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티슈 한 상자를 선물 받았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에서 엄마가 싸게 사서 주신 것이다. 제품에는 문제가 없고 포장이 뜯기거나 파손된 제품을 싸게 내놓은 건데, 당근에 항상 상주하다시피 하는 엄마가 산 것이다. 물티슈 없이는 못 사는 딸인 나를 위해서.
사실 물티슈는 편리하고 유용하지만, 환경 파괴 주범으로 꼽힌다. 나는 물티슈를 애용하지만 한번 쓰고 버리지 않는다. 이건 내 양심이다. 우리집에서 물티슈는 몇 번을 빨아 재사용되다가 마지막엔 창틀이나 신발장 모래를 닦는 데 쓰고 운명을 마감한다.
그렇다고 내가 재활용의 고수는 아니다. 정말 고수들이 이 글을 읽으면 비웃을 수도 있다. 물티슈를 재사용하기 위해 물로 빨면서도 재사용하는 게 환경에 좋을까, 아니면 빨기 위해 사용하는 물이 더 낭비일까 고민이 될 때가 많다.
애초에 일회용품을 사지 않는 것이 최선이긴 하지만 이렇게 덜컥 선물이 생긴 경우에는 최대한 여러 번 사용하고 버리려고 한다. 나는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족히 10번은 빨아서 재사용한다.
지금은 요구르트를 만들어 먹지만 예전 한창 사서 먹었을 때 버리지 못하고 끌어안고 지내는 용기들을 아직도 나의 선반이나 냉장고 안 반찬통으로 유용하게 써먹고 있다.
나도 예쁜 그릇, 아기자기한 수납통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번만 쓰고 버리자, 이번이 마지막이야' 하면서도 깨끗이 설거지해놓고 나면 또 버리기가 아까워서 뭐라도 담아둔다.
땅콩잼이나 딸기잼 병에서 나온 병뚜껑도 잘 버리지 않고 간장 종지 또는 수저받침으로 사용 중이다(아주 가끔은 왜 이걸 버리지 못해서 집 이곳저곳에 놓고 사는지 화가 날 때도 있다).
오늘 아침에 양치질할 때 거의 다 쓴 치약을 반을 동강 내서 칫솔을 집어넣어 후벼 파서 깔끔하게 다 써주었다.
배달 음식을 집에서 시켜먹은 적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환경보호, 절약하는 생활 습관은 계속 이어 나갈 생각이다. 다른 살림꾼보다 더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것은, 배달 음식을 내 집에선 구경한 적이 없다는 것.
아파트 분리수거 하는 곳을 보면 포장그릇의 일회용품이 매일 새로운 산을 쌓는다. 카페 테이크 아웃 커피는 유혹적이지만, 유혹을 잘 참고 지나쳐서 회사나 집에서 카누를 내 머그잔에 타 먹으면 그만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과대 포장의 주범인 과자도 아이들에게 안 사 먹인 지 꽤 되었다. 딸아이가 아토피이기도 해서, 적어도 최근 5년 이상은 집에서는 먹지 않았다.
지구도 살리고 돈을 아끼는 것도 이유이지만, 건강에 안 좋은 음식들이어서다. 집에서 요리할 때도 음식물 쓰레기를 거의 내놓지 않고 어떻게든 다 먹으려고 애쓴다. 환경을 생각하는 것 30%, 아까워서가 30%, 나머지는... 음식쓰레기를 차마 만지고 눈 뜨고 보는 게 어려워서이기도 하다.
작년 여름도 더웠지만, 집 에어컨을 거의 열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켰다. 게다가 30분 안쪽의 거리는 주로 걸어 다니려고 한다.
이런 나도 지구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행동들을 한다. 일단 물을 엄청 많이 쓰고, 샴푸나 주방 세제 등을 한 번만 누르지 않고 펌핑을 마구 한다는 점. 세탁기도 헹굼을 5번 한다니까 엄마가 한 소리 하셨다.
이제 6월인데 벌써 찌는 듯한 더위, 왔다 하면 퍼붓는 비…. 무섭다. 한때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나 살아있을 때까지만 지구가 폭발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죽기 전에 지구가 죽을 것 같다.
기후위기 시대에 한 명이 모든 것을 다 실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환경을 보호하고 실천하고, 생각한 걸 다 지키려면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어야 할 것이다. 사기 전에 꼭 필요한 물건인지 한 번 더 생각하고 있는 물건 닳아 없어질 때까지 재사용하며, 쓰레기가 최대한 생기지 않는 살림을 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재활용 비법들을 다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지속적인 실천을 하면 지구가 덜 아파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