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 윤성효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경남 의령에서 '취임 10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령을 살리면 대한민국이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경남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3선 연임해 올해로 취임 10년째인 박 교육감은 27일 오전 의령교육지원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전에는 경남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열었지만, 의령에서 교육감이 기자간담회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의령 인구는 2만5000여명이고, 재정자립도는 8.04%로 경남에서 하위 두 번째다. 또 의령은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학생수가 가장 적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23년 의령을 '지역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했다.

박 교육감 취임 이후 경남도교육청은 의령읍에 교육의 디지털 전환 기반을 구축하고 미래교육 체험을 할 수 있는 미래교육원을 지어 2023년 9월에 개원했고, 이곳에는 평균 평일 560명, 주말 580명이 찾고 있다.

또 의령지역 학생수가 적은 초등학교 11곳과 중학교 3곳이 참여하는 '작은학교 공유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4개 권역별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방과후학교, 체험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의령고등학교 건물을 새롭게 개조해 '공간혁신 1호'로 탈바꿈했다.

이날 창원 소재 경남도교육청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버스와 승용차로 의령을 찾았다. 박 교육감은 기자간담회 말미에 의령지역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선거전문가가 저한테 미래교육원을 인구가 적은 의령에 지을 게 아니라 100만 명이 넘는 창원에 했어야 했다고 하더라"면서 "만약에 미래교육원을 창원에 지었다면 큰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역소멸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로 의령을 선택했다. 의령을 살리면 대한민국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아침에 여기로 오면서 미래교육원 주차장에 버스 10대가 세워져 있는 광경을 봤다. 아이들이 첨단교육시설을 체험도 하지만 흙도 만져 보고 개울물에 발도 담궈보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의령에 미래교육원을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는..."

박종훈 교육감은 인사말을 통해 "경남교육 10년의 성과를 나누기보다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과제의 무거움을 먼저 이야기하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는 우리의 성과를 압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기술 혁신과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절대 빈곤율은 낮아지는데, 빈부격차는 더 커지는 사회, 성적을 통해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입시의 일상화, 공감과 연대가 사라지고 단절된 개별화가 지배하는 사회가 불안을 낳고 있다"라며 "이것이 저출생과 지역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 교육의 대응은 제대로 된 답이 되지 못 한다는 사실이 고민을 더 깊게 한다"라고 짚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 깊은 우려를 가진다"고 한 박 교육감은 "대입에서 수능이 강화되고, 학생부종합전형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대입제도 개편안은 고교학점제를 중심으로 하는 고교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교육비 증가도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또 그는 "경쟁교육은 사교육을 부르고, 서열화는 수도권 인구 집중을 부른다"라며 "지역에서는 학생 수 감소로 폐교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지만, 지난해 서울 강남구의 초등학생 유입은 전국 1위로 집계됐고, 그 규모도 전년도의 2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 문제의 핵심이 바로 경쟁교육"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예산 삭감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한 그는 "교육예산은 사회적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며 "학생에게 제공되는 질 높은 교육은 우리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바탕이 되는 일이며,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높은 관심 속에 만들어진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육감은 "저출생, 지역소멸 문제를 경남형 사회적 돌봄으로 풀겠다"라며 "경남에서 전국 최초로 설립해 운영하는 거점통합돌봄센터 '늘봄'을 더 확대하겠다. 시군 공모를 통해 2~3개 지역에서 내년 3월부터 새로운 모델을 시범적으로 해 보이겠다"라고 했다.

문화예술교육 확산과 관련해 박 교육감은 "학교폭력조사관 제도가 도입될 정도로 학교폭력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학생 자살과 같은 우리 교육의 그림자는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이에 따라 학생의 문화·예술 감수성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라고 했다.

전문 예술강사 지원을 위해 박 교육감은 "올해 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6만 시간의 예술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예산을 1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수업 시수도 대폭 늘리겠다"라고 했다.

또 그는 "학교다운 학교, 교육활동을 철저하게 보호하겠다"라며 "교원에 대한 교육활동보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대상을 교육행정직원과 교육전문직원, 교육공무직원, 강사까지 확대하고, 교권침해피해교원에 대한 두터운 지원을 위해 '교원치유지원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종훈 교육감과 기자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농산어촌으로 아이들이 돌아오도록 하겠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 윤성효
  
- 폐교, 작은학교 문제에 대한 생각은?

"최근 몇 년 사이 한 해 2만, 3만 명의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감소하고 있다. 절대적 숫자가 줄어들고, 거기다가 도시 집중으로 농산어촌은 더 심각하다. '1면 1학교'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려고 한다. 의령 같이 학생수가 적은 학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공유학교를 확대해 나가겠다. 지자체와 협의해서 주거와 일자리를 같이 해서 농산어촌으로 아이들이 돌아오도록 하겠다."

