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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대전인권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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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4일,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대전인권행동 등 72개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대전광역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인권은 투표로 결정할 수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대전고등학교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다.

"이곳이 학교인가 감옥인가"

대전고 재학생 A씨는 기자회견에서 "대전고는 학교생활규정에서 '앞머리는 눌렀을 때 눈썹에 닿지 않게 하고 옆머리와 뒷머리는 기계를 이용하여 경사지게 깎아야 하고, 윗머리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해괴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지적하며 "학교가 작년 한 해 동안 학생들의 머리가 길다고 매긴 벌점만 무려 1215점이나 된다"고 강조했다.

A씨는 또 '야자', '방과후' 등 정규교과 이외의 교육활동 강제에 대해서도 "야간자율학습 신청서를 형식적으로는 받고 있지만 비신청할 경우 담임교사가 반려하고, 따로 불려가서 거의 혼나다시피 상담하고 소위 '찍히는' 문제 때문에 신청서에 반강제로 사인했다. 그날 집에 가서 펑펑 울었다"고 호소했다.

강영미 대전참교육학부모회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런 구조 속에서 학생들이 자주적인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겠냐"며 "이게 학교인가, 감옥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한 18년 차 초등교사인 김현희 교사도 "학생들의 제보 내용을 읽으면서 두 눈을 의심했다"며 "정말 우리 어른들이 이토록 부끄러운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서는 안된다. 이것은 정당한 교육활동도, 정당한 교육기관 운영도 아니"라며 자정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대전고는 '학생들이 두발 규제를 용인하고 입학'하였다던지, '염색과 펌을 허용하면 학업성취도가 저하'할 것이라던지, '염색을 허용하면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결과적으로 학업 수행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등 온갖 근거없는 궤변으로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요구를 폄하하고 있으며, 과도한 두발규정의 개선을 요구한 인권위 결정에 대해서도 불수용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면서 실제 제보 내용과 학교생활규정, 인권위 결정문 등을 공개했다.

 대전고등학교에 대한 인권위 결정문 일부
 대전고등학교에 대한 인권위 결정문 일부
ⓒ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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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발 이유로 1215점 벌점 매겨

실제로 해당 학교에 대한 최근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대전고는 지난 2023년 동안 두발 관련 규정 위반을 이유로 총 405회의 지도를 통해 1215점의 벌점을 매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구 대전인권행동 집행위원장은 "대전고 학생생활규정은 「제4조(기본품행)학습활동은 학생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임을 각성하고 교수학습 활동에 인내심과 복종심을 가지고 참여한다.」이렇게 되어 있는데, 이것이 현대판 노비 문서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질타하며 "국가의 신민성을 양성하고자 하는 제국주의자들이나 학생 규범을 저렇게 하는 것이고,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학생 생활 규정이라는 게 창피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중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중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 국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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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접수된 대전고등학교(아래 대전고)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의 모교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교총 회장 출신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권리행사(휴대전화·두발·용모 등)에 대해 학교를 상대로 제기하는 진정이 많으며 인권위 결정이 학교 현장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교육현장에서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대전고등학교는 현재까지 국가인권위원회가 "두발의 길이나 형태 등을 일률적으로 단속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여러 차례 권고했지만 수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안 위원장은 "동성애는 공산주의 혁명의 중요한, 핵심적 수단이라는 주장이 있고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기존 인권위 입장과는 반대되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인권·시민사회 단체들이 안창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보인 소수자·여성 혐오, 극단적인 입장을 "반인권, 역주행, 충격적"이라고 평가하며 후보자 지명 철회와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학교 내 인권침해 관련 진정은 인권위 내부 소위원회인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처리하게 되는데, 현재 인권위에서 아동권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충상 상임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권위가 안창호 위원장의 모교에 대해 제기된 진정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학생인권#안창호#대전고등학교#설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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