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2사단에서 가혹행위로 숨진 박아무개 훈련병의 어머니가 가해 중대장 구속에 반대한다며 유족에까지 패륜적 발언을 한 예비역 장군의 성우회(퇴역 장성 모임) 제명을 요구했다(관련기사: 하나회 출신 예비역 중장 "훈련병 중대장 구속하면 국군 패망"
https://omn.kr/296ea).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26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할 소리인가"라며 "장군씩이나 지냈다는 사람이 국민을 위한 희생과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도 구분 못하는 걸 보니 사람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군의 악습이 아주 뿌리가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문영일 예비역 중장은 지난 21일 가해 중대장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성우회 홈페이지에 "중대장을 구속하지 말라! 구속하면 군대훈련 없어지고 국군은 패망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전두환 등이 주도한 육군 사조직 '하나회'의 명단에도 이름이 오른 바 있는 그는 글에서 "군 검찰이나 군 사법체계가 아닌 민 사법체계가 전례 없이 훈련 중의 순직을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것에 대하여 크게 실망함과 동시에 크게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군사법원법 개정 등은) 종북좌익 정권 시절에 군을 약화시키기 위해 취해진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희생자의 가족들은 우선 혈육지정으로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고통을 당하면서 난감하기 그지없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운명이라 생각하라"며 "국군과 국가가 위로해 드림을 받으셔서 한동안의 실망을 극복하라"고 말했다.
또 "군인권센터라는 이상한 조직이 (중략) 국군을 적대시하며 이 사건에 개입해 어느 시정 사이비 반군단체보다 앞서 폭로성 보도자료를 남발했다"라며 "위국헌신하는 중대장의 위신, 즉 국군 간부의 위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군 위신 깎는 건 문영일... 임충빈 성우회장, 입장 밝히라"
박 훈련병의 어머니는 "도대체 군, 경찰, 예비역 장성에 이르기까지 가해자들을 두둔하고 지켜주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라고 지적했다.
어머니는 "문 중장의 입장이 대한민국 군을 이끌어 온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성우회의 공식 입장인지 궁금하다"라며 "성우회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 아들을 욕보이고 수많은 현역, 예비역 국군 장병과 그 가족의 마음을 난도질한 문영일씨를 성우회에서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도 보도자료를 통해 "군의 위신을 깎는 것은 중대장의 구속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군인권센터가 아니라 문영일과 같은 자들"이라며 "국민의 군대를 권력 탈취를 위한 놀이터로 만들며 깡패들마냥 사조직을 꾸렸던 쿠데타 잔당이 위국헌신을 운운하며 군의 미래를 염려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이 수십년간 수뇌부 자리에 앉아 군을 이끈 탓으로 우리 군이 생명과 인권을 경시하고 반복되는 사건, 사고에 속수무책인 DNA를 갖게 된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국민의 상식과 괴리된 군 일각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우회 홈페이지에 문영일의 글이 장시간 방치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제재, 통제도 가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볼 때 성우회 지도부가 문영일의 주장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며 "임충빈 성우회 회장은 육사 선배이자 성우회원인 문영일의 주장이 성우회의 공식 입장인지 밝히라는 유가족의 요구에 당장 응답하고 박 훈련병과 유가족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