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열차 여행은 특별하다. 차창으로 부딪치는 빗소리가 음악같다.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득한 옛날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때로는 꿈속을 여행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맑은 날 보다 비오는 날 열차 여행이 더 즐겁다.
지난 22일 용산에서 서대전까지 무궁화 열차를 타고 갔다. 일기 예보에 중부지방에 비 소식이 있다. 토요일이어서 미리 열차 예매를 했다. 열차는 만원이다. 통로에 몇 사람들이 서서 여행을 한다. 용산에서 천안까지는 잔뜩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천안을 지나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옆 자리에 앉은 청년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 나는 조용히 카메라를 꺼내 차창 풍경을 촬영한다.
모내기를 한 지 3개월 정도 되었다. 벼가 제법 자랐다. 벼는 우리에게 양식을 제공하며, 마음의 평안도 가져다 준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벼가 자라는 넓은 들판을 보면 마음이 정말 평안해진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사진을 촬영하면 원하는 풍경을 촬영하기 힘들다. 전신주가 중간에 나오기도 한다. 초점을 수동으로 놓고 원거리에 초점을 맞춘다. 원거리는 선명하지만 가까운 풍경은 물감을 칠한 것처럼 나온다. 초점을 차창에 맺힌 빗방울에 맞춘다. 차창 풍경이 아련하다.
창에 렌즈를 가까이 하고 동영상을 촬영한다. 기차 달리는 소리가 정겹다. 흐린 시야가 옛날을 회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열차가 조금 흔들리더니 옆 선로에 상행 열차가 빠르게 지나간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열차가 조치원을 지나 신탄진을 지난다. 금강 주변은 더 몽환적이다. 교랑을 지날 때 나는 소리가 음악같다. 비오는 날은 KTX 보다 무궁화 열차가 더 운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