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짢네요. 물론 국회의원님들 인사말이 중요하겠습니다만, 그거 하는데 30분 지나갔고요. 어떻게 할 건지 논의하려고 모이신 거 아닙니까? 도대체 사진 찍으려고 토론회를 하는 겁니까? 다 가시잖아요, 사진 찍고."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의 일갈이었다. '아리셀 화재 참사' 이후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된 국회 토론회 사회를 맡은 그였다. 중대재해 학자 전문가 네트워크 소속의 최 교수는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인사말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자리를 떠나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지금의 관심, 언제까지 지속될지 우려"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아리셀 화재 참사' 대책 마련 토론회에는 민주노총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를 포함 야5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국회의원 16명이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동주최자 중 7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부분 토론회 시작 전 인사말을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김완섭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일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이학영 국회부의장만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후 발언권을 넘겨 맡은 사회자 최 교수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최 교수는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전 사회적으로 관심이 있고 언론도 관심을 많이 보입니다만 과연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저는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인사말을 한 국회의원들은) 다 끝까지 관심을 갖고 투쟁하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지난 국회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부와 검찰 등 정부가 직접적인 책임이 크겠지만 직히 말해서 국회의원들 뭐 하셨느냐. 중대재해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관심이나 있었느냐"며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난다. 사람 한두 명 죽으면 그때 돼서 위로를 하니, 추도를 하니, 대책을 마련하니 그래 가지고 대책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 자유 제한 탓, 강제 노동 시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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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토론회 “다시는 참사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화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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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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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선 이주노동자 '노동 허가제' 개선, 배터리 제품 취급 사업장 점검 강화 등의 요구가 나왔다.
송성영 아리셀 대책위 공동대표는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승인이 있거나 임금체불 같은 위반 사항이 있을 때만 일터를 옮길 수 있는데,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한 탓에 노동자들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고용허가제는 차후 보완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아리셀' 리튬 일차전지 공장에서 불이나 23명(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 사망했다. 공장 2층에서 화재가 시작됐지만,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망자가 늘어난 것으로 소방당국은 설명했다(관련 기사 :
CCTV로 본 아리셀 공장 내부, 단 42초만에 연기로 '깜깜' https://omn.kr/296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