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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모임인 '지속가능한우리사회를위한온라인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굿모닝충청'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우리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기자말]

국가의 경쟁력을 도시의 경쟁력으로 등치시키는 견해가 있습니다. 국제 메가시티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논지입니다.

최근 한 언론에서 OECD 국가 중 한국의 경쟁력이 7위인데 반해 서울의 도시 경쟁력은 42위에 불과해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방의 소멸은 장기적으로 서울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이 있습니다. 서울의 성장은 지방의 젊은 인구의 공급, 자본투자의 집중을 통해 유지되어 왔습니다. 서울의 과밀화는 집값의 상승, 통근 시간의 증가,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해 오히려 국가경쟁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견해가 타당합니다
 
 금산군 부리면을 흐르는 금강의 모습(자료사진).
 금산군 부리면을 흐르는 금강의 모습(자료사진).
ⓒ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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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현상이 유역내 상류의 농어촌지역과 하류의 대도시 사이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상류 지역의 댐은 하류 대도시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물의 공급, 홍수조절 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상류 지역은 댐 건설시에 수몰돼 주민 이주로 위축되고, 규제 등으로 성장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댐 건설 이후에도 상류 지역의 주민들은 성장하는 대도시로 교육·직업 등을 찾아 이주해왔습니다. 유역내 인프라투자도 대도시의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도시에 집중돼 왔습니다. 홍수를 막기 위해 제방을 높이 쌓거나 유수지를 만들었고, 환경을 쾌적하게 하기 위해 하수처리장과 생태 하천등에 투자해왔습니다. 대도시에 수돗물 단수가 일어나는 일도 극히 드문 일입니다.

그러나 상류 농어촌 지역의 샛강은 투자와 관리가 미흡해 홍수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축산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도 우려되는 수준입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농업용수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지역의 소득수준이 낮고 인구가 적어 유역의 GDP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소멸로 인한 서울의 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이 약화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유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홍수 위험의 증가입니다. 필자가 근무하는 금강 유역의 경우 용담댐에서 대청댐에 이르는 지역에 소량의 강물에도 잠기는 세월교가 다수 존재하고, 래프팅, 식당 등의 영업장이 많습니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계획된 방류량을 충분히 흘려보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제약은 짧은 시간 내에 댐을 충분히 비울 수 없게 합니다.

최근에는 1년 강우량의 1/10이상이 1시간 동안에 쏟아지기도 하여, 일시에 많은 양의 홍수량을 하류에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홍수량은 하류의 대도시에도 도시 침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본류에 강물이 많이 흐르고 있고, 대도시에 집중호우가 있는 경우에 도시의 홍수가 빠른 시간 내에 충분히 강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돼 침수 피해를 일으킵니다.

둘째로 가뭄 위험의 증가입니다. 대도시에 수돗물이나 공업용수의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러나 금강의 경우 충남 서부지역인 대산과 서산의 산업단지는 해마다 가뭄으로 인해 물 공급에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홍수를 방어하기 위해 충분히 댐을 비워놓지 못하는 애로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규로 댐을 건설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홍수기에 충분한 물을 담아두어야 합니다.

결국 홍수 방어의 문제는 가뭄 대비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충분한 물을 담아두기 위해서는 댐의 운영을 제약하는 요인들을 줄여야 하고 이에는 상류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셋째로 수질과 환경오염의 문제입니다. 필자의 당숙이 금강의 지천인 미호강에서 대규모 축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략 금강과 미호강의 합류부에서 30km정도 떨어진 지역입니다. 자동화와 기계화가 되어 있고, 다양한 시설을 갖추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축사의 폐기물 및 폐수처리는 개별 농민의 책임으로 제도화되어 있어, 공공폐수처리시설 등을 운영하는 도시지역과 다른 실정입니다.

축사는 하천의 오염에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으며, 댐의 상류에도 많이 분포되어 있어 상수원의 수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결국 상류의 수질과 환경의 오염은 대도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상류와 하류는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간 하류의 대도시에 집중되어 온 투자는 빠른 대도시의 성장을 견인했지만 이제 지속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도시화 시기로부터 유역의 의사결정체계는 대도시와 중앙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하도록 형성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의사결정체계는 상류지역의 주민이나 지방자치단체를 소외시키거나 주변에 머물도록 하고 있으며, 역설적으로 대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제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상류지역의 농어촌지역과 하류의 대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그간 유역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감을 이루고 있습니다.

유역거버넌스의 핵심은 의사결정의 중심을 하류의 대도시에서 상류의 지자체와 주민으로 옮기는 것을 토대로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일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작업이기 때문에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이러한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하나의 공동체로서의 상하류간 거버넌스가 구축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민경진씨는 한국수자원공사 전문위원입니다.


#물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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