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6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결과 한국이 67개국 중 20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정책기조에 따라 기업효율성 제고를 더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 덕분에 기업효율성이 제고돼 높은 국가경쟁력 순위를 받았다고 자화자찬한 것입니다.
'자화자찬' 국가경쟁력 순위 받아쓰기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기획재정부가 국가경쟁력 순위 관련 보도자료를 낸 6월 18일 지상파3사와 종편4사 저녁종합뉴스, 다음 날인 6월 19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을 살펴봤습니다.
방송은 KBS와 TV조선만 보도했습니다. 특히 KBS는 7번째 꼭지로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신문은 한겨레를 제외한 모든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16면), 동아일보(10면), 중앙일보(14면)와 달리 조선일보(5면), 한국일보(2면), 매일경제(2면), 한국경제(3면)는 비교적 앞쪽 지면에 배치해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KBS, 윤석열 정부 띄워주려다 평가정보 왜곡
KBS는 <국가경쟁력 20위 '껑충'…"기업 효율성 개선">(6월 18일 박찬 기자)에서 "설문에 참가한 전 세계 기업인"들이 "한국 정부의 규제완화와 기업지원 확대를 높이 평가"한 결과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세계 20위라는 평가결과"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1월 4일 민생토론회에서 "올해는 더 과감하게, 더 단호하게 규제를 풀 것"이며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기업 활동하는 데 불편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겠다"고 한 발언을 들려줬는데요. 윤석열 정부의 "기업 우호적인 정책과 정부의 지원 의지"가 "한국이 20위로 올라선 배경"이라고 평가한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국가 경쟁력, 8계단 올라 20위 '역대 최고'>(6월 19일 권순완 기자)에 따르면, 국가 경쟁력 순위는 "총 366개 세부 항목에 대한 평가로 결정되는데, 그 가운데 244개는 통계 등 객관적인 지표"지만 "92개는 해당 국가 기업인들에 대한 설문 조사"로 이뤄집니다. KBS는 "설문에 참가한 전 세계 기업인"들이 "한국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기업 지원 확대를 높이 평가"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해당 국가 기업인 즉 한국 기업인들의 평가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기업지원 정책을 칭찬하기 위해 국가경쟁력 조사의 기본정보마저 왜곡한 것입니다.
조선일보, 보도자료 베끼며 '역대 최고' 강조
기획재정부는 또한 "우리나라는 '23년 대비 8단계 상승하며 67개국 중 20위로 '97년 평가대상에 포함된 이래 최고 순위를 기록"했으며 "30-50클럽(국민소득 3만달러&인구 5천만 이상 국가) (7개국) 중에는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효율성 분야는 10계단 상승하며 종합순위 상승을 견인"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 <국가 경쟁력, 8계단 올라 20위 '역대 최고'>(6월 19일 권순완 기자)에서 "1997년 한국이 평가 대상에 포함된 이래 가장 높은 순위", "한국은 '30-50 클럽(1인당 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7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라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자료 내용을 그대로 옮기며 "역대 최고", "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가경쟁력 순위 상승을 놓고는 "국내 기업이 주관적으로 체감하는 '경영 환경'이 개선됐기 때문", "정부‧기업 효율성이나 인프라 등 '기업 하는 환경'에 대한 국내 기업 설문 조사에서 긍정적인 응답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통계 등 객관적 지표가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주관적 설문조사 결과로 순위가 대폭 상승한 셈인데요. 조선일보는 순위 상승이 객관적 지표보다 주관적 설문조사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은 명확히 짚지 않았습니다.
반면 한국일보는 <한국 국가경쟁력 28→20위 '역대 최고', '객관적 지표' 경제성과‧조세정책은 하락>(6월 19일 변태섭 기자)에서 국가경쟁력 평가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설문조사 의존도가 크고 설문조사 특성상 국가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각 기업인이 자신의 사업 환경에 따라 답할 가능성이 높다"며 "지표를 끌어올린 상당 부분이 설문조사에 근거를 둔 만큼 실질적인 국가경쟁력으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국가경쟁력 평가의 한계를 언급한 언론은 한국일보뿐입니다.
조세정책 순위하락 호들갑, 정부 세제개편 발맞추기?
기획재정부는 이번에 "(소득세와 법인세 등) 조세부담 증가가 (조세정책 부문에서) 큰 폭의 순위 하락"을 이끈 만큼 세제 합리화 등을 통해 국가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는 입장도 밝혔는데요. 그러자 상당수 언론이 정부 기조에 발 맞춰 세제개편을 주문하고 나섰습니다.
