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양성대학인 국립 서울교육대학교의 권정민 교수(인공지능융합)가 교육부가 내년부터 본격 적용 예정인 세계 최초의 AI(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아래 AI교과서)에 대해 "지금과 같은 수능 체제에서 좀비형 인간을 계속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서울교대 대학원에서 인공지능융합을 가르치는 AI교육 전문가이기에 이런 그의 문제제기가 더욱 눈길을 끈다.
"아이패드로 외우게 하지 말고, 그것으로 영화를 찍게 하라"
14일, 확인한 결과 권 교수는 최근 유튜브에 올린 '디지털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 방송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쓰나미 같아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AI교과서는 정답이 있는 기억하기, 이해하기 교육을 추구하며 그 이상은 수능 고득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권 교수는 "(AI 교과서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아랫단(기억하기, 이해하기)에 초점을 맞추면 그 결과로 양산된 인간은 좀비형 인간이 될 것이다. 생각을 하지 않고 문제풀이 훈련만 열심히 하다가 대학을 가는 것을 저는 좀비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교육언론[창]과 통화에서 "현 수능 체제에서 이미 좀비형 인간이 나오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AI교과서가 적용된다면 계속해서 좀비형 인간을 만들어낼 것이 우려되어 유튜브 방송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 교수는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에 학교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교과서 형태가 아니라 (창조적인) 도구 형태이어야 한다. 학습자가 도구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형태여야 한다"면서 "그래서 '디지털교과서'가 틀렸다는 것이다. 디지털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부분이 틀렸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원하는 인재상을 만들려면 디지털 테크놀로지라는 국가 자원을 교과서 만들기에 쏟아 수능 강화에 낭비하지 말고 정답이 없는 교육, 창의성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해도 부족할 판에 AI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니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고도 했다.
끝으로 권 교수는 "나는 디지털 대전환에 반대하지 않는다. 디지털을 더 잘 써야 한다"면서 "학생들에게 아이패드를 주고 지식을 외우게 하지 말고 그 아이패드로 영화를 찍게 하자는 것이다. 디지털 도구는 창조의 도구로 사용하면 힘 있는 창조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의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에 (AI교과서를 만들어서) 기억하기, 외우기 교육을 일부러 강화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AI교육 연구자 "AI교과서, 결국 맞춤형 문제풀이 학습에 치우칠 것"
실제로 AI 교수-학습도구를 연구 분석해온 한 연구기관 연구원은 교육언론[창]에 "현재 교육부가 사교육업체들과 만들려고 하는 AI교과서는 창의적 사고력과 노작, 토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맞춤형 문제풀이 학습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점에서 권정민 교수의 'AI교과서가 좀비 인간을 계속 만들 것'이란 우려를 내놓은 점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영국과 미국 등 AI 디지털 교육 선진국들이 왜 우리나라처럼 AI교과서를 만들고 있지 않은지, 교육부는 새겨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AI교과서 현장적합성 검토 지원단' 발대식을 열고 AI교과서 프로토타입(시험제품)을 보여줄 예정이다. 내년 AI교과서를 전국 초중고에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다.
교사노조연맹,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국혁신당교육특별위, 좋은교사운동 등 교원7단체는 'AI교과서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