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던 천공이 석유 시추는 반대하는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천공은 17일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참석자로부터 "최근 영일만 부근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있는데, 정말 석유가 나온다면 우리 국민 모두에게 희망이 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에도 K 바람이 불 수 있는지 기대해 봐도 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천공은 "내가 말을 잘못하면 또 얻어터져야 한다. 세상이 나를 그렇게 가지고 흔들려고 한다"는 말로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앞서 천공은 윤 대통령의 석유 매장 가능성 발표 전인 지난달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에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느냐"라고 묻는 말에 "우리가 뭐 산유국이 안 될 것 같아? 앞으로 돼"라고 답변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의 석유 발표가 천공의 작품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천공은 또 대통령 발표보다 5개월 앞선 지난 1월 촬영된 영상에서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고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천공 "석유 나오면 일 안 하고 놀러만 다닌다. 석유 안 나오게 해야 한다"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을 묻는 말에 대한 천공의 답변은 "대한민국에 먹을 게 많으면 전부 놀러 다닌다"는 말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천공은 "대한민국에 지하자원이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이거는 건들지 않아야 된다"라면서 "그냥 가지고 있는 자체로 에너지인데, 에너지를 파면 그 에너지가 약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석유가 많이 나오면 돈이 엄청나게 벌리고 대한민국 사람이 다 놀고먹는다"라며 "아무도 일 안 하면 사람들이 멍텅구리가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석유 많이 나오는 나라들이 국민들을 잘 관리를 못한다"라면서 "돈은 많은데 그래서 분열이 일어나고 이상한 일들이 생기고 전쟁이 일어나고 난리가 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시추 작업을 하면 빨리 찾아지지만 석유가 나오면 일 안 해도 먹고 산다. 절대 석유 안 나오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천공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석유 시추했다가 막상 석유가 안 나올 것에 대비한 발언 아니냐"라는 반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에게 석유 언급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지난 13일 천공과 만나 '대통령이 지난 1월에 찍은 천공의 영상을 본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천공이 "모른다"라고 답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천공은 '최근에 대통령과 연락은 해봤냐'라는 질문에도 "없다"라고 짧게 답했다고 합니다.
이날 <민들레> 김성진 기자가 천공을 만난 곳은 경기도 의정부지법 남양주 지원입니다. 천공이 자신의 과거 범죄이력 등을 보도한 기자들을 고소한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것입니다.
<민들레>는 천공이 '주식회사 정법시대와 재단법인, 문화재단을 사실상 운영하는 사람이 맞느냐'라는 변호사의 반대신문에 "제 명의가 아니다"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전했습니다.
천공 가라사대...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일치?
천공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손바닥에 '王'(임금 왕) 자가 찍힌 사실이 밝혀지면서입니다. 당시 윤 후보가 역술인의 조언을 들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웃 주민이 손바닥에 글씨를 써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후 유승민 후보가 천공을 아느냐고 질문했고, 윤 후보가 본 적이 있다고 답하면서 윤 대통령과 천공의 관계가 알려졌습니다.
천공은 YTN과 한 인터뷰에서 "(김건희씨가) 연락이 왔다 해서 그러면 내가 있겠다고 해서 만났는데, 만날 때 윤 전 총장도 같이 왔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부인(김건희)과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지금은 잘 만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천공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몇 차례 그의 발언과 유사한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천공은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에 대해서 '기자들의 질문 수준이 낮다'며 부정적인 의사를 나타냈고 얼마 뒤 대통령실은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월에는 "모든 경기도를 통합해서 대한민국 수도 서울로 만들어야 한다"며 "경기도를 수도권이라 하지 말고 수도 서울로 바꿔서 설계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해 국민의힘은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했습니다.
천공은 2021년 4월에 "상속세가 60% 되면 안 된다. 국가에서 넘겨받는 거는 30% 밑으로"라며 상속세 인하 발언을 했습니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지난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현재 6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3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말했습니다.
'영부인이 바빠야 한다'는 영부인 외교론, '일본에 고마워해야 한다'는 친일론 등 이른바 '천공 가라사대'가 현실이 되면서 일각에선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천공의 관계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습니다.
일부 누리꾼은 천공의 발언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석유시추를 하면 안 된다는 발언도 그런 의도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