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단지와 산업단지에 딸린 폐기물 매립장 건설 문제로 지역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충남 예산군(군수 최재구)도 최근 조곡산업단지 등 신규 산업단지 건설 문제를 놓고 반대 주민들과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단지 종사자들을 만나본 결과, 산업단지 유치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종사자들은 "편의시설이 부족해 산업단지 근처에서 거주하기 어렵고, 직원 채용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예산군은 산업단지 건설 이유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인구증가 혹은 지역소멸 방지 등의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를 반박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발표된 예산군 경제과의 '2024년도 행정사무감사 자료(아래 행감자료)'와 예산군의회 등에 따르면 예산군에 위치한 산업단지 156개 업체, 총 6243명의 직원 가운데 예산군에 거주하는 인원은 2603명(4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단지 건설로 인한 인구증가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예산군에는 현재 일반산업단지와 농공단지 등을 포함해 11개 산업단지가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25일 예산군에서 비교적 규모가 크고, 산업단지로 인한 매연·악취 등 주변 주민들의 민원 비교적 적은 예산의 한 산업단지를 찾았다. 행감자료와 관련해 산업단지 근무자들과 관리자들의 입장을 들어 보기 위해서다. 산업단지 내 도로는 비교적 한산해 보였다. 하지만 산단에 입주한 일부 공장에서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산업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산단 직원들은 대부분 내포와 예산 등에 산다. 천안·아산 쪽에 거주하는 이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산단(해당산단) 직원 2300명 중 1000여 명은 예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단 내 개별 공장들을 직접 방문해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산단 종사자들은 예산군에서 거주하기 어려운 이유로 병원과 마트 등의 생활 편의시설 부족을 꼽았다. 물론 이미 예상했던 답변이다.
하지만 일부 산단 관계자들은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이들은 예산군이 최근 조곡산단과 예당2산단 등을 추가로 조성하는 것과 관련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추가 산단 건설로 가뜩이나 어려운 '직원 채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농촌 산단, 채용공고 내도 지원자가 없어"
산단의 한 공장에서 만난 A씨는 "우리 회사는 외국인들이 70~80% 정도로 많다. 이들의 상당수는 예산군 외에도 인근의 아산시 신창면에 거주하고 있다"며 "그 지역에 외국인들이 밀집돼 있고, 그들을 위한 마트와 병원 등 생활 편의 시설이 잘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내 경우에도 아산시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대형마트도 없고 생활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며 "막상 거주하기 위해 집을 사기에는 (예산 지역의) 부동산 자산 가치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산업단지 추가 건설과 관련해서도 A씨는 "예전에는 예산의 땅값이 싸서 기업들이 많이 내려왔다. 그러나 기업이 늘어난 것만큼 거주 조건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공장을 더 짓는다고 해서 거주 조건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단 입주 기업들은 직원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는 "1년 동안 채용공고를 내도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한국인은 거의 지원자가 없다. 그나마 입사를 하더라도 하루 일하고 그만두기도 한다"며 "조용히 퇴근한 뒤 다음 날부터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외국인 채용'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B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부부와 부모 형제 등 가족 단위로 2~3명씩 한번에 입사를 하기도 한다"며 "그나마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채용이 원활한 편이지만, 일가족이 한꺼번에 회사를 그만둘 경우, 대체 인력 채용이 어려울 때가 있다"고 호소했다.
해당 산단에 입주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리자 C씨도 "모집인원이 10명이라면 지원자는 2~3명에 그친다. 아무래도 주위(예산에)에 사람이 없다 보니 인력 채용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인력 채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단지를 더 지을 경우 인력 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에 거주하는 주민 숫자가 많아야 직원 채용도 쉬울 텐데, 현재의 (예산 지역) 인구 수준에서 공장을 더 지을 경우 직원 채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장 막내가 47세"... 농촌 산단도 늙고 있다
2020년 해당 산단으로 입주한 한 화학업체의 사정도 비슷했다. 이 회사는 공장 증설을 위해 예산에 터를 잡았다. 그러나 이 업체 역시 근무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장 관리자 D씨는 "직원들의 연봉을 인천에서보다 1000만 원 이상 올렸는데도 지원자가 거의 없다. 채용이 어렵다. (관리직의 경우) 전문 자격증을 소지했더라도 회사의 입맛에 맞는 인력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인프라가 없어서 젊은이들이 있을만한 여건이 안 된다. 젊은이들은 천안·아산이나 당진 등 비교적 규모가 큰 도시를 선호한다. 우리 회사의 평균 연령은 50이 넘는다. 현장 막내가 47세"라며 "산단 입주 5년 차인데도 아직도 근무자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 물론 예산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지역이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산업단지 종사자들조차도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이유로 추가 산업단지 건설을 반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산군도 이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예산군 "거주 여건 개선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군 관계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업체들이 입주시 제출하는 사업계획서에는 현지인 고용과 채용 인력 목표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계획대로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업체도 약속(채용 목표)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근로자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층의 경우, (거주 조건이 좋은) 천안아산의 아파트에 청약을 붓고 있다. 부동산 자산 가치도 고려하는 것 같다"면서 "또한 중장년 층은 자녀들 교육 문제로 예산으로 이주를 하지 못하고 있다. 군에서도 (거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