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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부천시의회의 제 278회 임시회 일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임시회 둘째 날인 7월 19일,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위원장 곽내경)는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 7호 의안으로 상정해 조례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이하 시민추진위)에서 지난 1월에 조례안을 제출한 지 6개월만의 일이다.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는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월까지 부천시민 8300명이 서명해 제출한 주민발의조례안으로, 여기에는 부천시민의 염원이 담겼다. 부천시민은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병원, 시민 누구나 믿고 찾을 수 있는 공공병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의사 집단행동 등 국가적 보건의료 위기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어 지역에 아무리 병상이 많아도 민간병원만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열린 토론회 모습
지난 6월 25일 열린 토론회 모습 ⓒ 부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한국 의료,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제대로 된 공공병원 필요

이날 회의에는 소관부서인 부천시보건소 건강정책과, 그리고 시민추진위가 배석해 부천시 행정복지위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시민추진위는 "지난 50여년 간 한국에서 의료는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졌다"고 지적하며, "국가가 공공성을 내팽개친 결과, 이제는 공공병원마저도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운을 뗐다. 수익성 때문에 민간병원이 나서지 못하는 영역을 책임질, 제대로 된 공공병원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며, 그것이 선배시민으로서의 책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천시의회와 부천시보건소는 공공병원 필요성에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지금 당장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천시는 현재 병상공급 과잉 지역이고, 지난해 부천시 연구용역 결과 (경제적) 타당성이 다소 낮다고 밝혀졌으며, 시의 재정 여건상 당장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부천시보건소는 "그동안 부천시에 '책임의료기관'이 없었는데 올해 4월에 세종병원이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되었다"고 밝히면서, 세종병원이 지역 공공의료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일부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그동안 부천시립노인요양병원을 위탁 운영하던 곳이 세종병원인데, 올해 위탁 포기 선언을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이는 '책임의료기관' 지정이 지역 내 의료공공성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공공병원, 의료취약계층만을 위한 의료기관?

질의응답 과정에서 부천시에 의료취약계층이 정말로 존재하느냐는 질의가 등장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활동을 해보면 질병이 있어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이는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그 비급여 진료비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가 '환자들이 더 좋은 치료법이나 더 좋은 약물을 쓰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선택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지만, 그것은 환자 입장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오해다. 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의사가 권하는 치료를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 좋은 비급여 진료를 받고 싶지만 비용을 부담하기 싫어서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치료를 포기하는 것에 가깝다.

이날 대부분의 행정복지위원회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질의를 이어나감으로써 활발한 토론이 이뤄진 것은 유의미한 성과다. 여야를 불문하고 공공병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했고, 부천시보건소도 부천시가 재활치료, 정신질환, 감염병 대응에 취약한 부분이 있고 이러한 영역들은 민간병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워한다는 취지로 진술해 부천시의 보건의료 현황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쌓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토론 과정에서 공공의료를 의료 취약계층만을 위한 영역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보여 전반적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을 확장할 필요가 있음이 드러났다. 또, 시민의 의료적 필요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기보다는 병원의 경제성, 건립비와 운영적자 등 비용에 대한 우려와 이로 인한 신중론이 계속해서 거론되었다는 점 역시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 논의, 본격 공론화 예고

의안 논의를 마무리하며 곽내경 행정복지위원장은 "'부천시 공공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4월에 시의회 운영위원회에서 통과되어 행정복지위원회에 상정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왔다"면서, 이날 논의 자리에 대해 "반가운 공론화의 장"이라고 표현했다. 행정복지위원회는 9월 임시회에서 행정복지위원회 차원의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을 전제로 해당 안건을 보류하고, 공청회를 통해 "찬반양론 사이에 신랄한 의견 교환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시민추진위는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의 이와 같은 결정을 존중하며, 9월 임시회 기간 중 열릴 공청회에서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모든 시민이 건강하게 살며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권리로서의 의료를 실현하는 부천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추후 시의회 주최 공청회 등을 통한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한편으로, 별도의 토론회, 대중강연, 걷기 행동 등을 이어나감으로써 부천시민의 염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계속할 것임을 예고했다. 

#부천시#공공병원#주민발의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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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활동가로 살고 싶은 사람. 아이의 선천성 희소질환 '클리펠-트레노네이 증후군(KT 증후군)'을 계기로 <아이는 누가 길러요>를 썼다. 한국PROS환자단체 대표, 부천시 공공병원설립 시민추진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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