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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487억 원을 투입해 단계천 생태하천 복원 사업을 진행했다. 우산동 미광연립부터 원주천 합류부까지 단계천 1.65km 구간의 복개구조물을 철거하고 생태하천으로 복원했다. 

하지만 단계천은 준공 직후부터 용수 부족에 따른 악취 민원이 빗발친 데 이어, 최근에는 장마 후 토사와 잔디 유실까지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단계천 일부 분수구(오수 탱크)는 한국환경공단 측의 공사 오류로 산책로 통행이 불가한 상태다. 허점투성이 단계천의 실태를 짚어본다. 

원주시, 토사 유실 예상 못했나?
 
 강원도 원주시 단계천의 모습.
 강원도 원주시 단계천의 모습.
ⓒ 원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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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원주시 단계천의 모습.
 강원도 원주시 단계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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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던 지난 16일. 단계천 일대(1~5구간)에는 방제용 모래주머니 수십 개가 천변을 따라 길게 쌓여있었다. 최근 장마로 하천이 둑까지 월류하자 시공사가 긴급 보수한 임시 조치다.

준공 후 올여름 첫 장대비에 단계천 상당 구간에서 토사가 유실됐다. 잔디마저 소실돼 모랫바닥이 모습을 드러낸 구간이 태반이다. 인공습지 조성을 위한 매트도 토사에 매립되거나 유실돼 흔적 없이 사라졌다. 하천 하류 부근도 상황은 비슷했으나 방제 등 임시 보강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천변 일부 모래주머니를 걷어내자 콘크리트 산책로 하부가 텅 빈 채 모습을 드러냈다. 하천물이 산책로 하부까지 들이치며 콘크리트를 떠받치고 있던 하부 토사가 유실돼 깊게 파인 상태다.
 
 최근 집중호우로 하천물이 월류하며 천변 산책로 하부의 토사 상당량이 유실됐다. 시공사 측이 모래주머니 등으로 임시 물막이 공사를 했지만 일부 구간 산책로 콘크리트가 침하되거나 불룩 솟는 등 변형되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로 하천물이 월류하며 천변 산책로 하부의 토사 상당량이 유실됐다. 시공사 측이 모래주머니 등으로 임시 물막이 공사를 했지만 일부 구간 산책로 콘크리트가 침하되거나 불룩 솟는 등 변형되고 있다.
ⓒ 원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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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집중호우로 하천물이 월류하며 천변 산책로 하부의 토사 상당량이 유실됐다. 시공사 측이 모래주머니 등으로 임시 물막이 공사를 했지만 일부 구간 산책로 콘크리트가 침하되거나 불룩 솟는 등 변형되고 있다.
 최근 집중호우로 하천물이 월류하며 천변 산책로 하부의 토사 상당량이 유실됐다. 시공사 측이 모래주머니 등으로 임시 물막이 공사를 했지만 일부 구간 산책로 콘크리트가 침하되거나 불룩 솟는 등 변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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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및 학계 전문가들은 과거 원주천 사례를 들며 추가 호우 발생 시 산책로 파손 등의 우려를 내놓고 있다. 10여 년 전 원주천은 집중호우 이후 일부 산책로 바닥이 세굴돼 깨지거나 뒤집어지는 사례가 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생태하천조성사업 계획 단계에서 월류 등 하천 범람과 이로 인한 토사 유실 등에 대한 시공사 예측이 빗나갔다는 진단을 내놨다. 

토사 유실 등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해 추후 이중 공사, 예산 낭비가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단계천에서도 이러한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실제 최근 단계천 산책로 일부 구간에서는 콘크리트 지반이 침하되거나 상승해 보강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끝나지 않은 장마에 추가 토사 유실을 막기 위한 선제 보강이 시급하지만, 보강공사는 빨라도 올여름 장마가 끝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주시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장맛비가 더 내린다 해도 더 이상의 토사 유실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단계천 생태 실정에 적합한 보강공사 방안을 찾아 보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들은 "토사 유실 등은 애초 사업 설계 단계에서 정확히 예측됐어야 하는 부분"이라며 "사후약방문 꼴"이라고 꼬집었다. 

정화조 분뇨 그대로 유입... 일부 분수구는 부실공사 

단계천 준공 후 한동안 소란했던 인근 주민들의 악취 민원은 당시 녹조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현장 취재 결과 악취의 상당 부분은 정화조 가구의 배출 오수와 배관 공사 오류에서 찾을 수 있었다.

원주시에 따르면 아직도 일대에는 정화조 사용 가구가 적지 않게 남아있다. 배관 설계상, 무실동 대성고등학교부터 단계·우산동 정화조 가구들의 오수가 여과 없이 단계천에 그대로 유입되는 구조다. 호우 시 배관 속 내용물이 넘치거나 배관이 이물질로 막혀 정화조 오수와 우수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하천으로 유입되는 실정이다. 

