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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하는 아기참새 교각 아래서 웅크리고 있다
이소하는 아기참새교각 아래서 웅크리고 있다 ⓒ 임도훈


"날아라! 날아라!"

아마도 아기 참새가 이소한 것 같다. 작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한두리대교 교각 아래 틈새에 앉아있다. 사람을 보고 무서워하는 것인지, 움직이지 못해 웅크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앞에 앉아 잠시 살펴보니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이게 곧 날아오를 것이다.     

얼마 전에도 본 참새 목욕도 떠올랐다. 농성천막 주변으로 물이 차올라 조금 남았던 모래가 물에 잠기니, 참새들이 호안 콘크리트 보강재가 벗겨진 곳에 구멍을 파고 목욕을 했다. 아침부터 열심히 사냥을 하고, 먹고, 싸고, 지저귀고... 자기 본분을 다하는 참새를 보면서 우리도 본 모습대로 잘 살고 있나 돌아보게 하는 작은 생명이다. 

다양한 생명이 모여드는 곳… 그 자체로도 가치있어
 
 꾀꼬리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꾀꼬리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 임도훈
 
얼가니새(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는 "강변에 있다가 둔치로 올라오니 보이는 새들의 종류가 많이 다르다"며 "강과 숲이 인접한 공간이 다양한 서식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 있는 공간은 숲에 인접해있어 강변에서 볼 수 없었던 직박구리, 파랑새, 꾀꼬리 등 산새들이 많이 보인다. 물떼새, 오리, 할미새 등 물새들과는 다른 종들이다.

지형에 따라 우리가 볼 수 있는 야생동물, 곤충들이 다양한데 이는 단일한 환경에서 절대 살 수도, 발견되지도 않는다. 습지나 자갈, 모래, 숲과 모래톱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어야 멸종위기종도 더 활발히 번식하고 고유의 종들도 삶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세종보가 막히면 금강은 획일화된다. 여울과 소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없는 깊은 수렁, 그 밑바닥은 펄이 쌓여 썩어갈 것이다.   

세종시는 17개 광역지자체 중 거주지 자연환경만족도가 높은 곳(2023년 11월, 2023 생태계서비스 대국민 인식 및 만족도 조사 결과)이기도 하다. 다양한 생태계를 만나는 것은 우리의 삶도 더 다채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지금 지키고자 하는 강의 생명들은 그 자체로도 우리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다. 

강의 회복이 중요…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아직 물이 차 있는 한두리대교 아래
아직 물이 차 있는 한두리대교 아래 ⓒ 대전충남녹색연합
 
아직 녹색 텐트를 뒤덮은 물이 빠지지 않고 있다. 대청호에 쌓인 부유물 쓰레기가 어마어마하다고 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결국 우리가 벌인 일은 우리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재난은 어려운 사람,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주지가 취약할수록, 고용형태가 불안정할수록 더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밤에 강변을 돌면서 치안을 돕는 시민이 우리를 알아보고는 "나는 왜 이렇게 반대하는지 모르겠어. 물이 많으면 좋잖아. 근데 왜 이렇게 반대하고 있어? 발전이 안 되잖아"라고 타박을 했다. 우리가 뭔가 바라는 것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의심의 눈초리도 건넸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강과 그 곁의 생태계가 잘 지켜지는 것뿐이다. 

76일째 주말도 없이 현장에 나와 비를 피해 강의 상황을 살핀다. 강과 그 생명의 회복은 인간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 물이 찰랑거려서 좋고, 물이 없어 보여서 나쁘고 하는 취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이 살 수 있는 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편경열 가수의 버스킹 한두리대교 아래를 노래로 가득 채웠다.
편경열 가수의 버스킹한두리대교 아래를 노래로 가득 채웠다. ⓒ 임도훈
 
"화이팅!"

지난 13일 저녁, 성서대전에서 활동하는 편경열 가수의 버스킹이 한두리대교 아래에서 열렸다. 조깅하던 시민들이 응원의 화이팅을 외치며 지나간다. 그 후로도 조깅하고 자전거 타는 몇몇 시민들이 노래를 듣다가 자리를 떴다. 

텐트를 청소하다가 맹꽁이를 발견했다. 멸종위기종 2급 야생생물이다. 멸종위기종 1급인 수염풍뎅이는 거의 날마다 관찰된다. 조명 때문에 바들바들 다리를 떨면서도 날 때는 우렁찬 소리를 냈다. 시기를 봐서 수염풍뎅이 조사를 나온다던 국립생태원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금강이 흐르는 세종의 오늘 하늘
금강이 흐르는 세종의 오늘 하늘 ⓒ 대전충남녹색연합
 
매일 새벽, 다리 아래에서 테니스를 쳤었나 보다. 농성장을 3선으로 물린 뒤 새벽마다 탕, 탕 소리에 잠을 깬다. 새들이 깨우는 아침과는 다른 풍경이다. 조금 지나면 그라운드골프장에 쌓인 펄을 걷어내고 수선하려고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온다. 일찍 온 분들이 수도꼭지에 긴 호스를 달아 펄을 씻어낸다. 이게 여름의 일상이었던 듯 자연스럽다. 

이 일상이 얼마나 갈지 지금은 가늠할 수 없지만 이 시간이 언젠가 그리운 시간이 오겠지, 생각하며 강을 바라본다. 앞으로 다가올 모든 날에 금강이 늘 흐르기를 기도하며, 오늘의 강을 바라본다. 다양한 생태계가 지금처럼 살아있는 모두의 비단강을 꿈꾼다. 아기 참새야, 힘껏 날아올라라.

#금강#세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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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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