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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딸아이가 그린 인사이드 아웃2 포스터 엄마의 부탁에 고맙게도 흔쾌히 딸이 그려준 인사이드 아웃2 포스터
딸아이가 그린 인사이드 아웃2 포스터엄마의 부탁에 고맙게도 흔쾌히 딸이 그려준 인사이드 아웃2 포스터 ⓒ 엄회승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내가 뭘 놓친 거지?'
-<인사이드 아웃 2> 중에서, 라일리  


성장기에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수많은 감정들. 알 듯 모를 듯 우리들은 늘 여러 감정들을 겪으며 성장한다. 때론 어떤 것이 진짜 내 감정인지 어떤 것이 진짜 내 모습인지 살아가며 주어지는 수많은 물음표에 해답을 찾으려 낯선 여행을 하기도 한다.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에게는 이 다섯 가지의 감정들과 더불어 익숙하지 않은 낯선 감정들, 즉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등장한다. 

극 중 라일리의 나이는 13살인데, 13살은 내게 아주 익숙한 나이다. 바로 올해 13살에 접어든 딸아이의 나이이기도 해서다. 딸아이는 영화 속 라일리처럼 당황스러운 말을 한다든가, 크게 불안해 하거나 따분해하거나 하는 경우가 다행히 아직까지는 없다. 아직까지도 엄마와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놀 친구가 없을 경우에 한해서이다. 

유명 하키 캠프에 가게 된 라일리가 차 안에서 엄마의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함께 가는 옆 친구들과는 신나 얘기하는 모습이 내겐 낯설게 보이지 않았다.

딸도 비슷하다. 엄마와 얘기하며 길을 걷다가도 길에서 친구와 만나게 되면 엄마는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엄마로서는 서운함이 물밀 듯이 몰려온다. 때론 화가 나기도 했다. 딸은 사춘기, 엄마는 갱년기이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인사이드 아웃2 중 스틸컷
인사이드 아웃2 중 스틸컷 ⓒ Disney/Pixar
 
자기 방에 들어갈 때 문을 닫지 않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들어갈 때 문을 꼭 닫기 시작했다. 전까지는 고분고분하던 아이가 가끔 한 마디씩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건네며 말대답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대견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섭섭하다고 해야 할지.

엄마가 사주는 옷이면 뭐든 좋아하며 입던 아이가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원하는 옷만을 입으려고 하고,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수집하며, 엄마보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 여긴다. 순간 엄마인 나는 섭섭하다. 

어릴 적 그 즈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오버랩되는 그림 하나, 딱 딸아이만 했을 때의 내 모습이었다. 맞벌이로 일하느라 바쁜 엄마에게 서운한 마음이 앞서 상처가 되는 말을 비수 꽂듯 쏟아냈던 나였다.

그때는 불만투성이였다. 가슴속에 항상 다이너마이트를 품고 있는 듯하다고 해야 할까. 언제든 폭발할 것 같은 불안정한 감정들이 나를 휘감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스스로도 몹시 당황스러웠고 싫었지만, 그땐 서운함이 한 발 앞섰다. 뭐든 서툰 시기, 종잡을 수 없는 감정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어릴 적 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꿈에 그리던 선배가 있는 유명 하키 캠프에 들어가게 된 영화 속 라일리. 하지만 친구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친구들과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에 마주한다. 친구들과 마지막 경기를 하게 된 라일리는, 이후 홀로 남겨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무엇보다 컸을 것이다. 

'나도 모르겠어. 어른이 될수록 이렇게 기쁨을 덜 느끼나 봐.'
- <인사이드 아웃 2> 중에서, 기쁨이 


어릴 때부터 내가 누구인지를 알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을까. 안다면, 그건 이미 아이가 아니고 어른이라는 뜻일 것이다. 어릴 적에는 기쁨과 즐거움, 행복만이 전부인 듯 사람들은 말한다. 슬픔과 아픔, 실수와 부끄러웠던 기억들은 모두 잊으라는 듯이.
 
