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홍준표 시장의 공약인 금호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공사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토목사업을 강행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구시는 지난 2일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디아크 문화관 일원에서 홍준표 시장과 시의회 및 관련 기관, 시공사 관계자 등이 참석해 기공식을 개최하고 2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오는 2026년 상반기 준공한다고 밝혔다.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은 금호강 르네상스의 선도사업으로 디아크 일원의 주변 관광자원인 달성습지, 대명유수지, 화원관광지를 연계한 생태·문화·관광이 어우러진 명품 하천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대구시가 하천점용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시공사와 계약하고 기공식까지 진행했다는 데 있다.
대구시 건설본부는 지난 16일 금호강개발과에 보낸 공문에서 "현재 시공사가 선정되어 공사준비 과정에 있으나 금호강 하천점용 허가가 완료되지 않아 소규모환경영향평가 관련 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하천점용 허가가 조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조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공문에 따르면 소규모환경영향평가 관련 법적 절차는 사업계획 확정 또는 승인 고시 후 30일 이내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반영 결과 통보서'를 환경청에 통보해야 하지만 이행하지 못했다.
또 착공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착공 통보를 하고 착공 통보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공개해야 하지만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
같은 날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도 대구시에 보낸 공문에서 하천점용허가 보완 제출에 대해 다시 보완해 달라고 요청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대구시가 제출한 하천점용허가 자료 중 낙동강기본계획의 계획홍수위 및 여유고를 반영해 교대의 교좌장치 설치높이가 여유높이인 2m보다 40cm 부족한 1.6m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외에도 교량 외 접속도로는 영구점용이 아닌 5년 단위로 신청해야 하고 우기 기간 중 가시설물 철거와 토사 반입계획서 미제출, 배수관로 설치 계획 재수립 등의 필요 서류 등을 지적했다.
환경단체 "시민 우롱하고 언론 상대로 사기, 공사 즉각 중단하라"
이처럼 제대로 협의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공식부터 진행한 대구시의 행태에 대해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시민을 우롱하고 언론을 상대로 사기친 것"이라며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금호강난개발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와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는 29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가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사업 관련 하천공사의 기본인 하천점용허가도 받지 않았는데 기공식부터 했다"며 "대구시민을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도대체 무엇이 그리 급해서 사업을 강행하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오죽했으면 같은 행정부서에서 관련 허가를 이행할 것을 거듭 요청하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런 실력의 담당 부서와 대구시에 어떻게 대구의 관문격인 금호강 개발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며 "홍준표 시장은 엉터리 사기 쇼를 진행한 당사자로서 대구시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들은 "금호강을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전근대적인 개발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이 진정으로 공존하는 금호강 복원사업부터 시급히 벌일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는 지금이라도 엉터리 개발사업에서 손을 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대구시는 금호강 르네상스 개발 삽질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호석 금호강난개발저지공대위 공동대표는 "하천에서 공사를 하려면 점유허가는 필수 아닌가"라며 "뭐가 그리 급해서 허가도 안 받고 그렇게 공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대구시민을 속이는 것이고 기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지혁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홍준표 시장 체제 안에서 막무가내식 행정, 일방적 행정, 말도 안 되는 행정들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단순한 부처의 실수가 아니라 홍 시장이 시민을 무시하는 행정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 "기공식은 일종의 퍼포먼스, 추석 이후에 공사 할 것"
그렇지만 대구시는 기공식만으로 공사가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기공식은 일종의 퍼포먼스였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기공식이라는 건 퍼포먼스 개념"이라며 "시민들에게 알리는 차원의 행사이고 아직 공사는 시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점용 허가를 받지 않고 공사를 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맞다"며 "지금 하천점용허가를 받기 위해 협의 중에 있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금호강을 담당하는 부서가 바뀌고 인사이동으로 인해 늦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여름에는 장마도 있고 태풍도 있기 때문에 어차피 공사할 수 있는 시기는 아니다"라며 "추석 이후에나 장비가 들어가 공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시작됐지만 하천 점용은 못하기 때문에 공사가 중지된 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는 "점용되고 안 되고를 떠나 하천 안에 공사는 할 수 없다. 추석 지나고 그 이후에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고 환경단체 등의 의견도 충분히 듣고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