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불법합성물)를 제작·유포하는 디지털성범죄가 텔레그램에서 제재 없이 계속되자, 침묵하던 여야가 피해자 보호 체계를 담은 법 개정과 센터 운영을 추진하겠다며 범국회·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여야 의원들이 뜻을 함께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인선 여가위 위원장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간사, 서범수 국민의힘 간사는 27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해 딥페이크 문제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 개인정보보호법과 명예훼손 법률이 딥페이크 범죄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특히 여성과 미성년자의 경우 신속하고 체계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딥페이크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강화하고 여성과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청과 긴밀히 협력해 딥페이크 피해 신고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문상담센터를 운영하고 피해자들이 즉각 법적·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운영을 활성화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또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 달 4일 여가위 전체회의를 열어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양당 의원들이 관련 법률개정안을 내고 있기 때문에 현안질의 이후엔 합의된 법안을 상정해 심사하고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딥페이크란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기존 영상을 다른 영상과 합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불법합성물 성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초·중·고·대학교에서 지인을 상대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하고 있다는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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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딥페이크 범죄, 범정부 차원 대책 마련해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이인선 위원장, 서범수 국민의힘 간사,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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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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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처벌 강화는 법사위, 피해자 보호는 여가위, 텔레그램 제한은 방통위, 경찰 수사 촉구는 행안위와 관련이 있다. 다만 여가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우리 수사 당국도 공조를 통해 불법 정보가 공유되는 방을 삭제토록 텔레그램에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공석 상태인 여성가족부 장관의 공백을 두고는 "정상 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라며 "신속히 여가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상임위에서 요청드렸고 대통령실 역시 장관 임명을 다시 한번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처벌 규정이 미흡한 부분을 우선 논의해야 하지 않느냐고 여가위원들 사이에서 얘기가 되고 있다"라며 "9~10월 국회 통과를 목적으로 하고 있고 여야 이견도 별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딥페이크 범죄 대책 마련' 지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차원의 딥페이크 범죄 대책 마련과 함께 제작·배포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어 "오늘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딥페이크 범죄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지만 피해자 보호와 근본적인 해결을 통한 재발 방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딥페이크 강력 대응을 공약했고 오늘도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당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딥페이크 시청과 배포자 처벌 등 현행법이 놓치고 있는 법적 공백도 서둘러 메우겠다"라고 밝혔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피해자의 규모보다 더 문제는 고통의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들의 고통을 덜어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윤석열 정부에 경고한다. 실체도 없는 반국가 세력을 잡겠다고 나설 시간에 '딥페이크 성범죄자'부터 발본색원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당대표 지시에 따라 피해자 보호 방안과 제작·배포자의 강력한 처벌 규정 마련에 즉시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관계 당국의 딥페이크 성범죄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실무회의를 거쳐 오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딥페이크 성착취물 확산 사태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한다. 경찰은 내년 3월까지 딥페이크 성범죄 특별 집중단속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