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카페가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다. 아침마다 가방을 챙기며 고민한다. 가, 말아? 오늘은 그냥 집에서 쓸까? 아님 도서관?
하루를 여는 커피를 어디에서 마실 것인지 결정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맛있는 커피 한잔과 함께 하는 시간은 글쓰기에 좋은 원동력이 된다. 내가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사치다. 서둘러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선다. 모자를 눌러 쓰고 경쾌한 플레이리스트에 맞춰 걷다 보면 어느새 카페 문 앞이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빵집 앞에 줄을 선 몇 명의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이들의 얼굴을 보며 커피를 마신다. 각자의 아침이 열리는 순간을 지켜본다. 카페 주변으로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건강한 빵을 파는 빵집과 예쁜 꽃집이 있다. 맛깔난 국숫집과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도 있다. 자주 오다 보니 모든 가게에 정이 들었다. '임대'라는 종이가 붙은 공실을 보면 괜히 걱정스럽다. 좀 더 많은 가게가 생겨나 복작거렸으면 좋겠다.
카페 문이 열리고 꽃집 사장님이 등장했다. 한 달 전쯤 나는 그녀에게서 홍콩야자 화분을 구매했었다. 나를 용케 기억한 사장님이 "어머, 여기서 다 만나네요"라며 반가워한다. 혼자 글을 쓰다 보니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가 반갑다.
"축 늘어졌던 화분이 최근에 겨우 살아났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라고 물어보았다. 갑자기 더워져서 힘들 거라며 물 주는 주기를 늘려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생명을 키우는 건 역시 쉽지 않네요" 하자 "그럼요, 그래도 큰 기쁨이 있잖아요.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다. 명랑한 그녀의 목소리가 색이 된다면 여름의 초록일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비우고 글을 쓰는데 카페 사장님이 조용히 다가와 묻는다. 혹시 산미 있는 원두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냐고. 오늘 내린 라테가 마음에 들지 않아 상태 좋은 다른 원두로 새로 드리고 싶다고.
작은 가게의 사장님들은 어째서 모두 이렇게 세심할까. 따뜻한 라테 한 잔을 슬쩍 놓고 가시는 사장님에게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 하고 외쳤다. 작은 가게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다정한 말과 마음들.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들.
내 글도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들의 마음에 무사히 도착해 울렁이는 물결을 만들고 여운이 남는 웅덩이를 만들 수 있을까. 자랑할 만한 책 한 권 없지만 눈앞의 모니터를 나만의 작은 가게라 생각하기로 한다.
매일 써 내려가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누군가와 연결될 날이 분명히 오리라 믿는다. 알려지지 않은 이 작은 가게의 문 앞에 누군가 도착할 날을 기다리며. 너무 느리지도 조급하지도 않게. 내가 받은 다정한 마음을 손에 꾹꾹 담아 오늘의 글을 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업로드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