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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7일, 충북 음성군청 5층에 위치한 군의회는 평소와 달리 사람들로 북적였다. 음성군의회 정례회가 열리는 만큼 군의원들과 음성군 공무원들이 참석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거기에 더해 열 명의 방청객이 함께 해 의정 감시 활동을 벌인 것이다.
지난 6월 17일, 충북 음성군청 5층에 위치한 군의회는 평소와 달리 사람들로 북적였다. 음성군의회 정례회가 열리는 만큼 군의원들과 음성군 공무원들이 참석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거기에 더해 열 명의 방청객이 함께 해 의정 감시 활동을 벌인 것이다. ⓒ 박성우
 
지난 6월 17일, 충북 음성군청 5층에 위치한 군의회는 평소와 달리 사람들로 북적였다. 음성군의회 정례회가 열리는 만큼 군의원들과 음성군 공무원들이 참석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거기에 더해 열 명의 방청객이 함께 해 의정 감시 활동을 벌인 것이다.

이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지방자치를 꿈꾸는 음성군 시민들이 모여 '음성군의회 모니터링 시민참가단'을 발족했다.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음성군에서 시민들이 모니터링단을 꾸려 의정 감시 활동에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20대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시민들이 참여한 시민참가단은 이번 달 17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음성군의회의 모든 본회의에 방청을 신청해 시민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군의원들과 공무원들의 질의 내용을 지켜봤다. 필자 또한 여섯 차례의 본회의에 모두 방청을 신청했다.

여태껏 없었던 시민들의 단체 방청에 의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본회의에 앞서 시민참가단에 미리 찾아와 '불가피한 일 때문에 중간에 이석하게 됐다'며 양해를 구한 의원이 있는 반면, "시민의 눈으로 군의회 바로잡기"라는 시민참가단의 홍보 문구를 두고 '바로잡는다고 얘기하면 마치 군의회가 평소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 아니냐'며 불만을 표하고 나무라던 의원도 있었다.

57분 대 2분... 군의원들 발언 꼼꼼하게 기록해 보니 

24일을 마지막으로 군의회 정례회가 끝난 뒤 시민참가단은 서로의 의정 감시 활동을 공유하고 소감을 나누는 모니터링 활동 공유회를 개최했다. 개최에 앞서 필자는 '군정에 대한 질문·답변의 건'이 이뤄졌던 6월 18일 제2차 본회의부터 6월 21일 제5차 본회의까지 군의원들의 발언 시간을 정리해 시민참가단에 참고자료로 공유했다.

군의원들의 발언을 확인해본 결과, 의원별로 발언 횟수와 시간이 차이가 있었다. 네 차례의 본회의 동안 보충 질문(본인 질의에 대한 답변에 다시 질의하는 질문)과 추가 질문(본인이 아닌 다른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 관련해서 추가 질의하는 질문)을 합쳐 총 아홉 번의 질의를 한 의원이 있는 반면, 한 번의 질의만 한 의원도 있었다. 다른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추가 질문을 아예 하지 않는 의원들도 있었다.

발언 시간의 경우, 네 차례의 본회의 동안 보충 질문과 추가 질문을 합쳐 의원 평균 약 32분이었다. 하지만 횟수와 마찬가지로 의원별 편차가 컸다. 발언 시간이 가장 많은 의원은 57분에 달했던 반면, 가장 발언 시간이 적은 의원은 채 2분도 되지 않았다. 시민들을 대표하는 군의원으로 뽑혀놓고 나흘에 걸친 질의응답 시간의 총합이 2분 밑이라니. 자료를 확인한 시민참가단들의 성토가 터져 나왔다.

"시민들 감시 없는 군의회는 그들만의 '사랑방'... 시민참가단 발족 기쁘다"
 
 24일을 마지막으로 군의회 정례회가 끝난 뒤 시민참가단은 서로의 의정 감시 활동을 공유하고 소감을 나누는 모니터링 활동 공유회를 개최했다.
24일을 마지막으로 군의회 정례회가 끝난 뒤 시민참가단은 서로의 의정 감시 활동을 공유하고 소감을 나누는 모니터링 활동 공유회를 개최했다. ⓒ 박성우
 
이어 시민참가단들은 각자 이번 모니터링 활동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음성군 금왕읍에서 자영업을 하는 30대 황미선씨는 "일부 의원의 전문성 있는 질의를 보며 지방의회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의견 교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도 "인구 문제와 저출생 문제와 관련해 의원들이 얘기를 많이 했는데 정작 저출생과 직결된 젊은 세대의 의견과 시선이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의원이 적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고 자체가 의원들끼리 비슷비슷한, '그 나물에 그 밥' 같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70대 참가자로 시민참가단 중 가장 고령인 김인경씨는 "방청석이 책상도 없고 의석도 불편해 메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방청석부터 편해야 시민들의 참여가 활발해지지 않을까"라며 "의원들의 질의와 관련한 근거자료나 사진자료를 시민 입장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질의와 관련된 자료들은 사전에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좋아보인다"면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김씨는 "시민들의 감시 활동이 없으면 의원사무실이 그들만의 '사랑방'으로 전락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시민참가단이 발족한 것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정미정 음성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은 "군의원들이 본인 지역구의 이해관계만 따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며 "국회의원들도 지역구 이해관계만 따지는 경우가 많지만 국회의원이라면 응당 국가 전반의 일을 먼저 생각해야 하듯 군의원들도 군 전반의 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참가단을 조직한 음성군 비영리단체협의회의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은 "사실상 음성군에서 처음 열리는 군의회 모니터링 활동이라 걱정이 적지 않았는데 이렇게 열의가 넘치는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정말 든든하다"며 "사실 의회 모니터링의 꽃은 예산이다. 조만간 예산 감시 관련해서 강의도 열 계획인 만큼 이번 모니터링단 여러분이 향후 모니터링 활동에도 계속해서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상담실장의 당부에 자리에 있던 시민참가단 전원은 다음 모니터링 활동에도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 그 모습을 보며 지역에도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열망하는 시민들이 이토록 많이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됐다. 이들의 열망에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부응한다면 시민들을 위한 지방자치는 자연히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음성군#음성군의회모니터링시민참가단#의정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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