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시교육청의 한 40대 장학사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감사관실은 '교장공모제를 둘러싼 악성민원 탓'으로 보고 현직 학교장 고발 등 법적인 대응에 들어갔다. 이를 놓고 당사자로 지목된 A학교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숨진 장학사... 일주일 만에 조사결과 공개
부산시교육청은 4일 언론에 자료를 내어 "직권남용·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다행복학교인 A학교의 교장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B장학사가 지난 6월 28일 고향인 경남 밀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자 감사관실 등은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B장학사는 그동안 중등 교장공모제, 교원 다면평가 등을 맡아왔다. 시교육청은 고인의 사망 배경에 민원이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내용을 보면, 지난 5월 교장공모제 미지정 이후 A학교에서 여러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시교육청은 국민신문고로 33건의 민원이 들어왔고, A학교장도 여러 번 공문 답변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6번·4번에 걸쳐 각각 전화하거나 교육청을 찾아 항의했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은 B장학사가 동료에게 민원의 어려움을 토로한 점까지 들며 A학교의 대응과 사망사건 사이에 인과관계, 개연성이 크다고 결론냈다. A학교의 교장공모제 재신청 과정 또한 문자와 가정통신문으로 두 차례 투표를 시행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의견도 곁들였다.
시교육청은 사실관계 파악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태도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사적 영역에서의 민원, 특정인의 지시나 선동 여부, 학부모 투표의 적정성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부산경찰청에 고발장을 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후속으로 악성 민원 대응팀을 꾸리고, B장학사의 순직 절차도 밟는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라며 적극적인 대처를 시사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의 얘기를 들어보면 입장 차가 극명한 상황이어서 사건이 간단치 않은 모양새다. A학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시하면서도 시교육청이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원에 악성이란 용어까지 붙였는데 실제와 다르다"라며 "학교 차원의 공문이나 미지정 결과에 따른 문제 제기를 이렇게 규정하고 사망과 결부시키는 건 무리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청이 고발한다면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최소 업무 부담이나 내부 수직적 조직 문화와는 연관이 없는지 같이 살펴봐야 하지 않나. 어떤 의도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미 녹취록과 영상까지 유출돼 왜곡 보도가 이어졌다"라며 "변호인 자문을 받아 사실 공개나 대응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