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부서울청사 앞. 낮 최고기온은 32도를 돌파했다. 그냥 서 있기도 힘든 날씨. 그리고 그때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아스팔트 바닥에 몸을 던져 오체투지를 하기 시작했다. 발달에 한 걸음, 장애에 한 걸음, 참사에 한 걸음, 멈춰 절을 하는 삼보일배다. 정부서울청사에서부터 서울시청까지(도보로 20분 거리), 온몸으로 맞는 아스팔트 바닥은 분명 더 뜨거울 터. 그들을 그곳으로 뛰어들게 한 것은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다.
국립재활원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발달장애인 중 88.2%가 56세까지(지적장애인의 사망 시 평균 연령은 56.3세다) 평생 부모의 지원과 돌봄을 받으며 생활한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는 평생 자녀의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셈이다. 이에 부모의 자녀 돌봄 살인과 자살 등 문제가 항상 발생한다. 최근 3년만 해도 2022년 10건, 2023년 10건, 2024년 현재까지 3건이다. 이쯤 되면 '사회적 참사'라고 부를 만하다. 특히 올해 5월에는 충북 청주에서 생활고 등을 겪던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모두 사망한 채 발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관련 기사 :
"발달장애인과 가족 죽음 계속... 국가는 뭐하고 있나").
지난 5월 28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이어진 부모연대의 오체투지(관련 기사 :
펄펄 끓는 아스팔트에 엎드린 부모들 "참사 멈춰 달라")는 이날로 15번째를 맞았다. 이들 요구의 핵심은 주거생활 서비스 도입,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센터 행동중재 인력배치 및 인건비 예산 분리 책정 등이다. 부모의 지원 및 돌봄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을 위해 기본적인 일상을 지원하고, 도전행동으로 인한 위험상황 예방을 위해 행동중재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사회복지사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해 인건비와 사업비를 분리 책정하라는 것이다.
부모연대에 따르면 앞의 두 건은 서울시에서 일부 수용했지만, 인건비 예산 분리 부문은 수용 곤란 답변이 돌아왔다. 부모연대는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 양산으로 복지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여야 힘 모아 발달장애인 가족 요구 해결 약속"
이날 오체투지 전 결의대회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총 7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해 참가자들에게 지지 의사를 표했다. 박주민‧박홍근‧남인순‧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경원‧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서광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국회에서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힘을 모으겠다"고 이야기했다.
후천적 장애인인 최보윤 의원은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장애 평등 정책 법안'을 발의했고, 장애인 딸을 둔 나경원 의원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동작지회 회원이기도 하다. 부모연대는 국회의원들에게 '서울시 발달장애인 지원 정책 요구안'을 전달했다.
부모연대 참가자들은 "아이들이 학교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것, 자라서 성인이 돼 직업을 갖는 것, 그리고 이 사회에서 우리 자녀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누리며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 삶을 만들기 위해서 이 자리에 모였다"며 "오늘 이 자리가 마지막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광화문 광장에 1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형 태극기를 세울 계획을 밝힌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나라의 품격은, 시의 품격은 100m 높이 태극기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그 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가 바로 그 나라의 품격"이라고 말하며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비극적인 삶, 우리가 엎드려야 하는 현실이 바로 지금 현재 대한민국의 수준이고 서울시의 수준이다. 우리는 대한민국과 서울시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모연대는 결의문을 통해 "이번 오체투지 행진은 이렇게 마치지만, 누구나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완전한 통합사회를 이루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