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충남 서천군에 내린 폭우로 피해를 입은 한 농가의 수수빗자루에서 싹이 돋아나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 화제다. 수수빗자루에서 싹이 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이다.
충남 서천군 마산면에 살고 있는 박병문 씨는 19일 소셜미디어에 "수수빗자루가 비에 흠뻑 젖으니 새싹이 올라왔다. 잘 키워서 올 가을에 다시 빗자루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시민들은 '복이 들어오려나 보다', '생명력이 진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다른 시민은 '장맛비가 절망만 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며 박씨를 위로했다.
앞서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서천은 평균 강우량 402.3mm를 기록했다. 이때 폭우로 군민 1명이 사망하고, 도로 유실과 농경지·주택 ·등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15일 서천을 특별재난지역으로 긴급 선포했다.
당시 서천 폭우로 박병문씨도 큰 피해를 입었다. 밤, 감, 드룹 등을 심은 박 씨의 임야 1000여 평이 폭우로 유실된 것.
"새싹 잘 분리해서 화분에 옮겨 심고 싶다"
수수는 벼과에 속하는 농작물이기도 하다. 수수에서 싹이 자란 모습은 폭우 피해를 입은 박씨에게는 위로가 됐다.
박 씨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는 지난 87년 수해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 같다. 폭우피해도 심각하고 기분이 울적했다"라며 "새싹을 보면서 반갑고 위로가 됐다. 조그맣게 새싹이 나오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수수를 잘 분리해서 화분에 옮겨 심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싹이 돋아난 수수빗자루는 지난해 지인이 만들어준 것이다. 토방(방문 앞에)에 놔뒀는데 비가 계속 오고 빗자루가 젖더니 싹이 올라왔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폭우피해를 복구하는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박씨는 "서서히 피해복구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서천군의 지원을 받아 일단 산(임야)으로 올라가는 길을 복구했다"면서도 "하지만 산 위쪽의 작업로는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흙을 다시 쌓고 복구를 하더라도 또다시 비가와서 붕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 위쪽은 가을에 밤을 수확하기 직전에 복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폭우로) 서천지역의 농지가 파손되고 집들이 침수돼 안타깝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 서천에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비가 그쳐서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