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는 일은 미래에 우리 대한민국이 어려웠을 때, 또 다른 구국의 의지로 삼기 위한 그런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의 유해발굴과 자료를 찾는 일은 안중근 의사 후손의 도리이자 주권국가의 무한책임이라고 생각한다."
1909년 10월 26일 당시 대한의 32세 청년으로, 중국 하얼빈역에서 일제강점기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 일본내각총리대신 겸 초대 한국통감을 저격 살해했던 안중근(1879~1910년) 의사의 유해 찾기를 벌이고 있는 황기철 안중근의사찾기 한-중 민간상설위원회 이사장이 광복절에 한 말이다.
해군참모총장과 국가보훈처장을 지낸 황기철 이사장은 15일 <MBC경남> 라디오(좋은아침)에 출연한 뒤 <오마이뉴스>와 별도 인터뷰를 통해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후 114년이 지났건만 아직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하얼빈 의거 115주년, 순국 114주년이 지났지만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한때 유해 찾기는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도 관심을 가졌다. 북한은 1970년 김일성 주석이 직접 명령을 내리고 1986년 대규모 유해 발굴단을 꾸려 조사했지만 실패했다.
2006년 남북공동조사단이 지목되어 2008년에 공동으로 유해 발굴 사업을 벌였지만 찾지 못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8월 14일, 독립유공자와 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북한과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 공동 추진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안중근 의사 유해 매장지는 중국 뤼순감옥으로 추정된다. 안중근 의사는 순국 전에 "내가 죽거든 내 뼈를 하얼빈 공원에 묻었다가 국권이 회복되거든 조국 땅에 묻어다오"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사후 114년이 지났지만 유해는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보훈처장 재직 때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에 나서기도 했던 황기철 전 처장은 안중근의사찾기 한-중 민간상설위원회 이사장을 맡아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올해로 2년째이며, 지난해에 이어 지난 6월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국제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그동안 경과에 대해, 황 이사장은 "유해발굴은 1986년 북한, 2006년 남북한 안중근 유해발굴 위치 확인, 2008년 한중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2008년 중국 단독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을 진행했다. 올해로 16년째인데 아직 성과가 없다"라고 말했다.
유해 찾기 진행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황 이사장은 "정확한 안중근 의사 매장지 위치를 모른다"라며 "'안중근 본일 사형 집행, 유체 뤼순매장'이라고 된, 1910년 3월 26일 관동도독부 민정장관 대리 사토가 일본 외무성 외무차관인 이시이 기쿠치로에게 보낸 공문이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당시 감옥법 74조에는 가족이 원하면 유해를 반드시 돌려 주어야 했는데 일본이 감옥법을 어기면서 감옥소장 구리하라의 직권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를 두 동생인 안정근‧안공근에게 돌려주지 못한 원죄를 가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 이사장은 "2008년 한중 유해발굴 후 '선자료 후발굴', 즉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만 발굴하겠다는 것이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라며 "구체적인 사료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정부의 행위는 정치적, 외교적 부침을 가지고 있다. 한중관계나 한일관계, 즉 역사적 이해 관계에 따라 진행이 잘 되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왜 모셔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그래도 안중근 의사 유해를 찾아 모셔와야 한다는 것이다. 황 이사장은 "혹자는 '이제 남은 건 뼈대밖에 없는데'라고 한다. 또 '가슴에다 묻자'라고 하기도 한다"라며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의 당위성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 것 같다. '왜 모셔야 하는가'이다"라고 했다.
이어 "역사는 반복 된다고 한다. 100년 전에 우리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서 국권이 유린되고 우리나라가 주권을 상실하던 그런 역사가 반복이 될 수 있다고 한다"라며 "국가가 어려울 때 살신성인 하신 분들을 우리가 또는 국가가 나서서 그분들의 유해를 또 그분들의 노력을 기억해주고 유해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다시금 국가가 어려울 때 누가 국가를 위해서 노력할 수 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안중근 의사의 평화정신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 황기철 이사장은 "한중 학자들이 뤼순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중 학자들,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존의 안중근 의사 유해 관련 지역을 한중일 민간, 더 나아가 북한까지 머리를 맞대고, 사료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는 "뤼순 감옥이 안중근 의사가 수감된 곳인데, 가보시면 이제 아파트가 전부 들어섰다"라며 "2001년 다롄시 문물관리 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지정한 '뤼순감옥 구지 옛터 묘지'이다. 면적은 660평 정도 된다"라고 했다.
이어 "이곳을 1986년에 북한 단독으로 발굴조사하기도 하였다. 1965년과 1971년 뤼순 감옥 개관 당시 묘지의 중간 부분에서 10여 구의 원통형 유해를 발굴하여 전시하기도 하였다"라며 "그나마 뤼순 감옥에서 2001년에 지정한 뤼순 감옥 공공묘지가 일부 발굴되었지만, 다른 사료적 위치가 특정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2008년에 발굴하였던 뤼순 감옥 전문가들도 주장하였듯이, 이곳을 발굴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기철 이사장은 "안중근 의사의 가르침은 동양평화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이다. 평화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우리 모두의 소중한 인류 추구의 대상이다"라며 "지금처럼 전쟁의 위기가 진행되는 시기에 안중근 의사의 평화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계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