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행정 개혁 과정에서 읍·면·동사무소의 남는 공간에 문화·복지·여가 등을 위한 각종 시설을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의 현안과 지역 발전 등을 논의하는 참여 자치의 공간으로 '주민자치센터'를 설치하였다.
이 주민자치센터에는 읍·면·동사무소별로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운영되었다. 주민자치위원회 활동은 시범 실시 과정을 거쳐 2003년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주민자치위원회의 문제점은 위원 구성에서 공정성과 민주성·대표성이 부족하고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과 자율성이 미흡하며, 주민자치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 등이다. 이와 같은 한계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주민자치위원회는 점차 주민자치회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
풀뿌리 주민자치회의 위기
주민 주도의 풀뿌리 자치 활성화를 표방하며 고양특례시내 각 동의 주민자치회가 출범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지만, 수많은 과제를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고양시의 정책 변화로 인해 주민자치회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고양시 주민자치는 과연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17일 오후 6시반 고양시 동구 소재 사과나무치과병원 별관 강의실에서 '고양시 주민자치, 정말 '자치'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108회 고양포럼>이 열렸다.
이날 주제발표는 임현철 창릉동주민자치회장(덕양구주민자치협의회장)이 맡았고 토론에는 서호철 고양시주민자치협의회장, 송규근 고양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위원장,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이 나섰다.
임현철 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표류하는 고양시 주민자치회는 "정책(행정)의 난맥상 노정을 걷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는 "'인센티브&패널티' 적용한 보조금 차등 지급으로 주민자치회의 자율성 위축이 우려된다"며 "주민과 협의 없는 심사기준 적용과 동 별 갈라치기 부추김으로 고양시 하부조직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자치회 정책(행정)의 여러 난맥상이 노정되고 있고 갈등 조정 기능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에 따라 시장이 바뀔 때를 이야기하며 "정치세력에 따라 주민자치의 내용도 바뀌는 경우가 많았고 사업의 외주화, 자치회 이슈에 대한 현상파악 미흡과 주민자치위와 동 행정복지센터와의 불편한 관계, 주민자치위원 선발 과정 등도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임현철 회장은 "추진력 확보, 일관된 행정, 주민의 참여의 3요소로 시그니처 사업을 육성시키고 경험 나누기, 지식 나누기, 마음 나누기 등으로 자치역량 강화를 위한 발상의 전환을 하며, 시협의회 제도화로 자치 기반을 확대하자"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자치회의 자율성 확보와 시스템화 필요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서호철 고양시주민자치협의회장은 "'자치'보다는 '관치'에 부응하는 경향이 존재하고 공무원 의존도가 높아 '자치기구'라기보다는 '비공식단체'라 부르는 게 낫다"라며 "경기도의 일부 시군처럼 주민자치회 관련 내용을 시 조례에 명문화시켜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은 "지속발전 가능한 주민자치회를 위해서는 자치회의 자발적 민주적 체계 마련, 주민의견의 결집과 의제의 입법화, 수직적, 수평적 갈등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규근 고양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위원장은 "현 고양시장 부임 이후 시 공무원들의 관료화와 주민들을 계도 대상으로 간주하는 등 주민자치회의 운영상 제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시 협의회의 활성화와 자치회의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고 주민자치회 수탁사업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성회 고양시갑 국회의원은 "탈중앙화를 걷는 글로벌 추세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중앙 관료의 지방행정기관과 주민자치기구에 대한 통제가 강하다"라며 "지역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고양신문 이영아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역행정기관이 예산 축소와 갈라치기 배정으로 고양시 주민자치의 근본을 훼손하고 있다"라며 "각 주민자치협의회와 시청의 담당 부서간 긴밀한 협조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