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정리가 어려운 누군가를 위해 옷생활 경영 코치인 나는 당사자 집으로 출동하곤 한다.
내게 코칭을 신청하는 분들을 보면 비율은 전업 주부와 일하는 여성이 4:6 정도이며, 아이가 있는 분과 없는 분이 6:4 정도가 된다. 직장인 중에서는 공무원이나 선생님 등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다. 일반적인 직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이나 전문직이 그다음이며 프리랜서 분들은 거의 잘 없는데 이번에 신청한 분은 주로 집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은 프리랜서였다.
프리랜서임에도 옷이 옷장 3개를 전부 꽉 차지하고 있다는 그녀는 원래 요가복 상의가 100벌, 하의가 78벌 정도 되었는데 작년 정리 컨설팅을 받고 많이 정리했는데도 또 늘어났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옷장을 열었더니 철제 옷걸이에 옷들이 빽빽이 걸려 있다. 한 손으로 꺼낼 수 있을 정도로 옷과 옷 사이의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늘 말하지만 역시 적당한 두께의 옷걸이를 쓰지 않는 이상 옷장은 넣으면 넣는 대로 옷을 품게 된다.
"여름이니까 여름 옷이랑 운동복 위주로 볼게요. 지금 계절 옷들이 다 섞여 있는데 반팔이랑 지금 입는 옷들 위주로 다 꺼내주실래요?"
안방의 옷장에서 꺼내 놓은 옷들이 이미 거실에 있었지만 옷을 한꺼번에 분류하기 위해 나머지 옷장에 있는 옷들도 다 꺼내 한 곳으로 모았다.
우리의 옷장은 우리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내가 어떻게 살겠다고 마음먹으면 옷장 역시 그러한 삶에 맞는 옷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프리랜서 H님은 꽤 많은 옷과 꽤 많은 요가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운동복이 많이 필요한 계기가 있었고, 해서 다양하고 많은 요가복과 운동복을 구매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삶은 계획한 방향대로 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많은 요가복을 일상복처럼 입게 되었다고. 친구들 만날 때도 요가복을 입는다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무난한 일상복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신청자분은 2020년에 150만 원 상당의 스타일 컨설팅을 받았다며, 그 뒤 그 느낌대로 입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화려한 패턴의 스커트나 원피스가 꽤 많았는데 내가 봐도 H님은 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옷보다는 화려하고 튀는 디자인의 옷이 더 잘 어울려 보였다. 그럼에도 딱 '이거다!' 하는 어울리는 옷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오래전에 컨설팅을 받기도 했고, 30대에서 40대가 되어서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진 것도 있어서이리라. 게다가 화려한 옷은 꽤 있었는데 온라인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퀄리티가 좋은, 괜찮아 보이는 옷이 적다는 것도 문제였다.
예전에는 보통 강의룩으로 정장을 많이들 입었다. 하지만 요즘은 너무 추레하게 입지만 않으면 뭐라 하지 않는 추세인 것 같다. 강사들도 오히려 자기 개성에 맞게 입는 것을 더 선호한다.
직업군도 다양해지고 강사풀도 다양해져 정장을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어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제는 자신의 콘텐츠에 따라 어떻게 보일 것이냐를 고민하고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주최 측 역시 이를 존중해 주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나의 비주얼과 잘 어울린다면 그 공간에 있는 청중들 역시 더 즐겁지 않을까. H님이 지닌 콘텐츠는 정장보다는 비정장을 입었을 때 더 효과적이라 생각했고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정장은 그만 사셔도 될 것 같아요. 대신, 나의 이미지와 콘텐츠에 맞는 룩을 하나 장만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당사자가 요가복이 편하고 일상복으로 입는 것에 문제가 없다면 요가복이 많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가복 상의가 10가지이고 하의가 10가지라고 했을 때, 133 코디법(1가지 상의에 3가지 하의를 코디 후 어울리는 신발로 매치)으로 하면 근 30가지 조합이 나온다. 요가복이 그렇게 많을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일단 요가복 상의와 하의로 나눈 후 내가 좋아하고 자주 입는 상의와 그렇지 않은 상의로 다시 나누었다. 나누고 보니 좀 더 여성스러운 핏과 라인의 디자인을 자주 입었고 그렇지 않은 디자인은 거의 입지 않았다. 바지 역시 7부이냐, 9부이냐, 여름용이냐 봄/가을/겨울 용이냐에 따라 분류해 3분의 2만 남겼다.
옷장 속 문제와 스타일 처방
신청자분과 논의해 찾아낸 문제점, 그리고 내가 내놓은 해결책은 다음과 같았다.
1) 지인이 하는 쇼핑몰에서 옷을 자주 샀는데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사고 있었다.
→ 온라인 쇼핑은 이제 그만. 그 쇼핑몰에서 5벌 살 돈을 아껴 제대로 된 룩 한 벌을 구입하세요.
2) 라이프 스타일 분석이 되지 않아, 일상룩이 거의 없고 일상룩을 요가복으로 대체하고 있었다.
→ 일상복을 채우면 요가복을 줄이기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나의 취향에 맞는 일상룩을 추가해 주세요.
3) 강의할 때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 탓에 안 어울리고, 강의 콘셉트와도 맞지 않는 정장을 구매했다.
