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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모임인 '지속가능한우리사회를위한온라인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굿모닝충청'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우리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기자말]

 
 Holding babys hand
 Holding babys hand
ⓒ adrom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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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돌봄서비스를 외국인에게 맡겨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최근 아이 돌봄을 위해 소위 '필리핀 이모'로 불리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인력이 국내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약 한 달간 한국문화교육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9월 중 돌봄 현장에서 활동합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입니다. 내국인 돌봄 종사자 수가 감소하고 점차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치솟은 돌봄비용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나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 양육자를 위한 대책입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의 논의는 주로 '임금 문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외국의 가사관리사 돌봄서비스 이용가정의 부담액이 1일 4시간을 이용할 경우에 월 119만 원 정도입니다. 즉, 국내 가사도우미 시급과 비교할 때 강점이 없고, 생각보다 비싼 비용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될 경우, 이에 대한 부담은 더 증가할 것입니다.

더욱 본질적인 사항은 사회서비스는 그 특성상 대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서비스 수혜자와 제공자 간의 유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돌봄서비스는 사람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사람 간의 정서적 교감을 포함한 관계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돌봄서비스를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체화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초단기 교육을 통해 돌봄서비스 제공 인력화하는 문제는 돌봄노동의 특성상 기계적인 접근입니다.

무척 광범위한 돌봄서비스

아이돌봄서비스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 수 있지만, 사실 돌봄서비스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노인 돌봄, 장애인 돌봄 등 돌봄은 이제 개인의 문제를 떠나 사회적 문제입니다. 그동안 돌봄은 사적 영역에서 무상의 노동을 통해 가정 내에서 가족 구성원이 돌봄 부담을 감내했습니다. 이로 인한 가족 갈등과 나아가 간병 살인과 같은 비극적 상황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노인 돌봄 문제는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입니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세대(1955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가 후기 노령기인 75세에 진입하는 2030년부터는 의료, 요양 및 돌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돌봄 수요는 단지 아동,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고,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동, 청소년, 중장년 그리고 노인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에서 고립과 은둔으로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사회서비스가 저소득 취약계층 중심으로 제공되기에 사회적 고립이나 자살, 고독사 등의 문제가 돌봄과 복합적으로 연결돼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가 특정 대상층이 아니라 전 연령을 관통하는 일상의 문제이며, 이에 대한 수요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2024년 3월 26일에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시행은 2026년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위한 입법이 이뤄진 것은 환영하지만, 그 대상이 주로 노인과 장애인이며, 돌봄전달체계는 대상자별로 분산돼 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마다 서로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으로 나열돼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들

우선 큰 틀에서 돌봄서비스의 공공성 강화가 필요합니다. 공공재로서의 사회서비스를 인식할 때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됩니다. 또한 단지 형식적 측면에서 국가 역할의 확대가 아니라, 내용적으로 공공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사회서비스 체계를 확립해야 합니다. 즉, 급증하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노인 요양 및 돌봄, 장애인 돌봄, 아이돌봄서비스의 가지 수를 파편적으로 늘리는 것을 넘어서 국가돌봄정책의 방향과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의 돌봄 욕구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봄서비스 지속성과 다양한 서비스 제공 주체들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보건의료, 요양, 재활, 주거, 돌봄, 교육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의 통합적 전달체계의 구축이 요구됩니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명시돼 있듯이 사회서비스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민간 부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를 위해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개발, 사회 참여 지원 등을 통하여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무성의 강화도 더욱 요구됩니다. 농어촌을 포함한 소도시 지역의 사회서비스 인프라의 취약성은 해당 지역주민의 사회자원 이용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입니다. 지역사회의 돌봄은 해당 지역사회환경 및 여건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에 지역맞춤형 돌봄서비스 체계 구축이 시급합니다.

특히 돌봄서비스에 종사하는 인력에 대한 좋은 처우와 노동환경의 구축은 좋은 서비스로 이어져 결국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러한 돌봄서비스의 폭발적 수요에 대한 준비 소홀은 사회적 재난을 초래할 것입니다. 소위 '필리핀 이모'를 넘어 돌봄 국가, 돌봄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재완씨는 국립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입니다.


#가사관리사#돌봄#돌봄노동#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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