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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4'
 지난 17일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4'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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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언론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번에는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4'를 둘러싼 논란이다. 용산 앞마당에 기자들을 모아 '윤석열표 레시피'라는 김치찌개를 끓여주더니 뒷마당에서는 입맛에 맞지 않은 해외 연구소의 조사 결과가 불편한 모양새다. 

해마다 6월이면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아래 로이터연구소)는 40여 개국이 참여한 '디지털뉴스리포트'를 발간해 왔다. 올해는 지난 17일 세계 47개국 9만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4'(아래 리포트)를 냈다.

이 리포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아래 언론재단)도 2016년부터 한글판 번역본을 출간해 왔는데 지난해 잡음이 일었다. 한글판을 내면서 MBC가 1위를 차지한 국내 언론사별 신뢰도 순위를 빼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와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MBC 기자 압수수색 등 일련의 사태와 연결 짓는 해석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오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굳이 통편집할 일은 아니"라며 "내년부터는 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장관의 영이 서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영이 없었던 것인지 올해도 잡음은 이어졌다. 언론재단이 매년 발행해 온 리포트 한국어판 보고서를 올해는 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이런 행보의 배경으로 지난해에 이어 매체별 신뢰도 1위를 MBC가 차지했다는 사실이 거론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재단이 지난해엔 MBC가 1위로 나타난 뉴스 신뢰도 부분을 빠뜨린 데 이어 올해는 이례적으로 간행물을 내지 않기로 했다"며 "재단이 대통령실 외압에 굴복했든, 알아서 심기 경호에 나섰든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언론재단 관계자의 발언을 이렇게 소개했다. "국가별 언론 신뢰도 조사 결과를 세계 언론 자유 지수와 비교했을 때 100위 이하로 떨어지는 국가들의 신뢰도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 그런 점에서 조사를 그대로 발표해도 될지 우려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의 언론사별 신뢰도 조사 결과 같은 경우에도 작년에 조사했던 재단 자체의 언론 수용자 조사 결과와 차이가 있어서 다시 한 번 검토를 해보자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국 측 파트너는 리포트의 신뢰도를 문제 삼고 있는데 정작 리포트 발간 주체인 로이터연구소의 입장은 어디에도 없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지난 20일 로이터연구소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리포트의 저자인 닉 뉴먼(Nic Newman) 선임연구원이 인터뷰이로 나섰고 장고 끝에 지난 27일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47개국 다룬 리포트... 세계 인구 절반의 견해 대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닉 뉴먼 선임연구원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닉 뉴먼 선임연구원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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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본인을 소개해달라.
"나는 '디지털뉴스리포트'의 수석 저자이자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지난 13년 동안 연구소 동료들과 함께 이 리포트를 만들어 왔다."

- 해마다 리포트를 발간하는 일이 꽤 방대한 작업일 텐데 올해 리포트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
"핵심 팀은 3~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매년 가을 한국언론재단을 포함한 40여 개국의 파트너 및 후원사와 함께 설문조사 및 기타 연구 활동을 설계한다. 그 후 글로벌 여론조사기업인 유고브(YouGov)와 협력해 번역과 현장 조사를 한다. 그 결과를 분석한 후 각국의 파트너 및 전문가가 언론산업의 변화에 대한 맥락을 설명하는 글을 작성한다. 이러한 국가 및 시장 페이지는 최종 리포트의 중요한 부분이다."

- 올해 리포트가 예년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올해는 모로코가 추가되어 이제 6개 대륙에 걸쳐 47개국을 다루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의 견해를 대표하고 있다. 그 외에는 과정이 거의 비슷했다."

- 한국 언론 관련 데이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글로벌 조사 결과는 보도자료에도 나와 있는데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한국에도 적용된다. 주요 조사 결과는 이런 것들이다. ▲ 기술 플랫폼의 전략 변화와 뉴스에 미치는 영향 ▲ 인공지능(AI)의 중요성 증가와 뉴스에서 AI 활용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 ▲ 여러 국가에서 낮은 신뢰도를 포함해 브랜드에 대한 참여 감소와 뉴스를 선별적으로 피한다고 응답한 비율 감소 ▲ 구독과 멤버십이 일반화된 시장에서 뉴스 온라인 결제의 둔화."

