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화요일) 오전, 임실 치즈테마파크 주차장에 여행사 버스가 한 대 도착하였다. 이날 관광객들은 지적 장애나 자폐성 장애가 있는 중증 발달장애인 16명과 인솔 교사 8명이었다. 주차장에는 나를 비롯한 임실군 문화관광 해설사 10명이 이들을 마중하였다. 2020년에 함께 무장애 열린 관광지로 선정된 이 지역의 임실치즈테마파크와 옥정호 붕어섬(외앗날)을 방문할 여정이었다.
임실군 신평면에 있는 장애인 거주 시설 로뎀하우스에서 소품 겸 나들이를 나선 것. 문화관광 해설사들은 임실군의 '장애 인식 개선 및 무장애 관광 교육'의 현장 실습으로 장애인 관광객의 이동을 도우며 열린 관광을 실천하였다.
임실 치즈테마파크를 내려다보고 있는 바람의 언덕은 우리나라 옛 초가집 지붕 곡선과 같이 정겹고, 이곳 테마파크 곳곳에 세워진 건물과 시설들은 유럽풍의 아름다운 경관이다.
관광객들은 2명씩 8개 조를 이루고, 각 조에 인솔 교사와 해설사가 함께 하여 관광 활동을 진행하였다. 인솔 교사와 해설사는 거동이 불편한 관광객 2명을 가깝게 부축하여 천천히 이동하였고, 관광객들의 가능한 돌발행동과 상동행동에 대비하였다.
치즈테마파크 중심 건물인 치즈캐슬을 향해 언덕 위로 올라갔다. 치즈캐승 앞의 분수대 옆으로 계단이 층층이 설치되었다. 계단 옆에 나무 데크 경사로가 무장애 이동 통로로서 잘 마련되었고, 휠체어가 방향을 틀 곳은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치즈캐슬의 장애인 화장실은 넓은 출입구와 점자블록이 쉽게 눈에 띈다. 장애인 화장실 안에는 휠체어 이동 공간을 넓게 확보하였고 손잡이, 등받이 등 장애인 편의시설도 세심히 갖추어져 있다.
치즈역사문화관에 입장하였다. 해설사들은 일반적인 해설 스타일과 다르게 간단명료하고 재미있게 진행하였다. 바람의 언덕에 올라가 시원한 바람을 쐬었다. 에멘탈 치즈 모양의 홍보탑 3층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임실치즈를 판매하는 로컬푸드 매장의 2층에 있는 식당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관광버스와 해설사들은 성수면 치즈테마파크에서 24km 거리를 30분 이동하여 운암면의 옥정호 붕어섬으로 향했다.
관광객들이 거주하며 생활하는 로뎀하우스는 치즈테마파크에서 12km 15분 옥정호 붕어섬으로 이동하는 중간인 신평면의 도로에서 500m 거리에 있었다. 기자는 잠시 이 로뎀하우스를 방문하였다.
로뎀하우스 건물은 조용하였다. 마당의 소나무 몇 그루 뒤에는 강당이 있는데 이곳에서 체육 활동도 한다고 한다. 이곳에는 장애인 30명이 생활하는데, 로뎀하우스에 머무른 14명 중에서 몇 명은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므로 버스로 이동하기 불편하여 이번 관광에 참여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거주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관광지 나들이도 이분들에게는 함께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옥정호는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섬진강에 댐을 만들면서 강이 호수로 변하며 형성된 인공 호수이다. 섬진강댐에서 12km 상류에 위치한 옥정호 붕어섬(외앗날)은 섬진강의 물돌이동 지형이었는데 호수 속의 아담한 섬이 되었다. 붕어섬은 산과 강, 호수와 하늘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계절마다 색다르게 연출한다.
관광객들이 옥정호 붕어섬에 도착하였다. 관광객 2명씩을 인솔 교사와 해설사가 가까이에서 함께하며 출렁다리 건너서 붕어섬으로 들어갔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출렁다리를 건너기에 힘든 관광객 몇 명이 출렁다리 입구의 나무 의자에 앉아서 호수의 풍경을 감상했다.
관광객들에게 420m 길이의 출렁다리 건너기는 인상적인 체험이었다. 출렁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호수의 풍경과 호수를 건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출렁다리에 휠체어를 탄 관객객을 동행자가 휠체어를 밀며 이동하고 있었다. 출렁다리 중간에 휠체어 교행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해설사들은 붕어섬에서 붕어의 이미지와 강바람의 시원함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다. 전체 420m 길이의 출렁다리 중간에 높이 80m의 주탑이 우뚝 서 있는데, 조심스럽게 출렁다리를 건너는 관광객들에게 잊지 못할 나들이었다.
출렁다리를 건너 붕어섬의 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은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시원한 나무 그늘의 의자에 앉아서 호수를 건너 불어오는 바람결을 느끼고 있었다. 이날 로뎀하우스 관광객들을 보살핀 김정환 인솔 교사가 말했다.
"치즈테마파크나 옥정호 붕어섬에 열린 관광지의 시설들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이용자들이 관광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끔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런 열린 관광 무장애 시설은 장애인만이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우리가 모두 함께할 수 있는 관광지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로뎀하우스 가족들의 하루 여행은 마치 산책이나 소풍 나온 듯 마음이 가벼웠어요."
아침에 굳은 표정으로 치즈테마파크에 도착했던 관광객들이 오후에는 미소를 머금고 여행사 버스에 올라타고, 이들의 생활 장소인 로뎀하우스로 출발하였다. 로뎀하우스는 성경에 나오는 로뎀나무에서 이름을 따왔다. 로뎀나무는 사막에 자라는 덤불에 가까운 나무인데 지친 사람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쉼과 안식의 상징이다.
이곳 로뎀하우스에서 휠체어로 생활하는 장애인 몇 명도 저상버스를 이용하여 관광했다면 단체여행이 함께 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비용과 시간을 더 투자하여 관광 약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열린 관광의 사회적 환경 조성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