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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은 일제 강점기 시대 아주 활발한 항구 도시였다.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수송하기 위해 일본인들은 대거 군산으로 옮겨와 삶의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흐름에 따라 문화도 차츰 활기를 띠기 시작하지 않았나 추론을 해 본다. 신흥도시 군산에 세워진 군산 소화권번은 일본어, 일본노래를 가르치는 등 시대적 요구에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가 속한 시 낭송 모임인 '한시예'에서 7월달부터 권번 춤인 입춤이란 걸 배우기 시작했다. 요즈음 전통문화의 계승 차원에서 옛것을 복원하려는 노력에서일까? 혼자서 생각해 보는 일이다. 9월에 있을 군산 국제 무용제에 출연하기 위한 연습이 시작되었다. 참여 인원은 15명으로 나이대는 40대에서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다.

새로운 나의 도전

요즘은 추세가 시 낭송도 시만 낭송하는 일이 아니라 시극도 하고 시로 춤도 추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는 모양이다. 각기 다른 나이대인 우리 낭송 회원들, 그중에서 나는 제일 나이 든 81세인 나이다. 내가 생각해도 헛웃음이 나온다. 모두가 춤이라고는 언제 초등학교 학예회 때나 춤이라고 추어 보았던가.

입춤을 배우고 있는 회원들 선생님을 모시고 입춤을 배우고 있는 회원들
▲ 입춤을 배우고 있는 회원들 선생님을 모시고 입춤을 배우고 있는 회원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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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시작한 입춤 연습을 일주일에 한 번씩 해 왔지만 춤과는 거리가 먼 나이 든 아줌마들 춤사위가 쉽게 유연해 질 리 없다. 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은 전라북도 도립 예술원 무용수라는 말을 들었다. 몸매도 날씬하시고 춤사위는 얼마나 유연하고 예쁜지, 바라보는 우리는 마음으로만 부러워하면서 감탄을 한다.

공연 날이 가까워 오면서 요즈음은 날마다 모여 연습을 한다. 이 나이에 춤을 배우는 기회가 언제 있으랴 싶어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다리에 힘을 주면서 움직이며 춤을 추어야 하기에 다리에 파스를 붙이거나 아픔을 참고 견디며 연습을 하는 회원들이 다수다. 그렇지만 이 더위에 누구 하나 힘들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한 분도 없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 대단한 분들이다 라고 생각한다.

무엇인가 도전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꽃도 고통 없이 피어나는 꽃이 없듯이 모든 일을 고통과 함께 세월 지나면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좋아하고 그 일에 몰입하는 일이다. 알고는 있지만 나도 순서 외우는 일이 어렵다. 연습하고 또 하면 알게 되겠지 하고 걱정을 내려놓는다.

쉬는 시간 담소를 하면서 간식도 먹고 차도 마신다 하루 연습 시간이 3시간을 몰아서 한다. 중간에 잠깐 쉬는 시간 담소도 하고 차도 마신다.
▲ 쉬는 시간 담소를 하면서 간식도 먹고 차도 마신다 하루 연습 시간이 3시간을 몰아서 한다. 중간에 잠깐 쉬는 시간 담소도 하고 차도 마신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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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은 있지만 움직이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여름이란 때때로 땀을 흠뻑 흘려 보아야 땀의 가치도 알 수 있다. 잠깐 한숨 돌리고 쉬는 시간 간식을 먹고 차를 마시는 시간도 담소하는 즐거움이 있다. 어제는 어느 회원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선생님은 무엇이든지 두려움이 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같아요"라고 묻는다.

그렇다. 나는 무슨 일이든 해야겠다는 결심이 서면 망설임 없이 도전하는 게 두렵지 않다. 아마도 세상을 오래 살아온 사람의 의연함일까?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담담히 걸어 간다. 해보는 데까지 해 보는 거다. 잘못한다고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나는 나로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두 번은 없다. 한 번뿐인 내 삶을 내가 사랑하고 씩씩하게 걸어 가는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다리가 아프다고 이유를 만들려고 하면 수없이 많을 것이다. 나도 사실을 엊그제 서울에 가서 관절 약과 진통제를 처방 받아가지고 왔다. 그래서 하루에 두 번씩 진통제를 먹고 있지만 춤 연습을 하고 온 날은 다리가 먹먹하고 아프다. 그렇다고 견디지 못 할 만큼은 아니어서 다행이다. 힘들어도 마음 한편은 뿌듯하다. 그게 도전의 힘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날마다 일상 속에서 말이란 언어가 주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걸 안다. 나이 든 내가 아프다, 힘들다 한들 징징대는 소리일 것만 같아 되도록 입을 다물고 있다. 나이 듦의 처신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일부러 꾸밀 필요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씨앗을 심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매번 한다.

세상 사는 일은 다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고통이 없는 삶이란 무의미하고 맛이란 게 없지 않을까, 혼자서만의 생각이다. 사람마다 생각은 각자의 몫이니까, 무엇이라 정의 내리기 어렵다. 며칠 지나면 춤 연습도 끝날 것이다. 지나고 보면 오늘 있었던 날들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참 세상은 살 만하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 말이다. 내 나이 80이 넘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은 행복의 씨앗을 내 마음 밭에 심는 일이다. 전통 음악에 맞추어 입춤을 출 때면 나는 나만의 심연의 바다로 풍덩 빠지는 느낌이라서 좋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입춤배우기#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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