 인사이드 아웃2 중 스틸컷
인사이드 아웃2 중 스틸컷 ⓒ Disney/Pixar
 
딸아이를 키우는 나도 딸아이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힘듦을 딸아이에게 보여주거나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딸아이를 위한 일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를 진짜로 성장시킨 것은 기쁜 일이 아닌 행복한 일도 아닌 자주 반복했던 실수와 부끄러웠던 일, 당황스러웠던 일들이었다. 그 모든 게 쌓여 교훈을 주고, 나를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모든 기억들은 버려지는 것이 아닌 그 기억들이 나를 성장시킨다. 라일리는 친구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난 뒤, 홀로 남겨질 것이 두려워 반 친구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키 대표선수로 뽑히기 위해서 하키 감독님의 평가는 굉장히 중요했다. 

어느 날, 라일리는 하키 감독님 책상에 올려진 선수 평가지를 우연히 보게 된다. 라일리는 너무나 궁금했다. 과연 감독님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했을지. 모두 잠든 밤에 몰래 감독님의 방에 들어가 일지를 보게 되는데, 평가는 '아직 모름.'

청천벽력 같은 평가에 다음 날 라일리는 이번 경기에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자신의 친한 친구인데도 심한 몸싸움을 한다. 결국 친구는 여기서 다치게 된다. 라일리는 울먹거리고 만다.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우리가 정하는 것이 아니야.' 
- <인사이드 아웃 2> 중에서, 기쁨이  


라일리의 감정 중 기쁨이는 라일리의 본래의 선한 자아를 찾아주기 위해 힘든 난관을 수없이 헤쳐나가고, 결국 라일리의 자아를 본부로 가져간다. 그때, 불안이 라일리의 감정을 휘감고 있었다. 라일리의 자아를 찾아 제자리에 두었지만, 라일리의 감정은 이미 한 가지로 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쁨과 행복 외에도 저 기억의 저편으로 버렸던 불안과 두려움 소심과 당황, 때론 부끄러움과 실수조차도 라일리를 만든다. 지금의 라일리를 있게 한 것이다. 

어릴 적엔 처리하기조차 버거웠던 미성숙한 감정들. 우리는 점차 자라면서 다양한 감정들과 충돌하게 된다. 그 감정들은 수많은 갈등과 실수들을 반복하며 배워나간다. 그 감정들이 쌓여 현재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딸과 자주 다투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

지금 딸아이는 13살 사춘기 소녀이다. 엄마인 나는 반백살 갱년기이다. 갱년기인 엄마는 자주 내가 잘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나이 든 탓이겠지 하고 지나쳐보려 애쓰지만 가슴 한구석을 파고드는 공허함이 내려가지 않은 체증처럼 답답하게 자리 잡고 있다. 반백살, 이제는 이 복잡한 감정들 또한 나를 성장시켜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요즘 사춘기 딸아이와 갱년기인 엄마는 가끔 다투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감사하기도 하고, 서로가 있어 고마워하기도 한다. 승자는 없다. 하지만 물론 패자도 없다. 사랑스러운 딸이 있어 그저 행복할 뿐이다. 딸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딸아이의 꿈은 일러스트레이터, 웹툰 작가이다. 딸은 앞으로 성장하면서 수많은 감정들과 부딪치게 될 거다. 때론 감당하기 힘든 낯선 감정들로 어려움에 마주할지도 모른다. 라일리처럼 말이다. 

하지만 라일리가 그랬듯 그 모든 감정들도 딸아이의 것이며 그 감정들이 딸아이를 딸아이답게 성장시켜 줄 것이다. 긍정적인 것뿐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들 또한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이 말이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 그것은 자책보다는 툴툴 털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 그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적어도 사랑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앞으로 낯설고 긴 여행을 해야 할 딸. 딸이 힘들고 외로울 때 묵묵히 곁에 있어 주는 것, 어쩌면 엄마의 거리나 역할은 거기까지 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는 청소년 여러분, '어른이' 여러분도 모두 파이팅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인사이드아웃2#사춘기#성장#자아#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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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강사입니다. 브런치와 개인블로그에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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