- 늘봄학교의 임기제 교육연구사 배치에 대해서는?

"교육부에서 경남에 300명 정도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중견 교사들이 빠져나가면서 공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공감한다. 교육부가 교육청에 재량권을 줘야 하고, 지역 실정에 맞도록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늘봄에 대해 교원들은 여전이 불만이 높은데,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 의령고가 '공간혁신1호 학교'인데?

"의령은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에 속한다. 공간혁신학교 공모에 의령고가 응모를 해서 새로 지었다. 교사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사(건물)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공간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의령고를 농산어촌 학교의 모델로 만들었다. 취지에 걸맞게 교원과 학생들이 행복하게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 디지털 교과서가 내년부터 도입이 되는데 대책은?

"지나친 디지털화로 아이들의 정서와 여러 역기능이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디지털 교과서는 국가사업이다. 우리는 플랫폼인 '아이톡톡'을 이미 시행하고 있어, 디지털 교과서가 되더라도 다른 시도보다 혼란이 적을 것이다. 지나친 디지털 교육의 역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문화예술·체육교육을 강화하고, 디지털 편식으로 생기는 문제를 줄이는 노력을 하겠다."

- 10년간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운 부분은?

"학교급식연구소 '맞봄'을 만든 것을 복지 분야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다. 학교급식은 한동안 수익자 부담이었는데, 예산으로 무상급식이 주류가 됐고 대상도 확대됐다. 어느 시점부터는 질적인 문제로 나아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먹일 것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아쉬운 점은 많다. 아이들한테 많은 것을 주고 싶은데 예산 사정이나 인식 부족을 극복하지 못했다. 교육의 공공성, 국가책무성을 높여야 한다."

- 경남도와 협치는?

"2014년 교육감에 취임했던 그해 가을부터 다음해까지 온통 무상급식 지원 중단 문제가 있었고, 아이들에게 상처를 줬다. 그때 힘들었지만 급식을 도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순기능도 있었다. 최근 늘봄학교 문제가 있는데, 경남교육청에서 시작했던 관련 사업에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박완수 도지사가 늘봄상담센터를 찾아 협약을 맺기도 했다. 협치가 잘 될 것이다."

"1000억원을 들여 그런 학교를 짓는 것은 맞지 않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 윤성효
  
- 교권침해 관련해 교원치유센터 계획은?

"교권보호를 교사 중심으로 하다 보니 장학사가 빠진 부분이 있었다. 장학사뿐만 아니라 행정직원도 힘듦을 안고 있고, 강사도 같은 교권보호 대상에 넣어야 한다. 특이 민원에 자존감이 무너지는 교직원이 있는 현장을 그대로 두는 건 교육감으로 할 일이 아니다. 교원치유센처는 기존에 있는 시설인 폐교나 풍광이 좋은 공간에 설치할 생각이다. 기존 건물을 재활용할 것이고, 퇴임 전에 완성하겠다. 지역은 거제와 남해 각 1곳씩 대상지를 고민하고 있다."

- 창원에 국제학교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당면한 문제는 '사회양극화' '지나친 경쟁교육' '사교육비 증가'다. 10년 동안 세 가지 문제 가운데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진 게 하나도 없다. 국제학교 같은 학교는 세 가지 요소 가운데 단 하나라도 순기능적으로 움직일 수 없고, 악화되고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학교는 설립해서는 안 된다. 그런 학교에 가고 싶은 학생은 우리 지역이 아니더라도 갈 수 있다. 경남에 국제학교가 없어서 불편하다면 갈 수 있도록 경로를 안내하는 게 맞지, 1000억 원을 들여 그런 학교를 짓는 것은 맞지 않다."

- 이전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갈등을 겪기도 했는데, 앞으로 2년 뒤 계획은?

"2년 전 대구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의가 있어 참석했더니 홍준표 대구시장이 와서 인사말을 하고 악수를 했다. 서로 웃었다. 요즘 책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 저), <평균의 종말>(토드 로즈 저)을 읽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사회 문제를 드러나는 현상만 해석하지 말고 사회 구조를 바라보면서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같은 규칙을 적용한다면 기울기는 더 고착화될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르게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 사회문제를 구조에서 찾아보자는 재미에 빠져서 책을 탐독하고 있다. 여기까지 말하겠다."

박종훈 교육감은 끝으로 "임기 4년에서 절반을 했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다. 그런데 밖에서는 임기 12년 중에 10년을 했으니 마무리 이야기를 해서 억울하다"라며 "3선 연임하기는 경남에서 처음이다. 제가 경남교육에서 순기능을 하고, 아이들과 교직원들이 행복한 미래를 다진 교육감이란 평가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훈교육감#미래교육원#경상남도교육청#의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