KBS는 <국가경쟁력 20위 '껑충'…"기업 효율성 개선">(6월 18일 박찬 기자)에서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나 AI 때문에 첨단 산업 관련된 기업들에게는 세금을 감면해주고 있는 추세에 비해서는 우리나라의 감면이 미흡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발언을 조세정책 부문의 순위 하락 원인으로 제시하며 기업 세제개편을 주문했습니다.
TV조선은 <국가경쟁력 28위에서 20위로…'역대 최고'>(6월 18일 송병철 기자)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등 세금 부담이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상속세, 법인세 등에 대한 세제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국가 경쟁력, 8계단 올라 20위 '역대 최고'>(6월 19일 권순완 기자)에서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세부 항목에서 한국 순위는 67국 중 58위"인데 "기업들의 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그만큼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도 비슷한 주장을 냈습니다.
한국경제는 <사설/국가경쟁력 갉아먹는 세제, 22대 국회의 최우선 개혁 과제다>(6월 19일)에서 "조세정책이 26위에서 34위로 추락"한 데는 "주요 선진국이 법인세와 소득세를 완화한 것과 반대로 한국만 청개구리처럼 세 부담을 강화해온 탓"이 있다며 "이런 '징벌적 조세'로 우리 기업과 국가가 경쟁력을 가지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여야에 국회 최우선 과제라며 세제개편을 강력하게 주문했습니다.
이처럼 KBS, TV조선과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대로 국가경쟁력 평가 중 조세정책 순위 하락을 크게 부각하며 세제개편을 주문했습니다.
IMD 평가 실질 반영은 오산
한국일보는 <한국 국가경쟁력 28→20위 '역대 최고', '객관적 지표' 경제성과‧조세정책은 하락>(6월 19일 변태섭 기자)에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조세정책 순위 책정의 근거를 설명했습니다. "재정 등 5개 세부 항목 중 조세정책에서만 순위가 하락(26위→34위)"했는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의 조세부담이 높을수록 조세정책 순위는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즉 조세정책 순위는 '기업의 조세부담'에 따라 좌우되는 세부항목인 것이죠.
올해 발표된 국가경쟁력 평가는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세부담 등 각종 수치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월 1일 개정된 「법인세법」 제55조에 따라 법인세율을 과세표준 구간별로 1%씩 인하해 최저 9%에서 최고 24%까지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대기업 세금 부담 줄고, 중소‧중견기업은 '껑충'…왜?>(2023년 8월 24일 박종오 기자)에서 "현 정부 출범 직전 해에 기업의 소득에 견준 세부담이 대기업은 각종 세금 공제 영향으로 줄었다"며 "현 정부 들어 대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공제를 공격적으로 확대한 터라, 대기업들의 실질 세부담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언론이 국가경쟁력 평가 중 2022년 GDP에 근거한 조세정책 순위 하락을 두고 '기업 세부담 낮추기 세제개편'을 주문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세제 합리화' 기조에 발맞춘 호들갑이란 비판도 무리는 아닙니다.
조세금융신문은 <이슈체크/한국 언론이 쩔쩔매는 IMD 국가경쟁력 순위…글로벌은 '무관심'>(2023년 6월 20일 고승주 기자)에서 "IMD는 국가경쟁력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평가하는 것"으로 "실질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일갈했습니다. "IMD에서 상위 10개국을 차지했다고 해서 OECD 주요 10개국보다 국가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아무리 경영전문인이라고 해도 다른 전문 분야에 대해선 문외한들인데 단순히 한두 개로 규정할 수 없는 국가경쟁력 요소를 설문 한두 개로 평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뉴스톱 역시 <팩트체크/IMD 국가경쟁력평가는 주관적 평가다?>(2023년 6월 28일 최은솔 기자)에서 "IMD 평가는 종합적으로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냐를 판단하고자 설계된 조사"로 "경제 규모와 관계없이 IMD가 집계한 지표가 잘 나온 국가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국가마다 중요시하는 평가항목만 참고하면 되고 각 국가 상황에 맞지 않는 평가 결과는 무시하면 되는 것"이라며 법인세 항목(조세정책)을 예로 들었습니다. "법인세 항목(조세정책)은 경영자를 위한 단체인 IMD 속성상 0%에 가까울수록 더 높은 순위"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KBS와 조선일보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속성이나 국가경쟁력 평가 중 '조세정책(법인세 항목)'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정부 주장에 따라 '기업 세부담을 낮추기 위한 세제개편'을 부르짖은 셈입니다.
* 모니터 대상
① 방송 : 2024년 6월 1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② 신문 : 2024년 6월 1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