이 구간에선 심각한 공사 오류도 발견됐다. 하천 상류부에 설치된 일부 분수구(오수탱크)는 오수와 우수가 하천으로 빠지는 집수시설과 배관이 준설되지 않았다. 통상 오·우수는 분수구 앞 집수장으로 물이 모인 뒤 배관을 통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하지만 해당 구역은 설계 및 공사과정 등의 오류로 빗물 배출 시 보행하는 산책로 바닥표면으로 오·우수가 쏟아져 내리고 있다. 빗물 배출 시 산책로로 보행이 불가한 데다 바닥에는 각종 오물이 표면에 그대로 쌓여 악취는 물론 미관을 해치고 있다. 
 
 사진 속 보행로에 물이 흥건하다. 당초 설계대로 하면 물이 흘러서는 안된다. 그런데 부실공사로 인해 물이 흐르면서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사진 속 보행로에 물이 흥건하다. 당초 설계대로 하면 물이 흘러서는 안된다. 그런데 부실공사로 인해 물이 흐르면서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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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관계자는 "단계천 준공 후에서야 일부 분수구 설치가 잘못된 걸 확인했다"며 "한국환경공단 측에 배관 준설 등 보수공사를 요청했지만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빗물과 오수가 뒤섞여 하천으로 유입되는 건 비단 단계천만이 아닌 전국 모든 하천이 가진 문제"라고 말했다. 

하천 유량, 당초 5분의 1수준... 바닥은 녹조류 천지 

단계천 문제는 시설물 안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계속해 도마에 오르는 수질 문제 역시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단계천에는 과거에 없던 피라미·버들치 등 각종 어류와 백로 등 조류가 하천에서 발견되고 있다. 수질 개선에 대한 긍정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지만, 환경전문가들은 용수 확보 및 천변 수목 식재 보강 등 생태환경 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들 생명력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주시에 따르면 현재 단계천은 원주천 하류부에서 하상여과 방식으로 집수한 용수가 펌프를 통해 상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공급량은 1일 4000톤 규모로, 당초 계획(1일 2만1000톤)에 5분의 1 수준이다. 물 여과 구간이 이물질 등으로 좁아지며 용수 유입량이 부족한 게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용수 부족, 수온 상승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올 초부터는 하천 바닥이 녹조류로 뒤덮였다는 민원도 이어졌다. 원주시가 지난 3~4월 대대적으로 하천 청소를 했지만 임시방편일 뿐, 녹조류는 반복해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원주시는 최근 집수정 전면에 직접 취수구 설치 계획을 세우고 보완공사를 위한 하천 점용 허가를 신청했다. 준공 후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보완공사에 이어 두 번째 보완공사다. 

원주시 관계자는 "당초 6월 중 용수 확보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장마로 인해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용수 공급은 장맛비가 끝난 뒤 본격화해 조만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추가 폭우 이후 단계천 상황. 빗물에 천변 잔디가 유실되고 토사가 모두 쓸려내려갔다.
 지난 20일 추가 폭우 이후 단계천 상황. 빗물에 천변 잔디가 유실되고 토사가 모두 쓸려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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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추가 폭우 이후 단계천 상황. 빗물에 천변 잔디가 유실되고 토사가 모두 쓸려내려갔다.
 지난 20일 추가 폭우 이후 단계천 상황. 빗물에 천변 잔디가 유실되고 토사가 모두 쓸려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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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추가 폭우 이후 단계천 상황. 빗물에 천변 잔디가 유실되고 토사가 모두 쓸려내려갔다.
 지난 20일 추가 폭우 이후 단계천 상황. 빗물에 천변 잔디가 유실되고 토사가 모두 쓸려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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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복구방안 찾아야 

원주시는 장마 이후 토사가 유실되자 지난 15일 의정부와 경기도 부천시 등을 찾아 복구 방안을 벤치마킹했다. 유실된 시설물에 대한 안전 점검과 신속한 대안책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미 유실된 토사의 복구, 녹조류 제거 등은 근시안적인 방법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물 복구와 유량 확보, 배관 개선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준공과 동시에 말뿐인 생태하천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탄식 어린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지역에서는 환경 NGO, 환경전문가가 포함된 자문단 구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단계천 전 구간의 수질, 생태환경,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승현 생태학교 지구공동의 집 대표는 "충분히 생태적이면서도 수해에 안전한 다양한 신공법이 개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주 단계천은 적정한 공법이 적용되지 않았다"며 "상류부 호안의 전석쌓기 과정에서만 봐도 콘크리트를 마구잡이로 발라 놓아 생물 서식이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토사 유실 등 수해 또한 소류력(물의 힘)을 사전에 면밀하게 예측하지 못했거나 시공이 부실하게 된 것"이라며 "이제라도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전문가 자문을 통해 시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아직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단계천 사업 인계를 받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하천 정비를 비롯해 남아있는 하자 보수를 공단 측 부담으로 마무리하고 추가 예산이 지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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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단계천#부실#생태하천복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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