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앞당겨진 폭염,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환경보호 실천은 무엇일까요. 작더라도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례가 있다면 시민기자가 되어 직접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
고요한 시골의 아침은 창문 너머 아기새들의 지저귐으로 시작된다. 덩달아 집 안에선 하나둘 깨어나는 토끼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아침을 맞이한다.
우리 가족은 여섯 식구다. 남편과 나 그리고 4명의 자녀다. 4살, 5살 쌍둥이, 6살. 주어진 하루동안 많이 웃고 신나게 놀며 하루치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몽땅 쓰는 사랑스러운 영혼들이 내 곁에 있다. 이렇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들을 둔 부모로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지구를 아끼고 돌보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피할 수가 없다
시내로 장을 보러 가는 날이면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콩나물 한 봉지와 두부 한 모를 사도 쓰레기는 당연한 듯 따라왔다. 직접 농사짓는 게 아닌 이상 값을 지불하고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으려면 위생 포장을 위한 쓰레기도 같이 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어디 콩나물과 두부뿐일까. 시장에서도, 마트에서도 구입한 모든 것으로부터 쓰레기가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장바구니를 정리할 때면 줄줄이 딸려 온 비닐 껍데기와 플라스틱 케이스에 자꾸만 마음이 불편했다. 쓰레기 배출날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은 우리 마을은, 지정된 쓰레기장에 아무 때나 잘 분리해 내놓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래서일까, 쓰레기장에 내놓기 전에 차곡차곡 집 앞에 쌓아져 있는 쓰레기들을 보고 있자니 숨이 턱 막혀왔다. 왜 이리 숨이 막힐까.
그건 쓰레기를 보면 자연스레 생겨나는 불쾌감과는 또 다른 감정이었다. 뜨겁게 달궈질 대로 달궈진 지구에게 쓰레기 한 줌도 분해할 능력 없는, 자연 앞에선 한없이 무능력한, 쓰레기만 던져준 한 이기적인 인간으로서 느끼는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인 듯했다.
그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이제까지 지내왔던 대로 무심히 지낼 수가 없었다. 지구에게 사과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어찌해야 할까 하다가 쉽게 생각하기로 했다. 지구에 대한 미안함과 작디작은 양심으로 몇 가지 행동들을 해보기로.
지구를 위한 작은 행동들 중 쉬운 몇 가지는 이랬다. 지퍼백에 담겨 있는 상품을 구입할 경우엔 기름기가 심한 것을 제외하곤 지퍼백을 씻고 말려서 재사용했다. 이건 소분해서 얼리는 생선이나 육수용 자투리 채소, 잠시 냉장고에 보관할 식재료 등을 담아두는 데 제격이었다.
플라스틱 케이스는 정리함으로 쓰거나, 자녀들이 물감놀이를 할 때 필요한 물통 대용으로, 색연필이나 크레파스 담는 통 등으로 다시 사용한다. 튼튼한 종이 상자는 큰 서랍 속 작은 수납함이 되어 제자리를 찾아갔다.
또 하나, 장 볼 때엔 꼭 재사용할 비닐봉지와 장바구니를 챙겨 간다. 주로 흙이 많이 묻어있는 고구마나 감자, 무를 살 때 사용한다. 하루는 내가 가방에서 비닐을 주섬주섬 꺼내니까 아이들이 물었다.
"엄마, 그게 뭐예요? 왜 가져왔어요?"
"우리가 함부로 쓰고 버리면 지구가 아파. 지구 아플까 봐 집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비닐을 준비물로 챙겨 왔지."
"엄마, 다음에는 우리한테도 말해주세요. 같이 준비물 챙겨요."
어쩔 수 없이 살 때는 비슷한 상품이라도, 플라스틱이나 비닐 포장된 것보다는 종이봉투나 끈으로만 묶인 상품을 선택하려고 한다.
물론 이보다도 좋은 건 낱개로 판매해서 포장이 아예 필요 없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가령 당근이나 양배추 등 큰 채소는 비닐에 넣지 않고 무게를 달아 가격 스티커만 붙이면 된다. 잘 썩지도 않는 비닐을 최대한 피하고, 손쉽게 비닐 사용을 줄일 수 있었다.
쉽지 않은 도전, 온라인으로 식품 구매 않기
큰 결심이 필요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실천 한 가지가 있다. 온라인으로 냉동식품 구입하지 않기. 2021년 추석 연휴 후 공중파 방송국 뉴스마다 쓰레기장에 생겨난 거대한 스티로폼 산의 심각성을 보도한 일이 있다. 그 보도에서 알려주길 스티로폼이 자연분해 되는데 500년이나 걸리는 환경유해물질이라 했다.
보도를 접하고 나니 온라인으로 식품을 이대로 계속 주문하다간 당장 내가 사는 이 마을에도 스티로폼 쓰레기 산이 생길 것 같아서, 이제는 구입 횟수를 줄여 보기로 했다. 정말 필요한 게 아니고서는 가급적 지역상점에서 해결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이 다짐 후 실천을 조금씩 늘리다 보니 온라인으로 냉동식품을 주문하는 건 체감상 1년에 약 5회 정도까지로 줄일 수 있었다.
아이옷 포함 육아용품, 매번 사기보단 순환시키기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옷이나 필요한 물품을 물려받아 육아 준비를 했다. 첫 아이에게 새것을 사주고 싶지 않았냐 물을 수도 있겠다. 배냇저고리와 손싸개, 발싸개, 턱받이, 이불 등 필요한 것들을 정성 담아 직접 지어 입혔고 그 외엔 물려받아 사용했다. 육아 선배들과 예쁜 아가들을 거쳐 온 물품들은 하나같이 길이 잘 들어 있었고, 무엇보다 안전했다.
한 계절을 입고 나면 몸이 자라나 작아진 아이옷은 다음 주인이 꼭 필요하다. 첫째부터 넷째까지 물려 입혀도 멀쩡한 옷이 다수였다. 아이옷 소재는 성인옷보다 탄탄한 경우가 특히 많았다. 옷의 순환은 지구를 덜 아프게 하는 꽤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지구를 지키는 일은 개인과제가 아니라 조별과제일지도 모르겠다. 조별과제가 되려면 지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옷을 물려주는 이 행동조차 이웃과 내가 연대의 끈이 이어져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유별난 게 아니다. 이미 환경의식을 장착한 많은 사람들이 '반려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잘 사용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비누를 사용하는 등 지구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다.
작더라도 내가 머무는 일터에서, 집에서 작은 실천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결국은 지구의 열기를 가라앉히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 거기에 연대의식으로 이어져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시민적 행동들을 차곡차곡 쌓아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이미 상처 난 지구의 곳곳이 언젠간 아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