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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기사(호주 사람들도 야근합니다, 근데 '이것'이 달라요: https://omn.kr/29id1)에서 이어집니다.

나는 서른이 돼서야 첫 취업을 했다. 반수를 거쳐 6년 간의 대학 생활과 스웨덴 석사 유학을 마친 후, 7개월 간의 구직 활동 끝에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첫 회사의 고압적인 조직문화와 내 가치관이 맞지 않아, 4개월의 수습 기간 후 자진 퇴사했다. 이후 외국계 패션 브랜드에 입사했는데, 패션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내가 채용된 이유는 바로 컬처핏(Culture Fit) 덕분이었다.

컬처핏이란 무엇인가?

컬처핏은 회사와 구직자의 가치관, 성향, 일하는 방식 등의 적합도를 의미한다. 채용 담당자는 내가 패션에 대한 지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문화와 잘 맞을 것 같아서 뽑았다고 했다. 업무는 가르칠 수 있지만, 문화는 가르쳐서 체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면접 과정에서 채용 담당자가 구직자를 대하는 태도와 의사소통 방식을 보고, 나 역시 회사와 잘 맞을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이 부족했지만, 컬처핏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에 도전했다.

그 결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 문화를 통해 비즈니스 시야가 넓어졌고, 내 장점과 결점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Havard Business School의 Boris Groysberg 교수는 그의 저서 <Chasing Stars: The Myth of Talent and the Portability of Performance>(의역하면, '별을 쫓다: 재능의 신화와 성과의 이동성'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에서 직원의 성과는 조직 문화, 작업 환경, 사회적 네트워크와 같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정말 우수한 재능과 스킬을 가진 직원이라도, 일하는 환경에 따라 성과가 날 수도 안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컬쳐핏을 넘어선 컬쳐애드와 개인주의

호주 시드니 공항에서 800여 명의 인사를 책임지는 HR 총책임자를 인터뷰하면서, 컬처핏에서 더 나아간 '컬처애드(Culture Add)'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나는 호주의 HR 제도와 문화가 정말 궁금했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사회인만큼, 사고방식이나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HR 제도와 문화가 중요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한국도 외국인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에 호주의 선례를 참고하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봤다.
 5월 20일, 시드니공항에서 HR 총책임자를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5월 20일, 시드니공항에서 HR 총책임자를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
ⓒ James Fret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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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핏에서 더 나아가 컬처애드를 고려한다. 핏만 강조하다 보면 조직의 고유함은 뚜렷해질지 몰라도, 유연함이나 혁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을 뽑을 때 이 사람이 조직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컬처애드는 조직의 가치와 문화에 잘 맞는 사람을 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점과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첫 직장을 퇴사할 때가 떠올랐다. 컬처애드의 가치를 알았다면, 내 목소리가 다수의 의견과 다르더라도 더 용기 있게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컬처애드의 연장선상에서 시드니 공항 HR 팀은 '개인주의' 존중을 중요하게 여긴다. 다양한 문화와 종교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사회에서, 개개인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문화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구성원 모두가 회사에 오는 것을 안전하다고 느끼고, 고유한 개인으로서 인정받으며 각자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어젠다다."

모든 인간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으며, 개인주의 존중이야말로 상업적으로도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과를 위해 중요하다. 직원의 능력과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올해 한국은 인구의 5% 이상이 외국인으로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추계: 2022~2042년 내국인 생산연령인구는 감소세, 외국인 생산연령인구는 증가세를 보인다.
▲ 통계청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추계: 2022~2042년 내국인 생산연령인구는 감소세, 외국인 생산연령인구는 증가세를 보인다.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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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직업 시장의 글로벌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이민을 고려하면, 조직과 사회에서 다름으로 인한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합리적인 '개인주의'가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은 열린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더 깊은 생각의 교류로 이어진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 부딪히며 문제에 다각도로 접근해 결국 현답에 가까워질 것이다.

컬처핏을 넘어 컬처애드의 가치를 알고, 개인주의를 존중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사회와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enerdoheezer)에 최근 게재된 글을 보완해 작성했습니다.


#다문화#인사정책#조직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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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까지 여권도 없던 극한의 모범생에서 4개국 거주, 36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영국인 남편과 함께 현재 대만에 살고 있습니다. 다양한 해외 경험을 통해 '자기 성찰'의 기회를 많이 얻었습니다. 여행과 질문만이 내 세계를 확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며, 글을 통해 해외에서 배운 점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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