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가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과 가상자산, 다국적 기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한다. 특히 변칙적인 부의 이전과 시장 경쟁을 해치는 악의적, 지능적 탈세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또 세원 관리 차원에서 진행돼 온 다국적 기업 등의 자료 제출을 두고, 이를 거부하는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 이행강제금 도입도 추진한다.
국세청은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강민수 국세청장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다.
이날 회의에선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정부 재정 수입 감소와 함께 향후 세수 관리와 세입 예산을 맞추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이미 지난해에도 정부는 감세 정책 논란속에 세수가 50조 원 이상 줄었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 세수 실적은 좋지 않다.
국세청이 이날 공개한 실적을 보면, 올 7월까지 세수 실적이 204조 4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213조 1000억 원에 비해 8.7% 줄었다. 고금리 등으로 이자소득세는 증가했지만, 기업 실적 저조로 법인세가 무려 15조 5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세수확보 비상'… '공정과 정의' 바탕으로 세정 지원
국세청은 물가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고, 수출 증가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도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경기 여건과 자산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고액 체납과 세금 불복 등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공정과 정의'을 바탕으로 한 민생 안정과 경제 재도약을 위한 세정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됐다.
우선 '공정'에 대해 높아진 국민의 기대 수준에 맞춰 조세 정의를 세우기로 했다. 세무조사는 성실신고 유도라는 본연의 목적에 따라 신중하게 운영한다. 이를 위해 조사 규모는 예년 수준(1만 3973건)을 유지하면서, 경제 여건이나 인력 상황 등을 고려해 연간 건수를 탄력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다만 선택과 집중에 따라 리베이트 등 사회 질서를 훼손하거나, 민생 회복을 저해하고 서민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폭리 행위 등 악의적 탈세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세청은 세원 관리 차원에서 그동안 다국적 기업 등을 상대로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국세청에서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선 이행강제금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특허권·근저당 등 외부 자료 연계 분석을 통한 지능적 재산 은닉도 적극 조사한다.
신재봉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다국적 기업의 조사방해 행위 이행강제금 도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법 개정 사항이라 국회와 논의를 거쳐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버 광고-후원 수익 누락 등 온라인 플랫폼 탈세 검증 강화
또 국세청은 불공정 근절 차원에서 변칙 자본거래를 통한 부의 무상 이전, 공정경쟁 및 사회 질서 훼손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취약 계층을 거짓·과장된 사실로 유인해 서민 생계 자금을 편취하고, 부당한 이익을 얻는 민생 침해 탈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유튜버 광고·후원 수익 누락 등 온라인 플랫폼 탈세, 해외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변칙 발행·거래 등 신종 수법을 활용한 탈세에 대해서도 검증을 강화한다.
대신 최근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복지 세정에도 초점을 맞춘다. 친절한 납세 환경 조성과 함께 재난 피해자 등에게 폭넓은 세정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노동자 등에 대해 모바일 환급 서비스를 전면 실시하고 장려금을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이밖에 납세자의 신고·납부 비용과 일선 직원의 업무량을 줄이기 위해 국세 행정 모든 과정에 과학 세정을 정착시키기로 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국세 상담을 모든 주요 세목으로 확대하고 지능형 홈택스를 구현한다. 객관성과 신뢰도 높은 AI·빅데이터 기반 탈세 적발 시스템을 도입해 올해 정기 조사 대상 선정부터 즉시 활용하겠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국세청이 해야할 일들을 제대로 해내서 국민 여러분께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어려운 여건에 있는 소중한 우리 직원들을 보듬고 다독여서 잘 이끌어 가야 하는 관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저부터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일선 직원들의 고충과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뛰겠다. 관리자분들도 전심 전력으로 저와 함께 뛰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