바로 흐르는 강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수문 개방으로 녹조가 사라지고 자연성이 회복되어 강을 떠났던 생명이 돌아오는 것을 지켜봤으며 더는 강이 파헤쳐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의 재가동을 막아내기 위해 연대하고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원불교 기도회 "아름다운 생명을 인간의 탐욕심으로부터 지켜주옵소서"
  
 원불교환경연대는 14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생태계 복원 촉구 기도회를 열었다. (기념 촬영)
원불교환경연대는 14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생태계 복원 촉구 기도회를 열었다. (기념 촬영) ⓒ 김병기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원불교환경연대(환경연대)의 생태계 복원 촉구 기도회가 열렸다. 흐르는 금강변에서 열린 이날 기도회의 사회자인 조은혜 사무처장은 "세종보의 수문을 열고 흐르게 하니, 금강의 생명들이 살아났다"면서 "그 생명을 또다시 죽게 하는 것이 보를 막는 것인데, 이를 저지하려고 기도회를 열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추도엽 노은교당 교무는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생명살림을 위한 기도문'을 낭독했다. 노 교무는 "인간들의 무분별한 탐욕심과 개발논리로 인해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이곳 금강 강변이 또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지난 번 세종보 건설을 통해 죽음의 강을 만들었던 저들이 보 개방 후 5년여를 거쳐 겨우 살아난 아름다운 금강의 생명들,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수달 그리고 수많은 토종물고기들을 저 무도한 개발과 파괴, 그리고 그칠 줄 모르는 탐욕심으로부터 지켜주옵소서."

추 교무는 이어 "부디 저희들로 하여금 삿된 미망에서 벗어나 천지자연으로부터 입은 무한한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하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구공동체를 이루어가기에 힘쓰며 살아가도록 하여 달라"면서 "우리가 그동안 뭇생명들에게 무심코 저질러 온 크고 작은 잘못들을 참회하고 반성한다"고 기도했다.

기도회를 마친 뒤 문성호 상임대표는 감사 인사를 전했고, 임도훈 간사는 그간의 경과보고를 했다.

이어 이태은 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원불교 환경연대가 2010년 5월 29일 여주교당에서 결성식을 가진 것은 4대강사업 때 이포보 농성장에서 진행된 4대 종단 연합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면서 "그 때부터 4대강은 흘러야 한다는 게 우리의 정신처럼 면면이 흐르고 있다, 오늘 여기 모인 우리가 씨알이 돼서 세종보 문제를 더 많이 알리자"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교도들과 함께 다음과 같이 '외침 기도'를 했다.

"정부는 세종보 닫지 말고 철거하라 철거하라 철거하라 생명!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 영산강을 금강을 흐르게 하라, 한강을 흐르게 하라. 생태계를 복원하고 강을 흐르게 하라 흐르게 하라 생명!"  

#세종보#민주노총#원불교#4대강사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환경과 사람에 관심이 많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