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s' Climate Vote 2024
지난 20일 유엔개발계획(UNDP)과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가 공동으로 발표한 전 세계 여론조사 결과보고서의 제목이다. 과연 'peoples'라는 단어를 어떻게 번역할지를 두고 고민하다 본문의 뉘앙스를 살려 '세계 시민 기후투표'라고 옮겨본다. 보고서 서두에 아힘 슈타이너 유엔개발계획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
여론조사의 결과는 크고 명확합니다. 전 세계 시민들은 그들의 리더들이 지정학적 차이를 극복하고 기후변화 전선에서 지금 당장, 더 과감하게 행동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결코 지나친 게 아니었다. 이번 조사는 세계 인구의 87%가량인 77개국에 사는 7만 3765명에게 87개 언어로 기후변화에 대한 15가지 질문에 대한 견해를 물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독립적 여론조사였다. <옥스퍼드 뉴스>가 밝힌 이번 조사의 주요 결과는 이렇다.
전 세계적으로 80%의 사람들이 (자국) 정부가 기후 위기에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보다 많은 86%의 응답자들은 지정학적 차이를 초월해 (각국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해 함께 협력하기를 원한다. 갈등이 증가하고 민족주의가 부상하는 현재의 글로벌 상황에서 (협력을 원하는) 응답의 규모는 특히 놀랍다. (옥스퍼드뉴스, 2024.6.20)
보고서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더 의미심장한 결과를 만나게 된다.
어떻게 조사했을까
이번 조사는 무작위 휴대전화 조사인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으로 진행됐다. 유엔개발계획이 돈을 대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 지오폴(GeoPoll)이 조사를 담당했다. 사실 3년 전인 2021년에도 '세계 시민 기후 투표'라는 똑같은 제목의 설문조사가 나왔었는데, 이 조사는 모바일 게임 애플리케이션 광고를 통해 참가자를 모은 온라인 조사이다 보니 50개국 120만 명 중 절반 가까운 50만 명이 18세 이하 청소년이었다는 점에서 신뢰성의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석대로 RDD 방식을 채용했고, 두 조사 간의 결과 비교는 의미가 없다.
조사 기간은 작년 9월에 시작해서 올해 5월에 끝났는데 보통 나라별로 시작부터 종료까지 30~40일 안에 끝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올해 2월 19일부터 4월 4일까지 조사했는데, 콩고민주공화국은 작년 8월부터 9월, 아프가니스탄은 작년 10월부터 11월까지 조사했다. 조사대상 선정은 연령과 성비 등 인구통계학적 기본을 지켰고 조사대상 국가는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 작은 섬나라 등의 균형을 맞추려 애쓴 것 같다. 77개국에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무작위 휴대전화를 걸어 약 190만 명을 통화했고 응답률은 6.8%로 결국 7만 3765명의 응답이 채택되었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각각 900명씩을 전화했고 응답률은 각각 5.2%와 5.7%로 나온다. 추가보정은 없었다. 조사를 총괄한 옥스퍼드 대학 사회학부의 스티픈 피셔 교수는 이렇게 평한다.
이 정도 규모의 조사는 엄청난 과학적 노력이었습니다. 엄격한 방법론을 유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의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을 포함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도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중의 의견에 대한 최고 품질의 글로벌 데이터 중 일부입니다. (옥스퍼드뉴스, 2024.6.20)
온실가스 많이 배출하는 나라일수록, 여성일수록 더 강력한 기후대응 원해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정부가 기후대응을 더 강하게 해야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큰 것으로 나왔다.
미국과 러시아의 66%, 독일의 67%, 중국의 73%, 남아프리카공화국의 77%, 그리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77%에 이르는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20개국에서 보다 강력한 기후 조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브라질 85%, 이란 88%, 이탈리아 최대 93%였다.(옥스퍼드뉴스, 2024.6.20)
또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5개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에서는 남성보다 여성들이 기후대응을 더 강력하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주요 배출국(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미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10~17%포인트 가량 더 자국의 기후대응 강화를 선호했다. 이러한 격차는 독일에서 가장 컸고 독일 여성(75%)이 독일 남성(58%)보다 17% 포인트 더 높았다.(옥스퍼드뉴스, 2024.6.20)
산유국에서도 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 요구 비율 높았다
석탄, 석유, 가스에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72%였고 전혀 바꿀 필요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7%에 불과했다. 놀라운 점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터키 등 석유, 석탄, 가스 산유국의 국민들 역시 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을 높은 비율로 선호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석유, 석탄, 가스를 생산하는 상위 10대 국가 시민들도 큰 비율로 재생에너지로의 빠른 전환을 요구했으며 나이지리아와 터키의 89%, 중국의 80%, 독일의 76%, 사우디아라비아의 75%, 터키의 69% 등 대다수를 차지했다. 호주와 미국 인구의 54%가 빠른 전환을 요구했다.(옥스퍼드뉴스, 2024.6.20)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에너지 전환을 할 필요없다고 답한 비율은 단 1%에 불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태양광과 그린수소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건물분야 에너지효율 향상 노력, 전 국토 100억 그루 나무 심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고 있다.
기후 불안, 작년보다 올해가 더 걱정이다 53%
기후변화에 대해 얼마나 자주 생각하고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56%가 매일 혹은 매주 기후를 염두에 둔다고 답했다. 그런데 기후가 걱정이 되고 내 삶의 중요 변수라고 답하는 비율은 어려운 나라일수록 섬나라일수록 컸다.
전 세계적으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작년보다 더 걱정한다고 답했다(53%). 해당 수치는 최빈국(59%)의 경우 더 높았다. 조사에 참여한 9개 군소도서개도국(SIDS) 전체에서 평균적으로 71%가 기후 변화에 대해 작년보다 더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 세계적으로 69%의 사람들이 거주지나 직장과 같은 중요한 결정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빈국(74%)에서 더 높았지만, 서유럽과 북부 유럽(52%), 북미(42%)에서는 특히 낮았다. (옥스퍼드뉴스, 2024.6.20)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는 정부가 더 강력한 기후대응을 해야 한다는 비율이 88%로 세계 평균보다 앞섰다. 반면 정부가 매우 잘 대응하고 있다는 비율은 13%로 평균 이하였다. 80%가 재생에너지로 빠르게(매우 빠르게 / 조금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답해 세계 평균보다 높았고 특히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91%로 역시 세계 평균보다 높았다. 학교 교육에서 기후변화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응답도 85%로 세계 평균보다 높았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번역기의 도움을 빌려 이번 조사보고서를 읽으며 든 생각은 이러하다.
- 기후대응에 있어 과학적 여론조사와 사회과학자들의 힘이 크다.
- 세계 시민들의 뜻은 명확했고 기후위기 앞에 단결하고자 한다.
- 우리나라에서도 기후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이다.
- 당당하게, 품이 넓게 배려하면서 함께 이 길을 뚜벅뚜벅 가보자.
[인용자료]
- 'Peoples' Climate Vote' Result (UNDP, University of Oxford, 2024.6)
(요약결과 및 원문보고서보기 : https://peoplesclimate.vote/ )
- '80 percent of people globally want stronger climate action by governments according to new survey' (University of Oxford 누리집 News, 2024.6.20)
- 김정수, '세계 시민 80% "더 강한 기후대응 필요"…미국·러시아는 66%뿐' (한겨레, 2024.6.21)
덧붙이는 글 |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방송인 '오늘의 기후'는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FM 99.9 O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됩니다. 최근 오늘의 기후 유튜브 독립채널이 개설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오늘의 기후 채널' 검색하시면 매일 3편의 방송주요내용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시청은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