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일찍 천직을 찾은 것만큼 삶에 있어 큰 행운이 있을까.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각종 기계를 수리하며 이 행운을 맘껏 누리고 있는 임재천(54)씨.
경남 함양군 읍내에서 '동아기계'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최근 농번기로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시점에도 임재천씨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동아기계는 공구임대는 물론 농기계를 비롯한 각종 소형기계들을 고쳐주는 수리점이다. 좋아하는 일인 만큼 프로페셔널하게 꼼꼼히 일을 처리하면서 많은 이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임재천씨다. 관내뿐만 아니라 가까운 산청, 거창 멀리는 대구, 청주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저에게 기계를 고치는 일은 천직인 것 같아요. 사람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데 기계 고치는 건 또 너무 좋아하다 보니 아내가 손님을 맞고 저는 수리에 집중하면서 오래 가게를 운영해왔습니다. 웬만한 소형 기계 수리는 다 한다고 보시면 되고 다른 곳에서 수리가 어려워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소형 기계 쪽 수리는 동아기계', '동아기계 사장이 못쓴다고 하면 정말 못쓰는 기계다'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많은 신뢰를 보내주십니다."
"힘 닿는 데까지 일하고 싶습니다, 천직이니까요"
수리 능력이 타고난 임재천씨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마음 놓고 일을 대하진 않는다. 끊임없는 분해 작업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고 관련 공부도 매일 꾸준히 한다고.
"숙련은 기본입니다. 사소한 부분들도 분해를 하고 꼼꼼히 수리를 하면서 기술들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죠. 어떤 일이든 그 정도의 노력을 거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또 중요한 것은 잘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고친 기계를 손님이 앞으로 유의하면서 잘 쓰도록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쓰는 사람이 제대로 못쓰면 결국 못 고치는 사람이 되잖아요."
백전 출신인 임재천씨가 가게를 차린 건 29살 때의 일이다. 이전에 형님의 소개로 몇 년간 한 수리 대리점에서 일한 경험이 그의 기계 수리 인생의 시발점이었다.
"형님의 소개로 한 수리 대리점에서 일하게 됐는데 당시 사장님 친구들이 이제 막 들어온 저를 두고 '한 달 안에 그만둔다', '아니다, 3일 안에 그만둔다'며 자기들끼리 내기를 하시더라고요(웃음). 결국 6년 넘었나, 계속해서 버티니 그쪽에서도 '너도 어지간한 놈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저는 일찍 결혼해서 아기가 있다 보니 최대한 빨리 무언가를 해야겠다 싶어 일을 좀 일찍 배웠는데 나중에는 이것이 천직을 찾는 길이었던 거죠."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좋아하는 수리 일을 하며 팽팽한 삶을 보내고 있는 임재천씨. 지금도 만만치 않은 근무시간인데 예전에는 18시간씩 몸이 고장 날 정도로 일했다고 한다. 그만큼 일에 큰 의욕을 보여왔던 그다. 세월은 앞으로도 흐르겠지만 임재천씨의 열정이 꺾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는 늙어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요. 물론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 환경도 많이 달라져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 닿는 데까지 계속하고 싶습니다. 제 천직이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