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수많은 역사적 관광지 중 영도다리는 관광객들에게 단연 장관을 선사하는 장소이다. 이 다리는 과거 다리가 오르고 내린다는 특별한 이유 때문에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던 곳이다.
"우리 피란 중 헤어지면 꼭 영도다리에서 만나자"라고 말할 만큼, 전쟁을 경험한 세대에게 이곳은 망향의 장소이자 애환이 서린 장소이기도 하다.
이제는 관광 명소가 된 다리
부산의 명물 영도대교는 이제 과거의 아픈 역사를 딛고 하루 300여 명(부산시설공단 추정)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아쉽게도 영도대교의 도개 행사는 토요일 오후 딱 한 차례만 진행되고 있지만 많은 관광객들과 부산 시민들이 이곳을 방문, 거대한 교량이 높이 솟아 오른 모습을 보며 탄성을 지르고있다.
영도다리의 준공 당시 명칭은 부산대교였다. 그러나 1980년 9월 1일, 부산 개항 100주년을 맞이해 두 번째 다리가 준공되면서, 부산대교라는 명칭은 새로 만들어진 다리가 차지하게 되었고 영도다리는 영도대교로 그 명칭이 바뀌었다. 두 다리는 쌍으로 나란히 이어져 육지와 영도를 이어주고 있고 그 관리는 부산시설공단에서 하고 있다.
매주 강풍주의보나 호우주의보, 그리고 온도가 30도 이상 올라가야만 도개 행사가 취소가 된다. 그 외엔 매주 쉼 없이 진행되는 행사다 보니 부산시설공단 소속 교량처 교량기전팀은 매주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라 말한다.
그도 그런 것이 600톤에 육박하는 교량이 오르내리다 보니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사실, 아무리 부산시설공단에서 관리와 유지보수를 잘한다고 해도 실제 차량이 오가는 곳이니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난 4월 9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20분께 영도대교 남포동에서 영도 방면 도로 쪽 차단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내려오면서 도로 주행 중이던 승용차와 부딪혔다고 한다. 이 사고로 승용차 보닛이 파손됐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었다.
지난 13일 토요일, 나도 여기에 방문했다.
장마 비가 오는 와중에 그 비를 잔뜩 맞으면서도 웃으며 관광객과 시민들을 통제하느라 여념이 없는 부산시설공단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뭐가 그리 좋을까' 의문이 들었다. 사실 도개 행사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택시기사가 강력하게 추천해서 행사를 보러 오게 되었다는 모녀도 있었다. 그런데 도개 행사가 끝난 뒤 두 여인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뭔가 기대하지 않았는데 큰 소득을 얻었단 표정이랄까?
한편 7년 전엔 부산 시민이었지만 이제는 대전으로 이사를 가서 잠시 고향을 방문, 억수같이 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함께 우산을 쓰고 아들과 영도대교 행사를 보러 온 부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부산 시민들에게 영도대교는 홍보대사를 자처하기도 하고 그리고 대물림으로 이어질 정도로 추억의 장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토요일 오후 2시, 비가 너무 내려 자칫 잘못하면 행사가 취소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도개 행사가 진행되어 다리가 오르고 내리는 멋진 장관을 볼 수가 있었다. 가수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부터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까지… 행사가 진행되며 배경으로 깔리는 대중가요 가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대한민국 역사의 한 순간 한 순간을 담고 있는 듯했다.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는 행사
도개 행사는 토요일 오후 2시 정각 시작해서 딱 15분간만 진행되고 끝이 난다. 그 15분을 구경하기 위해 멀리 해외에서, 서울에서 그리고 여러 타지에서 관광객들은 이곳 영도로 모여든다. 심지어 부산에 살고 있어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수차례 영도대교에 방문했지만 매번 도개 행사를 놓쳤다는 부산 시민도 있었는데, 그 날은 그도 운이 좋아 행사를 볼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주도에 가서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을 보거나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볼 수 있는 확률처럼, 기상환경이 좋지 않으면 어렵게 시간을 내어 가더라도 이 행사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도개 행사는 호우주의보나 강풍주의보, 온도가 30도 이상으로 올랐을 경우를 제외하곤 매주 열리고 있으니 기상 정보를 잘 살핀 후 현장에 방문하신다면 문제없이 도개 행사를 보실 수 있을 터, 이 점 참고하시면 좋겠다. 한편, 주말마다 쉼 없이 진행되는 이 행사를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부산시설공단 직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