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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 물질 내에서 미시세계 (스핀)-거시세계 (물질 회전)로의 각운동량 전달 과정 광여기를 통해 초고속 자기소거 (ultrafast demagnetization)을 유도하고, 이때 감소된 스핀의 각운동량이 카이랄 포논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SrRuO3/SrTiO3 초격자와 시분해 자기광 커효과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다.
▲ 자성 물질 내에서 미시세계 (스핀)-거시세계 (물질 회전)로의 각운동량 전달 과정 광여기를 통해 초고속 자기소거 (ultrafast demagnetization)을 유도하고, 이때 감소된 스핀의 각운동량이 카이랄 포논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SrRuO3/SrTiO3 초격자와 시분해 자기광 커효과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다.
ⓒ G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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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에서 1915년 '아인슈타인-더 하스 효과(Einstein-de Hass effect)'가 발견된 이후 '미시세계에서 거시세계로도 각운동량이 보존된다'는 것이 어떤 원리로 전달되는지 100년 넘도록 밝혀지지 않고 난제로 남아 있었다. 이를 국내 연구진이 109년만에 세계 최초로 직접 관측하고 '미시-거시세계 각운동량 전달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24일 "물리·광과학과 이종석 교수 연구팀이 자성-비자성 초격자(superlattice) 인공 구조물에서 각운동량을 지니고 있는 '카이랄 열포논'의 생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초격자'란 두 종류 이상의 물질이 주기적인 층으로 이루어진 구조로, 보통 각 층 두께는 수 나노미터(nm) 정도라고 한다. 또 '카이랄 포논'은 격자가 집단적으로 회전하면서 움직이며 물질 속에서 전파해 나가는 '포논(phonon, 양자화된 입자)'으로, 서로 거울상이지만 겹치지 않는 성질인 카이랄성(chirality)을 지니는데, 열통계를 따르는 카이랄 포논을 '카이랄 열포논'이라고 한다는 GIST의 설명이다. 

특히 GIST는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에너지 보존 법칙, 운동량 보존 법칙과 함께 물리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근본적인 세 가지 법칙 중 하나"라며 "이는 고전역학으로 기술되는 거시세계와 양자역학으로 기술되는 미시세계에 모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각운동량 보존 법칙'은 외부로부터 회전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 회전체의 각운동량은 일정하게 보존되는 것을 의미하며, 회전하는 물체의 질량은 일정하기 때문에 회전속도는 반비례한다. 각운동량= 질량 X 속도 X 반지름으로 정의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회전할 때 몸을 움츠리는 동시에 팔을 오므리는 행동은 회전 관성을 줄여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며, 헬리콥터에서 꼬리 날개를 활용하여 균형을 잡는 것은 실생활에서 각운동량 보존 법칙으로 설명되는 사례라는 것. 

GIST에 따르면, 109년 전인 1915년에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과 반더르 요하네스 더 하스(Wander Johannes de Hass)가 미시세계에서 거시세계로도 각운동량이 보존된다는 것을 '아인슈타인-더 하스 효과(Einstein-de Hass effect)'를 통해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어떠한 원리로 미시세계에서 거시세계로 각운동량을 전달하는 지에 대해서는 '초고속 측정 기술'의 한계로 100년이 넘도록 밝혀지지 않았다.

'아인슈타인-더 하스 효과'란 자성 물질 내에 무작위로 정렬된 미시세계 속 자기 쌍극자들이 외부 자기장, 온도 변화를 통해 한 방향으로 정렬될 수 있으며, 스핀 각운동량이 변하게 된다. 이때 각운동량 보존 법칙을 만족하기 위해 거시세계의 자성 물체가 회전하게 되는데, 이는 미시세계-거시세계 각운동량 전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효과 중 하나라고 한다. 

