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4대강 사업이 착공 3년 만에 완공되었다. 계획부터 제기된 환경문제가 증명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건설 과정에서 죽어가는 생명은 차치하더라도 담수로 일어난 일은 정말로 끔찍했다. 지금 환경부가 세종보로 강을 틀어막아서 일어날 일들은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경험한 일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환경부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되고 3개월 만인 10월 백제보 상류에서 약 15일간 30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 당했다. 담수한 지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면 물고기의 씨가 말랐다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충청남도의 물고기 떼죽음과 관련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을철 야간에 수온이 역전되면서 일어난 사고라고 밝히고 있다. 수온역전현상으로 물속에 용존산소가 고갈되면서 물고기가 죽은 것이다. 결국 물을 가두어 발생한 사고였다. 죽어간 생명들은 위로도 받지 못한 채 부여의 한 쓰레기장에 매립되었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이후 1년 만인 13년 여름 녹조가 번성하기 시작했다. 세종보 상류도 예외는 아니었다. 13년 8월 세종보 상류의 녹조 조사에서 찍은 사진을 어렵게 찾았다. 사진에서 보면 세종보 상류의 마리나 선착장에 녹조가 가득했다.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발생 일수는 늘어나고 농도는 매년 짙어졌다. 녹조라떼라는 신조어는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수문을 개방하고 2년이 지난 2019년 수치를 보면 급격하게 녹조 수치가 95% 개선된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수문을 닫는다면 다시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4대 강을 찬동했던 전문가들은 수문이 담수되고 다시 녹조가 발생하면, 가뭄과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으로 인해 녹조가 발생한다는 말을 늘어놓을 것이 분명하다. 금강이 담수 되었던 6년간 강우패턴변화,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야지 단순히 유속감소로 녹조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었다.
보수언론 역시 과거에 이런 허황된 목소리만 높였던 사실을 나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수문개방으로 자연성이 회복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일부 수질지표를 토대로 수질악화가 되었다고 호도하는 촌극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개방된 이후 녹조 걱정이 없었던 세월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전달하지 않고 있다. 수생환경이 전체적으로 개선된 것을 환경부는 이미 알고 있다.
어찌 되었든 심각하게 늘어나는 녹조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수자원공사와 환경부는 제거를 위해 별의별 시도를 다했다. 최첨단 녹조제거선을 도입했고, 버블로 녹조를 제거할 수 있다며 버블을 만드는 기계를 설치했다. 거기에 수차 등의 기계적인 모든 방법이 금강에 도입되었다. 볏짚이나 부레옥잠 같은 생물성 해결 방안 등 다양한 방법이 적용었지만 실효적인 효과를 얻은 것은 없다.
또한 수질 악화로 발생한 녹조를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잦은 고장으로 보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해 들어간 비용과 보를 관리하기 위한 비용 등을 감안하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갔다. 4대강 조사평가단에서는 공주보와 세종보는 철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세종보 해체시 B/C 값은 2.92. 100원을 투입하면 292원의 이윤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있었다. 보를 유지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철거가 경제성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담수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비용이 많다며 눈과 귀를 흐리게 하고 있다. 보를 운영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채 손실된 비용만 부각시키고 있는 행태는 중단되어야 한다.
세종보 담수의 결과는 녹조라떼의 등장인 것이다. 녹조라떼가 심각했을 때는 물고기가 녹조 물에서 헤엄치는 처참한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간독성을 일으키는 물질인 녹조 물을 마시는 물고기의 건강은 장담할 수 없다. 독성을 가지게 된 물고기의 미래는 없다. 이런 강을 정녕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런 사실을 환경부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담수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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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에서 녹조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녹조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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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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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를 다시 만나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는 천막농성장을 아무 이유 없이 친 것이 아니다. 2012년부터 6년간 담수되었던 금강을 목도한 처절한 경험을 때문이다.
세종시가 장밋빛 청사진으로 제시하는 비단강금빛프로젝트의 미래도 이미 우리는 경험했다. 세종보 상류에 설치된 마리나 선착장은 완공된지 2년 만에 쓸 수 없게 되었다. 마리나 선착장에 펄이 가득 쌓이면서 배를 운영할 수조차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년 준설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녹조가 가득한 물에서 수상레저를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 역시 만만치 않다. 첨부된 기사를 참조하면 끔찍한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관련 기사:
"물 닿으면 피부 발진, 고름... 세종보 선착장 문 닫았다" https://omn.kr/28t0g)
세종보 상류에 있는 마리나 선착장에 펄이 쌓이면서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가 득실거리게 됐다. 펄이 가득한 선착장은 운영조차 할 수 없었다. 마리나 선착장을 운영했던 김영준 대표는 건설한 선착장은 토사가 쌓여서 결국 쓰지 못하고 강 가운데 접안 시설을 다시 만들어 썼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세종시가 발표하는 사업은 그야말로 검증되지 않은 말뿐인 사업이 될 것이다.
세종보 상류에 창궐했던 큰빗이끼벌레 역시 담수가 되면 다시 만날 수밖에 없다. 태형동물로 흐르는 물에 살지 못하지만 고인물에 잘 자라는 큰빗이끼벌레의 특성상 담수가 시작되면 다시 만나야 한다. 악취가 심각하게 나는 태형동물을 나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
흘러야 강이라는 말은 이런 위험성을 다 담고 있다. 고인물은 썩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제를 이야기한다. 생명을 죽이는 일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들의 창궐로 이어져 재앙이 되곤 한다. 큰빗이끼벌레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큰빗이끼벌레의 창궐은 모래와 자갈을 덮쳐 저서생물인 조개 등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공주보는 이미 지난 4월 담수 되었다. 공주보로 물을 틀어막은 보 상류는 벌써 썩은 내가 진동한다. 조류 사체가 둥둥 떠올랐다. 지난 27일 찾아간 공주보는 녹조가 옅지만 발생하고 있었다. 4대강 사업완공 이후 벌어졌던 일이 공주보에선 벌써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환경부는 '탄력운영'이라는 말만 하고 있다. 하지만 우기가 시작되었음에도 공주보는 열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래서 물러날 수 없다. 유일하게 흐르는 강의 모습을 유지하는 세종보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수문만 열린 상황이지만 금강은 오늘도 자유롭게 흐르고 있다. 공주보도 이제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생명들을 죽이는 담수를 중단해야 할 이유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환경부는 이 경험을 외면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