→ 요즘은 결혼식에서도 정장을 잘 입지 않는 추세입니다. 정장은 비우고 나에게 잘 맞는 오피셜 룩을 장만하세요.
4) 화려한 디자인이 어울리는 이미지이나 취향은 심플하고 편한 걸 좋아해서 화려한 옷이 많지만 정작 잘 안 입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 이미지적 강점을 살리고 싶을 때 옷에 힘을 주면 됩니다. 평소 룩까지 화려하게 입을 필요는 없으니 평소에는 조금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입되 특별한 날 다르게 입고 싶을 때 이미지에 맞는 스타일로 변화를 줘봐도 좋습니다.
4칸 디톡스 '옷터뷰'를 하다
- 옷을 4칸으로 나눠보니 어떠셨나요?
"제가 예전에 21%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사람들이 옷장 속 80%의 옷을 안 입고 20%의 옷만 입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래도 80%는 입고 20%는 안 입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오늘 보니 50% 정도는 안 입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입는 것만 입는다'를 다시 깨달았고요.
의복비로 1년에 쓰는 돈을 생각하면서 그 돈으로 다른 것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 프리랜서지만 옷이 많아진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제가 뭘 잘하고 싶을 때 돈을 들여요. 요가를 잘하고 싶으면 요가복을 사고 등산을 잘하고 싶으면 등산복을 사고 달리기를 잘하고 싶으면 운동화를 사거든요. 강의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강의 준비도 열심히 하지만 멋진 메이크업하는 곳을 찾고 강의에 어울릴 것 같은 멋진 강의룩을 사거든요. 그런데 '콘텐츠에 맞는 룩을 준비하는 게 더 강의를 빛나게 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저에게는 정장이 멋진 강의룩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 정리와 이미지 컨설팅을 받아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고 하셨잖아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이미지 컨설팅을 봄에 받았는데 이게 4계절을 받아야겠더라고요. 봄 옷만 달라지니까 여름, 가을, 겨울 옷은 그대로라 유지가 안 된 측면이 있었어요. 컨설팅받았을 때 기본템으로 웜(warm) 톤의 하얀색 블라우스를 추천해 주셨는데 다리거나 드라이를 맡기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안에 이너를 하얀색으로 맞춰 입는 것도 어려웠고요. 그래도 비싼 돈을 주고 기본템을 샀으니까 이걸 아까워서 가지고만 있었는데 이제는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디톡스에서 가장 좋았던 건 무엇인가요?
"결과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지금 비우려고 빼놓은 옷이 이만큼 있잖아요. 지금까지는 옷장 안의 옷을 하나 꺼내면 옷이 우르르 쏟아지니까 그냥 보이는 데 있는 것만 꺼내 입는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옷장 내 공간이 생기면서 뭐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입고 싶은 옷을 바로 꺼내 입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건 '이제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게 있다면?
"어제 남편이랑 외출했을 때 귀여운 운동화를 봤어요. 그런데 평소 같았으면 마음에 들고 세일도 해서 샀을 텐데 오늘 디톡스를 받고 나서 사도 늦지 않을 것 같아서 참았거든요. 그런데 오늘 운동화를 꺼내보니 막상 운동화가 6켤레나 있는 거예요. 나는 발이 2개밖에 없는데.
그래서 뭘 사기 전에 내가 뭘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지인이 하는 쇼핑몰의 아이템이 저한테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많이 샀는데 거기 옷이 코치님이 비우라고 골라낸 옷 중에 꽤 있어서. 그 쇼핑몰 라방을 보면 항상 옷을 샀거든요. 이제는 '라방을 끊자'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4칸 디톡스를 누구한테 추천하고 싶나요?
"엄마한테 추천해주고 싶어요. 저희 어머니는 스트레스를 홈쇼핑에서 옷을 사는 걸로 푸시거든요. 영업일을 하셔서 출퇴근 룩으로 비즈니스 캐주얼 옷을 많이 입고 옷도 잘 입으시고 옷 사는 것도 좋아하시고 그런데 옷장이 옷으로 가득 차 있는데 어떤 옷을 얼마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옷을 사는 건 많이 봤는데 버리는 건 한 번도 못 봤거든요. 그래서 어머니에게 필요하시지 않을까(웃음)"
코치의 4칸 디톡스 후기
예전에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나에게 맞게 디자인된 옷장만 갖고 있어도 옷 정리/수납의 반 이상은 다 한 거라고. H님이 딱 그 사례가 아닐까 싶었다.
다만 나는 정리수납의 전문가는 아니다. 개인의 이미지와 취향,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옷을 분류/분석/정리/처방해 주는 것으로 문제적 옷생활을 건강한 멋생활로 안내해 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이 어떤 옷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옷장 디자인은 달라져야 한다는 것. 구김이 잘 가지 않는 옷이 많은 사람은 걸이 수납보다 선반 수납이 많아야 하며 공간을 그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분석 후 남겨야 할 아이템만 남긴 후 수납하는 것과 어떤 옷도 비우지 않은 채 수납만 하는 옷장은 분명 차이가 있다. 분석되지 않으면 잘못 채우게 되고 그만큼 비워야 할 옷도 많아진다.
전문가를 불러 정리수납을 해도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이다. 이유 없이 많은 옷은 없다. 당신의 옷장에는 과연 어떤 이유가 있을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참여자의 허락 하에 작성되었습니다.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브런치에 업로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