이후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스핀-격자 상호작용'(고체 내부에서 입자의 기본 물리량 중 하나인 스핀과 반복적으로 배열된 격자가 서로 강하게 영향을 받는 현상)을 통해 미시세계 속 스핀에서 격자들의 집단 움직임인 포논(대칭성의 규칙에 따라 반복적으로 배열된 구조인 격자의 집단적 움직임)으로 각운동량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2022년 독일 콘스탄츠 대학교(Universität Konstanz) 연구팀에 의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이때 각운동량을 전달받은 포논을 '카이랄 포논'이라고 부르며, 이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이어주는 핵심적인 각운동량 전달 매개체라고 한다. 

그럼에도 카이랄 포논의 생성(수 피코초(1조분의 1초 = 10-12초))과 아인슈타인-더 하스 효과(수 밀리초(1천분의 1초 = 10-3초)) 사이에 방대한 시간적 차이가 존재하며, 그 사이에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는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물리?광과학과 이종석 교수(사진 오른쪽), 최인혁 박사과정생
 물리?광과학과 이종석 교수(사진 오른쪽), 최인혁 박사과정생
ⓒ G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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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GIST 연구팀은 자성 산화물 SrRuO3와 비자성 산화물 SrTiO3을 결합시킨 초격자 형태의 인공 복합 구조물(artificial heterostructure)을 만들었고, '보스-아인슈타인 통계(포논과 같은 보존(boson) 입자들이 열평형 상태에서 따르는 통계적인 분포)를 따르는 카이랄 열포논의 생성을 세계 최초로 직접 관측해 1조분의 1초와 1천분의 1초 사이의 각운동량 전달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성공해냈다. 

연구팀은 "바닥 상태에 있는 전자들에 높은 에너지를 가진 빛을 조사하여 들뜬 상태로 만드는 방법인 '광여기'를 통해 자성 산화물 '루테륨산 스트론튬(SrRuO3)'에서 초고속 자기소(빛에너지에 의해 자성 물질 속 자화가 초고속(수 피코초)으로 감소하는 현상)를 유도하고, 카이랄 열포논을 생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팀은 "이렇게 생성된 카이랄 열포논은 인접한 비자성 '타이타늄산 스트론튬(SrTiO3)' 층으로 전달되고 '동적 다강성 효과(dynamical mutiferroicity, 회전하는 전하량을 띤 이온들에 의해 전류 고리가 형성되고 암페어 법칙에 의해 자기 모멘트가 형성되는 현상)를 통해 큰 자기 모멘트를 형성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루테륨산 스트론튬(SrRuO3)'은 페로브스카이트 전이금속 산화물로 전도성과 자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강한 스핀-격자 상호작용을 보여 '스핀-궤도 토크(SOT)' 연구 등 여러 스핀트로닉스 분야 연구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타이타늄산 스트론튬(SrTiO3)'은 SrRuO3와 같은 페로브스카이트 전이금속 산화물로 SrRuO3와 달리 절연체이며, 자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타이타늄산 스트론튬은 전이금속인 타이타늄의 d 궤도를 점유하고 있는 전자가 다른 전이금속에 비해 가장 적어 상대적으로 전자와 전자 간의 상호작용이나 전자와 격자 간의 결합이 약한 물질로 알려져 왔다.

이를 토대로, GIST 연구팀은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시분해 자기광학 커 효과(Magneto-optic Kerr effect) 측정'을 통해 SrRuO3/SrTiO3 초격자 내의 카이랄 열포논이 생성하는 자기 모멘트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카이랄 포논이 생성된 직후 물질의 회전이 발생하기 전까지 카이랄 열포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실험적으로 밝혀냈다.

참고로, 시분해 자기 광학 커 효과는 펌프빔과 프루브빔의 경로차를 이용하여 광여기된 물질의 자성 특성을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단위로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한다. 

이종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포논이 자기 수송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결과로서 스핀 공학과 포논 공학의 접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서 "향후 자기 및 열 기능성이 결합된 다기능성 나노 소자 개발에 대한 중요한 디딤돌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GIST 물리·광과학과 이종석 교수가 지도하고 최인혁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사업·신진연구자사업·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그리고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기초 및 응용 연구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지난 7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GIST#물리학#각운동량보존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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