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이란 단어는 교육계에서 빠질 수 없는 화두다. 말 그대로 특정 한 과목에 치우진 교육이 융합을 통한 다방면 학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어휘 능력이 부족하면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말도, 미술 영역과 체육과 관계성도 솔솔 풀어낼 만큼 융합 교육을 했다. 이런 분위기기에 최근 한 용어가 더 추가됐다. 스마트다. 과학 기술 발전에 맞춰 교육계도 변화를 일궈왔다.
스마트한 학교의 변화
교육 시스템 구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력 및 기기 확충에 더해 공간을 포함한 기반 시설도 있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밝힌 2023 경기형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추진 기본계획을 보면 이런 내용을 확인된다.
도는 미래 교육 변화를 지원하는 통합적인 학교 환경 조성을 위해 '공간재구조화-그린-스마트-시설복합화-안전' 연계 종합적인 미래학교환경 디자인 통한 미래학교 환경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우수 사례 발굴을 물론 경기형 특화사업으로 40년 이상 건물동 개축 또는 리모델링으로 경기형 미래학교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맞춰 도교육청은 올해 45개 학교를 대상으로 스마트 학교 개선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학교 시설 활용 방안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변수는 학생 수다. 전국적으로 학생 수 감소는 추세라고 할 만큼 일시적 현상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지역 소규모 학교부터 폐교가 시작되더니 급기야 시내 한가운데 있는 학교도 폐교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기 용인시도 마찬가지다. 기흥구 신갈동에 자리한 2022년 폐교한 기흥중학교를 떠올려 보면 상황이 쉽게 이해된다.
용인시는 특히 급격한 인구 증가로 학교 신설 당시부터 학생수요조사에 어려움을 겪어 개교 이후부터 사용되지 않는 교실이 있는 학교도 발생했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는 꾸준한 학생 증가로 이른바 콩나무 시루 같은 과밀학급 신세를 면치 못했다.
최근 들어 학생 수 감소는 용인시 학교 상황에도 큰 변화를 줬다. 학급당 학생 수는 꾸준하게 줄어 교육 여건이 상당히 개선됐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일부 학교는 빈 교실이 늘어났지만, 다른 학교는 증축해야 할 만큼 학생 수가 꾸준히 늘었다.
빈 교실 부족한 학교,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
빈 교실 활용 방안은 물론이고, 증가하는 학생을 수용할 교실도 필요했다. 여기에 더해 교육환경 변화에 맞춘 다양한 시설 증축도 필요했다. 제한된 학교 부지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빈 교실이 남아 있는 학교는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없는 경우는 공간 확보가 필수다.
용인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립에 맞춰 개교한 학교가 다수다. 그렇다 보니 기존에 예정된 학교 부지 외 다른 공간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활용할 수 있는 공간마저도 없다. 눈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결국 운동장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위성지도를 통해 2008년 이후 용인시 주요 학교 운동장 현황을 살펴보니 다수 학교 운동장 변동이 확연히 드러났다.
역사가 100년을 넘긴 기흥구 신갈초는 2008년과 최근 상황을 비교해 보면 운동장은 한쪽이 줄었다. 그만큼 공간에는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다. 신갈초는 실내체육관이 있어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학생들 외부 활동에는 분명 변화가 생겼다.
2004년 개교한 기흥구 갈곡초는 당시 11학급으로 편성됐다. 이후 급격한 증가로 최대 36학급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는 23학급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규모가 있는 학교다. 이 학교 변동을 위성사진으로 보면 2008년과 비교해 2022년부터 운동장이 반가량 줄었다. 학교 현황을 보면 2022년 '꿈마루 체육관'을 증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지초는 위성사진 판 자체가 달라졌다. 수지초는 1932년 개교 이후 꾸준히 증축을 해오다 2019년 사실상 신축에 가까운 대대적인 개축이 이뤄졌다. 기존 학교 내 사진과 최근 사진을 비교해 보면 전체 부지 변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건축물은 늘었으며, 운동장은 눈에 띌 만큼 줄었다.
이는 초등학교만 상황이 아니다. 수지구에 있는 서원중고등학교는 실내체육관 건립으로 운동장 규모가 크게 줄었다. 특히 서원중은 운동장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최근 신갈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운동장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 관련 사업 시설 구축 영향 때문이다.
운동장 점령하는 차량 주차 빈번
운동장 용도가 상실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6학년을 만나 확인한 결과 5년 동안 운동장에서 수업을 진행한 것은 1년에 서너 번이 채 되지 않는단다. 그나마 2~4학년 때는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사용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학교 시설 증축으로 운동장 주변은 물론이고 내부까지 차량이 오가는 경우가 있어 운동장 활용도는 급격히 낮아졌다.
실제 학기 초나 학교 행사가 있으면 교내에 마련된 주차장은 물론 운동장 일부는 임시 주차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나마 운동장 규모가 넓으면 공간을 최대한 구분해 학생 안전을 넘어 놀이도 가능하지만, 최근 추세는 운동장은 잉여공간 수준이다.
기흥구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최아무개양은 "수업 시간은 물론 방과 후에도 운동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다. 5년 학교에 다니면서 학교가 준비한 행사 외에는 대부분 실내나 학교 밖에서 체육활동을 했다"라며 운동장 필요성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수지구 한 초등학교 6학년인 박 모 군은 "주변에서 축구나 스포츠 활동을 할 만한 곳이 많이 없다.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운동을 같이 하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방과 후에는 운동장에서 노는 것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20~30년 전만 해도 학교 운동장은 복합 놀이공간 역할을 제대로 해왔다. 수업 시간은 물론 방과 후에도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운동장을 기억하는 마을
무엇보다 매년 운동장에는 학부모로 가득 찼다. 운동회를 보기 위해서다. 마을 행사를 열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있는 공간이 부족한 시절 학교 운동장은 더 없이 활용도가 높았다.
수지구 풍덕천동에서 만난 유화영(58)씨는 "예전에는 학교 운동장에 가면 애들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운동회 때는 동네 사람들 하나도 빠짐없이 모인 것만큼 시끌시끌한 공간"이라며 "애들 학교 보낸 이후 솔직히 학교 운동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운동회를 하는지 체육시간에 운동장에서 달리기는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용인초등학교 출신이라고 밝힌 박도식씨는 "집에서 내려다보면 학교가 보인다. 학교 오가는 애들 보면 반갑다. 예전에는 조회나 체육 시간 각종 행사 때문에 방송 소리가 들렸는데 요즘은 조용하다. 요즘 애들은 물론 세월이 흐르면 흘러갈수록 운동장은 필요 없는 공간이 됐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