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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말]
개가 아니라 '어떤' 개냐가 문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발언하는 모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발언하는 모습. ⓒ MBC
 
언론인에게 감시견(Watch dog)은 찬사다. 우리는 모두 감시견의 사명을 타고났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가운데 다섯 번째 원칙이 "기자들은 반드시 권력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자로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 14일 "언론은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판하자 논란에 불이 붙었다. YTN 기자 출신의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논란을 키웠다. "이런 언론 행태를 애완견이라 부르지 감시견이라 해줄까?"

이재명 대표가 받는 재판 가운데 하나가 대북 송금 재판인데 핵심 쟁점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에 보낸 800만 달러의 성격이 무엇이냐다.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재판에서는 이 돈이 쌍방울 주가 조작에 쓰였다고 판단했는데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재판에서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대가라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표의 불만은 언론이 '안부수 재판'과 '이화영 재판'의 차이를 이야기하지 않고 검찰 주장을 받아쓰고 있다는 것이다.

애완견 논란에서 이야기할 포인트

 
 6월 18일자 한국일보 칼럼과 5월 24일 대통령실 출입기자 만찬 모습.
6월 18일자 한국일보 칼럼과 5월 24일 대통령실 출입기자 만찬 모습. ⓒ 한국일보, 대통령실
 
첫째, 애완견이라는 비판이 부당한가. 그렇지 않다.
언론의 권력은 시민들에게 위임받은 것이고 진실과 공익에 복무할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 역시 고스란히 언론이 감당할 몫이다. 누군가에게는 감시견이고 누군가에게는 애완견일 수도 있다. 언론인은 애초에 칭찬 듣는 직업이 아니다. "얻다 대고 애완견이냐"고 발끈해 봐야 쪽팔릴 일이다.

둘째, 이 대표가 언론을 애완견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나. 당연히 누구에게나 있다.
이재명 대표가 갖는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안부수 재판'과 '이화영 재판'이 충돌한다는 사실은 그의 애완견 발언이 아니었다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SBS는 "주가 조작 의혹은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검찰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가 정정 보도를 내기도 했다.

셋째, 언론을 애완견이라고 비판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나. 그렇지 않다.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거대 야당의 대표지만 이재명 대표도 언론 보도의 피해자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언론 보도가 부당하다고 느껴진다면 얼마든지 항의할 수 있다. 언론 보도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고 반박하고 토론하면서 실체적 진실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넷째, 언론이 검찰의 애완견처럼 굴었나. 보기에 따라 다르다.
검찰의 언론 플레이가 법정에 가기도 전에 여론 재판을 만들고 정치를 뒤흔드는 현실에서 검찰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지 말라는 주장에 명분이 실린다.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과 대통령의 검사 선후배들이 주요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섯째, 이재명 대표도 비판의 대상 아닌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누가 판을 짜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대법원 선고를 앞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마찬가지지만 이재명 대표도 나올 때까지 털고 털어서 법정에 세운 상황이다. 잘못이 드러나면 감옥에 가겠지만 과연 이것이 정의가 작동하는 방식인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여섯째, 권력 비판을 제대로 하고 있나. 이건 언론인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이나 김건희 여사 디올백 논란 및 주가 조작 사건 등에서 언론의 비판이 부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이나 바이든-날리면 논란도 있다. 개별 언론 차원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 없던 건 아니지만 저널리즘은 협업 프로젝트다. 국민의힘 총선 패배로 드러난 민심의 이반에 언론 보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일곱째, 그런데도 왜 애완견처럼 보일까.
여전히 질문이 부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631일 만에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은 그래서 지금 디올백은 어디에 있느냐고 묻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빼라고 전화했는지 안 했는지 국민은 궁금해하는데 역시 질문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든 조국 대표든 필요하다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겠지만, 검찰이 늘 옳을 리 없고 애초에 정치적으로 독립돼 있는지 의문이고 절차와 과정에서도 여전히 의혹이 넘친다. 언론 보도에 이런 최소한의 문제의식이 빠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이 건네주는 계란말이를 받아 들고 함박웃음을 짓는 기자들이 주는 시각적 충격도 컸다.

사람들이 언론을 개로 부른다면 언론인 스스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감시견인가, 애완견인가. 발끈할 것 없다. 애완견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정환(슬로우뉴스 대표)입니다.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언론#검찰#이재명#애완견#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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