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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루 시안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으며, 과거에 종을 쳐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종루시안의 중심지에 위치해 있으며, 과거에 종을 쳐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 이율
 
중국의 천 년 역사를 보려거든 베이징(北京)에 가고, 3천 년 역사를 알려거든 시안(西安)에 가라

고전을 읽고, 찾아가는 여행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이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옛 삼천포시(현 사천시)의 지명으로부터 유래되었는데, 오늘날의 핫이슈(Hot Issue)에 비견될 수 있는 '장안의 화제'라는 말 역시 지명에서 기원 되었다. 여기서 장안(長安)은 본 수기의 배경이 된 시안(西安)의 옛 이름이다.

시안은 중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7개 도시 중에 하나이자 실크로드의 시작점이다. 주(周)·진(秦)·수(隋)·당(唐) 등 수많은 왕조의 도읍지였으므로 관광명소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사에 흥미가 많은 필자는 장가계 여행(관련기사 : 이곳에 가보지 않은 자, 늙었다고 할 수 없다 참조)의 여독을 치유하지 못한 채, 지난 7월 곧장 이곳 시안을 다녀오게 되었다.

인천에서 여객기를 타고 칭다오를 경유하여 8시간 가까운 고생 끝에 시안에 도착했다. 직항으로 탔다면 3시간이면 끝났을 여정이었다. 허나 1/3의 저렴한 가격 앞에서, 나는 고생을 자처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행 첫 날부터 폭우가 쏟아져 숙소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데 덮쳤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며 영어로 의사소통을 시도하지만, 4성급의 호텔 직원은 동공이 커지고 흔들리는 것을 숨기지 못했다. 원래 중국은 영어가 잘 안 통하므로 익숙한 일이다. 결국 궁금한 것들은 한국 포털에 등록된 정보로 해결했다. 누군가 이미 개척한 길은 잘 닦여진 도로와 같다.
 
진시황 동상 시안 병마용 박물관 앞에 위치한 진시황제의 동상
진시황 동상시안 병마용 박물관 앞에 위치한 진시황제의 동상 ⓒ 이율
   
병마용 1호갱  진시황제의 무덤을 수호하는 병마용들의 모습이다
병마용 1호갱 진시황제의 무덤을 수호하는 병마용들의 모습이다 ⓒ 이율
 
이윽고 다음날, 새벽부터 지하철을 타고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시안은 지하철만 타도 거의 모든 곳의 관광지를 갈 수 있으므로 초보자도 자유여행으로 다녀올 만하다.

처음으로 간 곳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여 황제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의 병마용갱이었다. 대다수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처음 보았을텐데, 죽은 시황제의 무덤을 수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토용(土俑)들이다.

그것들은 각각의 표정이 모두 달랐으며, 말과 전차의 모형도 다수 있었다. 그 웅장한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넋을 잃게 만들었다. 시황제의 권위가 대단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병마용 3호갱 병마용은 1호갱과 2호갱 그리고 3호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병마용 3호갱병마용은 1호갱과 2호갱 그리고 3호갱으로 구성되어 있다. ⓒ 이율
 
지난 1974년 병마용이 처음 발굴된 이후, 그 인근의 산(酈山)에 진시황릉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온전한 발굴을 위해 그 과업을 후대에 넘긴다며 지금까지 보존만 하고 있는 상태다.

필자는 예전부터 중국이 발굴하지 않는 이유에는 무언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직접 병마용 3호갱을 보고난 뒤에는 달라졌다. 토용의 머리 부분이 아예 사라진 경우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사례가 꽤 많았기 때문이다.

섣부른 행동으로 후대에 큰 과오를 남기는 것 보다 차라리 미루는 편이 낫다고 생각된다. 문화유산은 우리와 후손들 모두의 것이니까 말이다.
 
양귀비 동상 화청지 내에는 양귀비와 당 현종의 동상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양귀비 동상화청지 내에는 양귀비와 당 현종의 동상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 이율
   
해당탕 당 현종과 양귀비가 함께 사용하던 목욕탕이라고 전해진다
해당탕당 현종과 양귀비가 함께 사용하던 목욕탕이라고 전해진다 ⓒ 이율
 
그 뒤에는 양귀비와 당 현종의 별장으로 쓰였다는 화청지(華淸池)로 갔다.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무용수가 고풍스러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어, 그 시대의 정취를 느끼며 입장할 수 있었다.

조금만 이동하면 양귀비가 직접 목욕을 했다는 목욕탕이 나오는데, 그 바로 앞에 나오는 약수물로 세수를 하면 남편도 몰라볼 정도로 예뻐진다는 이야기가 있어 그것으로 세수를 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여름이라 물이 너무 뜨거워 필자는 도저히 세수는 할 수 없었고, 손에 물만 묻히고 돌아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외모에는 모두가 민감한 것 같다.
 
진2세릉 진시황제의 아들인 호해의 묘지공원이다
진2세릉진시황제의 아들인 호해의 묘지공원이다 ⓒ 이율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내외의 거리에는 진시황제의 아들인, 2세황제라 불리우는 호해(胡亥)의 묘도 조성되어 있다. 진시황이 죽고난 뒤 간신인 환관 조고(趙高)에
의해 허수아비로 전락했고, 결국 그의 강요로 자결하게 된 비운의 군주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로도 유명하다. 간신 조고가 황제인 호해 앞에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기며 억지를 쓴 뒤,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고 사슴이라 말하는 충신들을 모두 제거했다는 이야기다.
 
실크로드 동상 비단을 수출하던 길, 즉 실크로드를 출발하던 상인들의 모습을 구현해 놓았다
실크로드 동상비단을 수출하던 길, 즉 실크로드를 출발하던 상인들의 모습을 구현해 놓았다 ⓒ 이율
   
실크로드 지도 시안에서 출발해 터키와 그리스를 거쳐 로마로 향하는 여정이 새겨져 있다
실크로드 지도시안에서 출발해 터키와 그리스를 거쳐 로마로 향하는 여정이 새겨져 있다 ⓒ 이율
 
관광지를 모두 관람하고 난 다음 날부터 이틀 동안은 주로 쇼핑을 하거나 맛집을 찾아다녔다. 향신료가 강해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양꼬치 만큼은 정말
맛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안성벽(西安城墙)에 올라 시내를 조망하는 일정을 끝으로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시안성벽 성벽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자전거로 성곽을 도는 관광객이 많다
시안성벽성벽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자전거로 성곽을 도는 관광객이 많다 ⓒ 이율
 
옛 문화유산들을 잘 보존하고 있어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 숨쉬는 곳, 시안에서 역사의 파노라마를 지켜볼 수 있어 정말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밟았던 그 땅
위에서 활약했던 영웅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낀다. 정말이지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생생한 꿈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차후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 중복 게재될 수 있습니다.


#시안#장안#진시황#중국여행#병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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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여행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깨우치는 기행전문 기자 겸 작가입니다. 기행과 지역 소식을 함께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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