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읍 중도리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자 물속에서 고이 잠들었던 고인돌이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원래 이곳은 고인돌 군락지였으나 둑을 쌓고 물을 가두는 저수지가 생기자 고인돌이 그대로 물속에 잠기게 된 것.
도암리 주민 A 씨의 증언에 따르면 "도암리와 중도리 일원은 고인돌이 군락을 이뤘고, 간척사업으로 인해 대부분 소실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사실을 본보에 전했다.
그러며 "마을 어른들이 밭에서 일하다가 바위에 앉아 새참을 먹곤 했는데, 그곳이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예전에는 마을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어 왔고, 중도리에서 정도리까지 간척이 된 곳에는 바위가 수없이 널려있었다. 간척사업을 하면서 그 많던 바윗돌이 불도저에 밀려 땅속으로 묻혔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지난 3월, 선사 유적 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저수지 상류의 하천 따라 연이어 나타난 돌무더기가 고인돌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바위 군락과 관련해서 도암리와 중도리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 상류는 일명 '터가 센 곳'이다. 그곳에 집을 짓고 살던 사람이 얼마 못 가서 죽어 나가거나, 정원을 꾸미려고 바위를 채집해 간 주민들은 모두 우환이 생겼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언감생심 마을의 수목이나 바위를 함부로 건드릴 생각도 못 했다고.
하천 주변을 벗어나 도암리와 중도리 숲속에도 바위 군락이 있다.
그런데, 바위들이 노출되면 마을에 흉한 일이 생겨서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조상 때부터 산에 있는 나무를 베지 않고 바위를 감춰놓는 풍습이 있다.
도암마을에 전해오는 해괴한 이야기를 "조상 대대로 신성시한 바윗돌을 지켜내려는 주민들의 혜안이 담긴 것"이라며 공공연한 말들이 나돌기도.
이 지역 향토사학자 A씨는 "숲속에는 고인돌을 만들려고 바윗돌을 끌어내 채석한 흔적까지 보여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곳은 바위 숭상 문화가 전승되고 있으며, 최근 관내 선사 유적 지표조사에서 신규로 고인돌이 발견되는 등 성과를 보였듯이 유적 조사가 더 확장되어 도서 지역 선사 인류의 흔적들을 통한 해양문화가 재조명 받기를 바란다"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여느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비지정문화재는 대책 없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것이 현재 우리나라 비지정문화재의 운명이다"며 지역 내 선사 유적 보존 계획이 피동적임을 지적하기도.
한편, 완도군 문화예술과 문화유산팀은 지난 3월 도암리와 중도리의 선사 유적 분포지 가능성에 대한 현장 확인을 마치고 매장문화재 조사 지원사업 보조금 1880만 원(도비 40%, 군비 60%)을 받아 (재)고대문화재연구소가 지표조사에 나선다.
군은 완도읍 중도리 고인돌 지표조사에 돌입해 중도리 일원(651만1240㎡)을 '24년 6월 19일부터 10월 22일까지 4개월에 걸쳐 고인돌 분포 범위와 현황을 파악하고 자료작성 및 정비사업, 향후 활용방안 등을 모색할 방침이다. 오는 12월 지표조사 결과에 따른 추가 발굴조사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