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만든 궤도 안에 바퀴가 달린 장비 두 대가 사람을 태우고 앞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며 특유의 기계음을 내자 주변 사람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탱크 체어(Tank Chair)'라고 불리는 이 장비에 탑승해 잔디밭을 자유롭게 누비는 운전자 박순환씨와 최준식씨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며 달렸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탱크 체어(Tank Chair)에 탑승한 박순환씨와 최준식씨는 평소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정도가 심한 지체장애 등 중복장애를 가진 장애인 활동가들이다.
이날 경기 여주시 강천섬 잔디밭과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자유를 누린 최준식씨는 "이걸 타고 집까지 갔으면 좋겠다"며, "정말 오랜만에 마음껏 달렸다"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이날 체험에 참여한 박순환씨와 최준식씨는 공교롭게도 모두 사고로 장애를 가지게 된 중도장애인으로 비장애인일 때는 수영과 운전이 취미일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짧은 시간이지만 탱크 체어(Tank Chair)를 사용한 익스트림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져 들었다.
박순환 장애인 활동가는 "2021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0세 이상 기준 장애인 중 후천적 질환이나 사고로 장애인이 된 비율이 91.0%고, 2022년 등록장애인 중 65세 이상은 52.8%다"라며 "이 장비를 사용하면 어르신과 장애인도 안전하게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사전 점검을 위해 시험 운행에는 여주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조정오 소장과 이상미 사무국장, 장애인 활동가와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이 참여해 탱크 체어(Tank Chair)를 체험했다. 조 소장은 "4~5분만 연습해 보니 조이스틱을 사용한 운전이 금방 익숙해졌다"라며 "어르신과 장애인은 물론 청소년들도 안전하고 쉽게 익스트림 스포츠를 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이 체험한 프로그램은 여주시가 오는 8월말부터 여주시 남한강 강천섬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예정인 '열린관광' 프로그램의 하나다.
여주시는 '열린관광' 조성을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어르신과 장애인 등 관광약자를 대상으로 강천섬 일부에 코스를 지정하여 오프로드를 달리는 탱크 체어(Tank Chair) 체험과 자연 속 맨발걷기 체험(하반신 장애의 경우 촉각체험으로 대체), 일상생활 속에서 벗어나 자연 속 별보기 체험과 자연과 어우러지는 음악을 활용한 힐링 명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탱크 체어(Tank Chair) 운영에 앞서 사전 점검을 위해 시험 운행을 한 여주 강천섬에는 지난 2022년 10월에는 준공한 강천섬 힐링센터에서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개발·운영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개장 예정인 강천섬 캠핑장은 장애인 사이트 5개를 비롯해 총 50사이트 규모여서 가을부터는 장애인도 강천섬에서 캠핑과 익스트림 스포츠를 본격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최근 2025년을 '관광 원년'으로 선포하고 관광 인프라 개선과 체류형 관광지 만들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앞서 지난 7월 10일 <여주신문>과 인터뷰에서 "특히 여주시는 장애인, 노약자, 그리고 유아를 동반한 가족 등 모든 이들이 불편함 없이 관광을 즐길 수 있는 무장애 관광에 주목하고 있다"며 "단순히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문화와 관광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주요 관광지에 무장애 시설을 확충하고, '장벽 없는 무장애 여주 여행'을 주제로 간담회를 여는 등 무장애 관광 실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무장애 여주 여행'의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시장은 "여주시는 천혜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풍경과 세종대왕릉, 효종대왕릉 또 천년고찰 신륵사를 비롯한 수많은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관광도시'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 활성화에 제약이 있었다" 며 "이런 걸림돌을 하나씩 디딤돌로 만들어 여주 관광을 부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15일 여주시는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의 '2024년 경기도 무장애 관광지 컨설팅' 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무장애 관광지 조성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관광지뿐 아니라 여주역과 버스터미널 등의 대중교통시설과 지역 관광지 접근성 향상을 위한 관광약자 이동편의를 위한 정책 확대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주신문>에도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