- 언론재단은 리포트 협력 기관으로 알려졌는데 이 재단과 로이터연구소는 어떤 관계인가?
"리포트에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또는 특정 국가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위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18개의 다양한 후원사가 있다. 한국언론재단은 이러한 후원사 중 하나이며 2016년부터 한국에서의 작업을 지원해 왔다."

- 지난해에 언론재단이 리포트 한국판을 출간하면서 한국의 매체별 신뢰도를 빼버려 논란이 된 바 있는데 번역판 발간 시 특정 데이터를 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많은 파트너들이 각자 나라에 대한 더 자세한 분석을 자체적으로 발간하고 있고 우리도 이를 적극 권장한다. 파트너들은 전체 리포트를 발행하기보다 자신들과 가장 관련 있거나 흥미로운 데이터나 섹션을 선택해 발간하는 경향이 있다. 전체 리포트를 그대로 번역하는 파트너는 모르겠고, 제가 본 한국어판은 항상 전체 리포트가 아닌 일부 데이터만 발간했다."

- 언론재단이 매년 발행해 온 리포트 한국어판 보고서를 올해 내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로이터연구소와 협의가 있었나?
"앞서 언급했듯 현지판 발행 여부는 각 파트너에게 맡긴다. 어떤 파트너는 상세한 리포트를 만들고, 어떤 파트너는 짧은 요약본을 발행하며, 어떤 파트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로이터연구소와 협의할 필요는 없다."

누구나 리포트 출간 가능... 데이터의 무결성 보장
 
'디지털뉴스리포트 2024'에 소개된 한국
 '디지털뉴스리포트 2024'에 소개된 한국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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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재단에서 올해 한국어판을 발간하지 않는다면 다른 기관에서 발간해도 되나?
"다른 기관에서 문의해 온 것은 없지만, 일단 영어로 출간된 후에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에 따라 모든 데이터를 사용 가능하므로 누구나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포트를 출간할 수 있다."

- 올해 리포트에 대해 언론재단 관계자가 "국가별 언론 신뢰도 조사 결과를 세계언론자유지수와 비교했을 때 100위 이하로 떨어지는 국가들의 신뢰도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면서 "그런 점에서 조사를 그대로 발표해도 될지 우려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의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세계언론자유지수와 우리 신뢰도 점수의 차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리포트는 일반적인 뉴스에 대한 신뢰도뿐만 아니라 특정 매체 신뢰도에 대해 대중의 의견을 묻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는 국경없는기자회처럼 언론 자유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세계언론자유지수를 신뢰도 의견과 함께 게시해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하고 서로 다른 방법론을 연결하고 있다.

신뢰도 점수를 읽는 방법에 대한 글에서 신뢰도는 본질적으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신뢰도가 항상 뉴스 매체의 신뢰성, 정확성, 공정성 또는 품질을 의미하는 지표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글 말미에 신뢰 점수와 세계언론자유지수가 종종 다른 이유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있다."

- 또한 언론재단 관계자는 "한국의 언론사별 신뢰도 조사 결과 같은 경우에도 작년에 조사했던 재단 자체의 언론 수용자 조사 결과와 차이가 있어서 다시 한 번 검토를 해보자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조사 결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설문조사 질문이 약간만 달라져도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대면, 전화 설문조사와 같은 방법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 리포트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의 하나로 '매체 신뢰도'가 꼽히는 듯한데 이 조사를 수행한 기관 등과 함께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밝혀달라.
"전체 방법론은 로이터연구소 웹사이트(https://reutersinstitute.politics.ox.ac.uk/digital-news-report/2024/methodology)에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우리 여론조사 파트너는 유고브(YouGov)이며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한다. 그들은 한국에서 다이나타(Dynata)와 신트(Cint)와 협력해 여론조사 표본에 대한 우리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켰다.

리포트는 2024년 1~2월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표본은 국가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할당을 사용해 연령, 성별, 지역별로 구성되었다. 모든 데이터는 각국의 인구조사/업계에서 인정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상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온라인 여론 조사 방법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유고브 웹사이트(https://yougov.co.uk/about/panel-methodolog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태그:#디지털뉴스리포트,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한국언론진흥재단, #닉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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