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베트남 방문이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안보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각) "푸틴 북한을 끌어안고 베트남과의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면서 대만과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긴장이 팽팽한 아시아를 혼란스럽게 했다"라고 전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 강화 등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러시아까지 뛰어들면서 인도·태평양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커졌다는 비판이다.
"러, 불량 국가들 우두머리 나선 것"
NYT는 "푸틴이 미국을 화나게 하고, 중국을 약하게 만들고,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국제사회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도·태평양 국가들을 흔드는 데 사흘이면 충분했다"라며 북한·베트남 방문을 평가했다.
또한 "푸틴의 이번 순방은 과감하고 파괴적이었다"라며 "미국과 중국 사이 신냉전으로 프레임화한 패권 다툼이 실은 덜 이분법적이라는 것을 보여줬고, 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더 깊은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 중심에는 북한이 있다"라면서 "정기적으로 이웃 국가를 위협하는 불량 핵보유국이 러시아의 군사 지원과 상호방위 협정으로 힘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과 일본 당국자들은 경악했다"라면서 "두 나라는 최근 몇 달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사가 눈에 띄게 적대적으로 변하면서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논의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푸틴이 아시아 내 활동이 늘어난 것을 "최악의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며 "러시아는 핵을 개발하면서 핵비확산 조약을 위반하고,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불량 국가의 우두머리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터 테쉬 전 주러시아 호주 대사도 "푸틴은 세계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좋아한다"라며 "그는 다른 나라를 혼란에 빠뜨림으로써 러시아가 이익을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푸틴이 원하는 것 줄 수 있는 나라"
또한 푸틴 대통령이 평양 공항에서 자신을 맞이한 김 위원장과의 유대를 보여준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지 않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좌절감의 표시일 수 있다고 분석도 있다.
다만 NYT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분명히 러시아 편에 섰고, 지난달 푸틴이 중국을 방문했었다"라며 "전문가들은 푸틴의 북한 방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난감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둘 사이의 관계에 큰 단절이 생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새뮤얼 그린 교수는 "푸틴은 중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라도 얻으려고 할 것"이라며 "무기, 노동력, 미국과 싸우겠다는 의지 등 푸틴 희망 사항을 충족하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은데 이란과 북한이 그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NYT는 푸틴 대통령의 북한 끌어안기가 아시아 군비 경쟁을 부추긴다면 러시아도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컨대 러시아가 북한이나 베트남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다면 국제사회 제재와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러시아 경제에 꼭 필요한 수입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국방·안보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데릭 그로스먼은 "베트남은 수년간 지상군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았지만, 곧 그렇게 될 것"이라며 "베트남이 새로운 러시아 탱크를 구매하는 것을 보게 된다는 뜻"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