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한국 시각) 새벽 북한 국빈 방문에 나서 평양에 도착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오전 2시 46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북한 수도 평양에 도착했다"라고 확인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받아 18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으나, 푸틴 대통령이 예정보다 늦게 평양에 도착하면서 하루 일정으로 줄었다.
푸틴-김정은, 9시간 함께하며 '밀착' 과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극동지역 사하(야쿠티야) 공화국 야쿠츠크를 방문한 뒤 전날 밤 전용기를 타고 북한으로 이동했다. 푸틴 대통령이 사하 공화국을 방문한 것도 10년 만이어서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새벽 시간에도 직접 공항 활주로에 나와 푸틴 대통령을 영접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타스 통신은 "이번 방북의 실질적인 일정은 19일 시작된다"라며 "두 정상은 최소 9시간 이상 함께 보내면서 회담하며 여러 공동 문서에 서명하고,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언론에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찾아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하고 북러 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정상회담,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정상회담에 이어 세 번째다. 북한은 2020년 코로나19로 국경을 폐쇄한 이후 처음으로 외국 정상을 맞이하게 됐다.
두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필요한 군수품을 북한으로부터 수입하고,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무기 제조를 전수 받는다는 의혹이 나온다.
북러 군사협력 수준에 국제사회 '촉각'
특히 이번 회담에서 북러 관계를 격상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할 예정이며, 북러가 1961년 옛 소련과 북한이 체결한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에 포함됐다가 1996년 폐기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되살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CNN 방송은 "평양은 푸틴 대통령을 환영하는 러시아 국기와 포스터가 거리를 장식했다"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이번 만남은 전 세계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북한에서 무기를 조달해야 한다는 신호이자,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외국 정상을 맞이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은 21세기 들어 유일하게 핵무기 실험을 한 북한을 러시아가 어디까지 지원할지 알아내고 싶어 한다"라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북한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러시아는 세계에서 북한과 수교한 첫 국가"라며 "러시아는 북한이 국가 경제를 일으키고, 의료 시스템을 만들고, 과학과 교육을 발전시키고, 전문 행정 및 기술 인력을 양성하도록 도왔다"라고 관계를 강조했다.
이어 "나와 김 위원장의 노력이 양국 간 상호 작용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호혜적이고 평등한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방북 일정을 마친 뒤 19일 오후 베트남을 1박 2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