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시작했다. 가슴 수술 후 불편해 엄두도 내지 못했던 달리기를 해봤다.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역시 시작하기 전에 그렇게 겁낼 것도 없는 것이다. 1분 달리고 3분 걷고 그렇게 40분. 이런 걸 인터벌 운동이라고 하나?
달리기를 하니 땀이 비 오듯 나는데 그 땀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암 수술하고 6개월째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살은 죽어라 빠지지도 않는다. 걷기만 해서 살이 안 빠지나 싶어 달려 보았다. 달리다 보니 내가 무지 건강한 사람이 되어있는 느낌이 든다.
운동 후에는 맛있고 상큼한 오이크래미 김밥을 먹을 것이다. 끝내고 바로 먹으려고 미리 만들어 두었다. 맛있는 거 먹을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힘이 솟는다.
몇 달 전에 오이를 통으로 넣어서 만든 오이김밥이 유행했었다. 단촛물까지 사서 나도 만들어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내 취향은 바로 오이크래미 김밥인 것이다.
오이를 반 갈라 씨를 빼준다. 씨는 밥수저 말고 티스푼으로 하면 아주 잘 된다. 채 썰어서 소금에 절여둔다. 일단 오이 한 개 절여두었는데 절이니 생각보다 양이 안 나와서 김밥을 만들다 오이를 다시 절이는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김밥 4줄에는 오이 2개는 미리 손질해놔야 한다).
김밥을 말 때 김밥발 따위는 필요 없다. 하도 많이 만들다 보니깐 김밥고수의 경지에 올랐다고나 할까. 밥을 얇게 말고 내용물을 양껏 넣는다. 그리고 김 끝에 물을 묻혀 돌돌 말아주면 된다. 잘 말아둔 김밥을 잘 썰려면 칼이 잘 들어야겠지만 칼날에 참기름을 조금 발라 썰어주면 훨씬 잘 썰린다.
김밥을 만들면 집에 향긋한 참기름 향이 고소하게 퍼진다. 이 향기는 소풍의 향기인가? 김밥을 먹을 때마다 어릴 때의 내가 소환이 된다. 소풍 가 있는 내 모습이 아닌, 김밥을 싸는 엄마와 그 옆에서 김밥을 주워 먹던 내 모습이 말이다. 김밥은 참 추억의 음식이다.
오이가 들어가니 확실히 여름의 맛이 나고 샐러드는 아니지만 샐러드 느낌이 드는 가벼운 김밥이다. 김밥은 썰었을 때 속 내용물이 꽃처럼 예쁘다. 동글동글 썰어져 나올 때 봉우리였던 꽃이 만개하는 느낌이 든다.
학원 다녀온 딸이 "맛있는 냄새나는데" 하면서 들어온다. 개학한 딸이 학원 갔다 돌아오는 게 참 반갑다! "더워 더워" 하는 딸과 오이크래미 김밥을 아삭아삭 씹어먹는다. 여름 우리 집 식탁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