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시위와 소녀상에서 피해자를 욕하며 일본군'위안부'가 거짓말이라 부르짖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할머니들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제정 31주년인 지난 11일 국회의사당을 찾은 이용수(96) 할머니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테러'를 비판하며 제도적 보완을 강하게 호소했다. 부산과 서울, 경기도 수원, 충남 홍성 등 전국에서 소녀상이 잇따라 수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소녀상 건립, 정작 우리 현실은?
최근 이탈리아 스틴티노시까지 소녀상을 건립하며 "잔혹한 전쟁 범죄의 피해자"를 기리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역사 부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대표적 사례인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은 철거 마스크와 검은 봉지가 씌워지고, 일본 맥주·초밥으로 모욕의 대상이 됐다.
심지어 관련 글이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버젓이 올라와 퍼지는 실정이다. 20~30대 4명이 침을 뱉고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2019년 안산시 소녀상 사태는 피해자들에게 무릎을 꿇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번엔 달라질 기미가 없다. '챌린지'를 내세워 사실상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탓이다.
막을 장치도 부실하다.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기념사업 조례'를 보면 시장의 보호·관리 의무가 명시돼 있으나, 별도의 행위자 처벌 규정은 없다. 아홉 명밖에 남지 않은 고령의 피해자들이 직접 대응하는 건 쉽지 않다. 결국 소녀상 조각가까지 저작권 위반 혐의를 제기하며 고소에 나섰다.
소녀상 모욕, 폄훼에 정부나 지자체, 국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할머니가 참여한 국회 기자회견의 내용도 더 방치하는 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현장엔 여러 국회의원이 함께해 힘을 보탰다.
야당은 개정안을 검토해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 광복절 전까지 22대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김용만(더불어민주당), 김선민(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이다.
김용만 의원실 관계자는 26일 <오마이뉴스>에 "소녀상 철거 주장이나 조롱, 폄훼가 도를 넘었다. 처벌이 필요한 문제라고 보고 법안을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 의원은 앞서 이른바 '친일파 파묘법'을 대표로 발의해 관심을 받았는데, 이번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로 눈을 돌렸다.
김선민 의원도 김용만 의원과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김상희(민주당) 전 의원 제출 법안을 더 보강한 게 특징이다. 김선민 의원실 관계자는 "피해자뿐만 아닌 상징인 소녀상까지 명시화하는 등 내용을 강화해 7월 중순 정도에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단체는 피해자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하루빨리 처벌의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이날 부산시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서는 부산여성행동 주최로 102차 수요시위가 열렸다. 현장에서 만난 장선화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노골적인 왜곡도 모자라 피해자, 소녀상을 공격해도 현재 법이 무용지물"이라며 "한시라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